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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 스리랑카 여행기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1. 1. 11. 12:21
(2009, Sri Lanka, Galle) 내 삶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지 않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도 즐겁지 않았으며, 늘 가던 그 길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흥미롭지 않았으며, 어떤 영화를 봐도 쉽사리 지쳤고, 어떤 그림을 봐도, 어떤 연극을 봐도, 어떤 전시를 봐도 내 눈빛은, 더이상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나지 않았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보던 세상도 이젠 모두 다 지겨웠고, 때때로 그리던 그림도, 때때로 쓰던 글도, 때때로 부르던 사랑의 노래들도, 다 귀찮고, 다 부질없고, 덧없는 짓거리로 여겨졌다. 활기를 얻겠다며 떠난 국내여행에서는 참담한 외로움만 잔뜩 안고 돌아왔으며, 바쁘게 지내다보면 나아지겠지 해서 벌이고 또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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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꽃보다 추한 세상에사진일기 2010. 6. 16. 00:38
비가 오고 꽃이 졌다. 꽃이 진 것은 비 때문이었지만, 비가 온 것은 꽃 때문이 아니었다. 빗물 속에 잠긴 꽃잎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이 사람들을 그리 만들었지만, 세상을 그리 만든 건 사람들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어쩌면, 이 세상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회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 마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들지만, 미꾸라지는 원래 그런 물에 산다는 거다. 세상에 나쁜놈이 많다면, 세상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무척이나 무기력한 사실이라 애써 외면해야만 하는 걸까. 요즘 내 주위 사람들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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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그림일기 2009. 10. 22. 00:36
비 오는 날엔 재미있게 즐길 것이 너무나도 많다. 비 맞으며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다가 어딘가 죽치고 앉기, 혹은 방황하다가 비 맞기, 방황하다가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방황하다가 죽치고 앉아서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등등, 비 오는 날엔 정말 즐길 것이 너무너무 많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약속도 없이 찾아온 죽음처럼 비가 내렸다. 나는 얼른, 사냥감을 본 사냥꾼처럼 밖으로 뛰어 나갔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날 산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비 맞는 쓰레기통과 공중전화박스였다.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을 법 한 이 두가지가 그날따라 유난히도 단짝처럼 잘 어울려 보였다. 어쩌면 어차피 대화같은 쓰레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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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6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6. 15:11
더 이상 우러나오지 않는 티백처럼 탁한 황토빛 세상 속에 멀거니 들어만 있었던 어느 의미없는 날의 사소한 이야기. 비는 바람을 타고 이 하늘 파란 밤을 날아서 내게 깊이깊이 아주 멀리멀리 파고드는 저 우주의 메세지 사랑을 또 감추고 홀로 외로운 여행을 하는 어느 세상의 작은 섬에 찾아오는 반가운 푸른 이야기 홀로 길을 걷다가 은하수라도 만나서 쉬어갈 수 있다면 홀로 길을 걷다가 작은 바닷가 따스한 물 속에서라도 작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이야기가 되어 줄텐데 작은 이야기가 되어 줄텐데 비는 어딘가에 있었던 이제는 잊혀져가는 사람들 소식일텐데 한 때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찰 때도 있었지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정신이 나가 움직일 수 없던 그 시간들 이제 몇 번의 사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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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수요일 계룡산 동학사국내여행/충청도 2008. 7. 25. 22:19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화전 입에 물고 동학사를 가 보아요~* 대전 사람들이 심심하면 찾는 동학사. 야유회 단골 메뉴, 산행 단골 메뉴, 사진 촬영 단골 메뉴,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 대전 사람들이 하도 동학사를 자주, 많이들 가길래 여기가 대전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여기는 엄연히 공주시. 사실 동학사가 좋다기 보다는 계룡산이 좋은 거고, 동학사로 가는 길이 좋은 건데, 동학사도 나름 유명한 절. 특히 운문사와 함께 비구니 수련도량으로 유명하다고. 점심은 동학사 입구의 수많은 식당들 중 한 곳에서 파전과 동동주, 닭 백숙을 먹었는데, 이번에 가서 먹은 모듬파전은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그 모듬파전 맛이 아니었다. 뭔가 많이 부족한데... 양도 많이 줄어든 것 같고... 맛이 변한 건지, 입맛이 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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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일날 비가 왔으면 해웹툰일기/2008 2008. 7. 16. 20:14
사람들은 모처럼 휴일날 비가 오면 밖에도 못 나가고 해서 싫다고 그러는데, 나는 모처럼 휴일날 비가 오면 밖에 나가기도 좋고 거리도 한산하고 좋기만 하더라. 특히 비 오는 날은 사진 찍기 좋다. 모든 물체가 선명하고 또렷해 보이기도 하고, 비라는 것이 만들어 내는 모든 장면들이 소품으로 사용될 수가 있기 때문. (사실 사진 찍기는 언제든 좋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햇볕 쨍쨍해도, 밝아도, 흐려도) 최근에 기숙사에 있게 되면서 공용 세탁기를 쓸 수 있어서 비 오는 날이 더 좋아졌다~ 세탁기 없을 때는 빨래 때문에 나가기를 자제했지만, 이젠 맘 놓고 물 웅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역시 문명의 혜택이 좋긴 좋은 거구나~ 잇힝~ 하지만 여기도 냉장고는 없다.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이용해 본 적이 언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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