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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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상처보다 치유가 더욱 아프다사진일기 2011. 6. 12. 01:25
* 어쩌면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옛날엔 먹는다는 행위는 무척이나 사치스러운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그 사치스러움이 부와 멋스러움의 상징이 되어 너도나도 식사를 시작했고, 수시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먹는다는 행위의 쾌락을 일상처럼 행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먹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게 됐겠지. 인간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대단하고, 특히 비관적인 면에선 큰 작용을 해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냉동실 속에서도 냉동실이라는 사실만으로 얼어죽을 수도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상상만으로 그렇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재화를 독식하는 자가 생겨나면서 음식은 지배의 도구화 돼 갔겠지. 어쩌면 부다는 그 진리를 깨우쳤는지도 모른다. 먹지 않고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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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고통은 항상 새롭다사진일기 2011. 4. 25. 01:58
#1. 며칠 전 동네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월세가 꽤 밀린 세입자를 쫓아내려는 주인과, 더 버티려는 세입자 간에 몸싸움이 있었던 것. 그런데 이 세입자는 평소에도 자주 술 먹고 취해서 동네에서 소란을 피우던 사람으로, 이미 주위 사람들 중에는 그의 편이 없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밤, 집주인은 구경나온 동네 사람들에게 좀 도와달라 했고, 사람들 몇몇은 집주인을 도와 그 취객의 짐을 길거리로 끄집어 내는 데 합세했다. 더 소란 피우지 말고 멀리 좀 떠나라는 말들과 함께. 나 역시도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가질 수 없었다. 그 사람 술주정 때문에 밤잠 설치고 회사에서도 제대로 일을 못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잘 풀리지 않는 글을 끄적거리며 빗소리와 함께 그 소란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