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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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고 있는 걸까사진일기 2010. 4. 1. 03:12
수만가지 고민들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잠식당하는 영혼의 위태로운 날갯짓. 비로 내려 가슴에 박히는 어둠, 이슬로 내려 눈에 맺히는 슬픔. 그 너머 아스라히 내려다보이는 작고 하얀 둥근 보름달. 그 위로 파아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스쳐 지나는 작은 소행성. 지겹다. 사람들은 어쩌면 저리도 굳건히 땅에 박힌 나무처럼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어쩌면 이렇게 세상을 떠도는 소행성으로 떠다니게 되었을까. 언젠가 기력이 다하면 한 줌 재도 남지 않고 모두 타 없어질 덩어리. 때로는 부드러운 흙이 되어 새싹을 키워내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해야 할 일들, 하고싶은 일들이 밀리고 쌓였다. 하지만 그 어떤 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피곤함.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만큼의 피곤함. 아마도 몇 백 만년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