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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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블루스 -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 2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3. 20:24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이라는 뜻으로, 비랑은 비탈의 사투리다. 즉, 동피랑은 그저 '동쪽에 있는 비탈'이라는 단순한 의미의 산동네일 뿐이다. 이 지역은 옛부터 강구항에 일하러 온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던 가난한 동네였다. 삼십 년 전만 해도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한다. 뜨내기들도 많았기에 동네 분위기도 험악했고, 돈 벌어 떠나기만을 바라는 동네였다 한다. 그런 동네인만큼 세월이 지나면서 재개발 계획이 수차례 나왔는데,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을 부지와 집들을 시에서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통영의 시민단체인 '푸른통영21'과, 그와 뜻을 같이한 통영시와 통영교육청, 그리고 대학, 다른 시민단체 등이 모였다. 그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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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블루스 -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 1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3. 20:19
2010년 4월 2일 금요일. 통영시청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예술가들이 모여 앉았다. 4월 3일부터 11일까지 2주간 펼쳐지는 동피랑 벽화전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행사가 열리는 통영이라는 곳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다보니, 아무래도 통영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래도 멀리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전체 참가인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직업과 나이도 아주 다양했고, 팀 구성 또한 한명으로 구성된 팀부터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벽화를 처음 그리는 사람도 있었고, 전문적으로 벽화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술을 배운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이번 벽화전에 벽화 예술가로 참여했고, 각자 나름대로 주제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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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찾는 그 사람 이제 여기 없단다사진일기 2010. 5. 12. 02:29
네가 찾는 그 사람 이제 여기 없단다. 그 겨울 어두운 하늘 포근히 감싸 안으며 별자리를 짚어주던 그 사람. 새벽이 올 때까지 차가운 모닥불을 체온으로 감싸며 시를 읊던 그 사람. 개나리 꽃 만발한 도심을 병아리처럼 지저귀며 다니던 그 사람. 낙엽 한 잎에 수명이 다한 양 슬퍼하며 몇날 며칠을 울적해하던 그 사람. 안녕. 이제 그 사람 여기 없단다. 그 해 겨울 저 먼 하늘로 눈보라와 함께 날아갔단다. 그 해 여름 아득히 먼 수평선 너머로 구름과 함께 노저어 갔단다. 별이 뜨지 않는 까만 밤을 더이상 견딜 수 없어서, 한낮의 차가운 태양 아래 마음 녹일 촛불 하나 켤 수 없어서, 그렇게 멀리멀리 떠나갔단다. 잘 살려므나 너는, 해가 뜨지 않아도, 달이 뜨지 않아도, 더이상 비가 별처럼 쏟아지지 않아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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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댐에 침을 뱉다사진일기 2010. 5. 2. 20:52
* 그날 아침 엄마는 갑자기 쓰러져 자리에 누웠다.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악성 빈혈로 수시로 그랬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항상 그렇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숨 쉬는 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꼬박꼬박 학교를 가는 일 뿐이었다. 좁은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엄마는 항상 돈이 없다며 무엇이든 아끼려 했고, 일찌감치 그걸 보고 자란 나도 크레파스 하나라도 아끼려 애 썼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도 이왕이면 구름 많은 하늘을 그렸고, 농촌 풍경을 그려도 언제나 흰 연기를 많이 그려 넣었다. 흰색은 굳이 칠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그 전날도 밤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끝내 말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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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힘이 세다웹툰일기/2009 2009. 6. 2. 03:12
착각하지 마라, 절망은 절망이고 저항은 저항이다. 나는 이 세상이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꿈도 없이 죽어 산 송장으로 있어야 하나. 단순히 지켜본 것은 구경일 뿐이다. 목격은 진술을 통하여 의미를 가진다. 말은 행동을 통해 의미를 가진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아가 보는 행위도 행동에 속한다.) 그리고 기억, 기억하라. 절망은 힘이 세다. 절망(絶望) : 희망이 끊어짐. 희망을 버리고 단념함. 또는 그런 상태. 절망(切望) : 간절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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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린 눈은 돌아가지 않아사진일기 2009. 1. 19. 09:05
그는 혼자 산다. 퇴근 후에도 집에 가기 싫어서, 일부러 밤 늦게까지 길거리를 쏘다니다 들어가곤 했다. 이미 차갑게 굳어버린 찬밥을 억지로 목구멍에 밀어 넣듯 열쇠를 밀어넣고 문을 열면, 맨 먼저 그를 맞아 주는 것은 늘 똑같은 하루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자신의 미래같은 어둠이었다. 도마뱀의 피부처럼 차갑게 식은 방, 그는 마치 유령처럼 오가며 그 속에 또아리를 틀었다. 이미 오래전에 질려버린 인스턴트 음식들을 꾸역꾸역 삼켰으며, 마지막으로 빤 게 언젠지 알 수 없는 온갖 냄새가 뒤범벅이 된 이불을 꾸역꾸역 덮어 쌌으며, 내일 또 돌아올 똑같은 삶을 위해 꾸역꾸역 쓰러져 자기를 반복했다. 그런 날이 영원히, 아주 오랜동안,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 반복되어, 산다는 건 그저 밥을 먹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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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기억들웹툰일기/2007 2007. 12. 26. 16:30
시시각각 아무때고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남겨두기 위해 메모지와 펜을 항상 들고 다니며 메모를 하고는 있는데, 빠르게 휘갈겨 쓴 메모는 나중에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중요한 단어 몇 개만 적어두는 습관이 있어서, 나중에 완벽하게 까먹게 되면 이 단어들이 뭘 뜻하는 지도 알 수 없고... ㅠ.ㅠ 물론 문장으로 만들어 세밀하게 기록을 해 둔다면 좋겠지만... 귀찮아서~ ㅡ.ㅡ; 까먹는 기억들은 까먹을 만 하니까 까먹는 거겠지~ 그냥 이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