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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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쿨하게 얼어붙은 마음으로사진일기 2010. 1. 23. 04:22
세상이 내 마음같지 않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처음보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일지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대한다는 것이 이미 너무나도 힘들고 어렵고 아둔하고 바보스러운 짓이 되어버린 세상. 누구를 탓 할 수도 없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세상을 욕 할 수도 없고, 인생을 슬퍼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래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고, 되뇌이고, 또 되뇌이는 말.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뜻하지 않게 씹어버린 내장처럼, 잊을 만 하면 불현듯 다가와 다시 머릿속에 새겨지곤 한다. 내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당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세상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래, 그러니까 포기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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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델릭 생리 불순사진일기 2010. 1. 5. 09:40
떠오르지 않는 생각들의 동굴 속을 걸어갈 때도 괴롭지만, 너무 많은 생각들이 거친 풍랑 빗줄기처럼 내리쳐도 곤란해. 더이상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 흐르는 강둑처럼, 미처 표현하지 못한, 표현할 수 없었던 감각들이 넘쳐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다가 급기야 콱, 하고 막혀버렸어. 정말 이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심각한 건, 일정한 주기는 없지만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건데, 이를테면 주기가 불순한 정신적 생리인 것 같아. 정말 고통스럽고 찝찝하기 그지없는 일상 속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언제 짜증 비슷한 뭔가가 터져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나도 주체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말이야. 아, 표현하지 못 한 감각들은 그대로 버려져야 하는 걸까. 태어나지 못 한 생명들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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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천년을 기다려 질리안사진일기 2010. 1. 4. 04:24
오랜 세월이 흘렀어. 당신은 저 어두운 하늘 어느 구석을 부유했지. 갈 곳도 없었고, 가야할 곳도 없었어.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만 했던 것처럼, 꿈도 없이 길고 긴 방황을 해야만 했지. 마침내 천 년이 흐르고 약속한 날이 왔어. 당신은 꽁꽁 언 몸으로 이 땅에, 다시, 내려왔지. 하지만 이미 세상은 당신이 기억하던 그 세상이 아니야. 시간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이제 당신은 더이상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으니까. 차가운 눈빛, 얼어붙은 마음, 고단한 발걸음. 당신은 이미 너무 늦어 버렸어. 그 하늘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대지에서도, 또다시,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떠돌며 눈물을 흘렸지. 나는 왜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걸까. 오랜 세월이 흘렀어. 당신은, 질리안, 잊혀진 사랑의 전설이야. 천 년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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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솜사탕사진일기 2009. 11. 26. 02:59
시간이 한없이 늘어져간다. 나는 자판을 잡고는 있지만 마땅히 쓸 말이 없다. 희뿌연 하늘처럼 머릿속이 까마득해진다. 그리고 시간은 나를 용서치 않았다. 나도 매일 똑같은 시간 속에서 한 번 즘은 작고 달콤한 솜사탕을 음미할 시간 정도는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상하게도 찾을 때면 보이지 않다가도, 어느날 문득 길 가다가 불현듯 잊고 있던 옛 추억이라도 되는 양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 그럴 때면 어쩐지 빛바랜 추억처럼, 그래 나도 달콤한 솜사탕을 먹을 정도의 자격은 있다고 봐 라고 생각하다가도 바삐 발걸음을 옮기지. 사실은 딱히 바쁜 것도 아니야, 사실은 딱히 가야하는 것도 아니야, 사실은 딱히 내가 있어야만 하는 자리도 아니야.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이렇게 바삐 걸어간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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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하나요사진일기 2009. 10. 16. 03:07
벌써 털모자가 나왔네요. 그러고보니 밤 기온이 쌀쌀하다못해 춥기까지 하네요. 털모자를 보고서야, 아 춥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닌데 어째서 계절이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마 이번 환절기엔 감기에 걸리지 않은 탓이겠죠. 감기는 안 와도 겨울은 오려나보네요. 언제부턴가 겨울이 점점 춥게 느껴졌어요. 해마다 겨울 온도는 상승하고 있다고 하는데, 몸이 허해서 그런가요. 그런 이유도 있긴 하겠네요.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도, 점점 차가워지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세월이 하 수상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려니, 그러려니 하고 넘겨요. 은근슬쩍 넘어가는 계절처럼, 그렇게 넘어가요. 이제 보라색 겨울이 오면 조금은 행복해 지려니, 그러려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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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산책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국내여행/충청도 2008. 9. 22. 15:11
떡볶이를 먹고 싶었어. 그래,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먹으러 가자. 그래서 버스 타고 한 시간이나 걸려서 떡볶이를 먹으러 갔지. 아줌마,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던데~ 아줌마는 떡 하나 더 얹어 줬어. 아줌마는 내가 미웠나봐. ;ㅁ; 일인분 달라고 하니까 그냥 떡볶이랑 짜장떡볶이를 반반 섞어줬어. 처음 먹어 본 짜장떡볶이. 짜장의 달콤짭짤한 맛이 떡과 섞여서... 비릿하고 닝닝한 맛. ㅡㅅㅡ;;; 짜장떡볶이는 내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결론. 떡볶이는 고추장 범벅으로 달달 볶아져서, 떡 안에 양념이 다 베어 들어간, 국물 거의 없이 진득한 그런 떡볶이가 제일 맛 있는데... 그런 떡볶이 찾기가 좀 어렵네. 예전에 강남 지하철 역 주변 지오다노였나, 그 쪽 골목길에 있던 한 떡볶이 노점이 딱 좋았는데. 아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