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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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백제전에서 행복한 변화를 꿈꾸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 인터뷰취재파일/인터뷰 2010. 10. 15. 20:31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이었다. 홀로 유유히 떠가는 조각구름 하나가 드리운 그림자마저도 따스함을 머금고 있었다. 선선한 백마강 강바람이 늦은 아침의 여유로운 향기를 전했고, 멀리 보이는 코스모스 꽃밭은 색색이 알록달록 가을을 손짓하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백마강 한쪽 켠에 자리잡은 구드래 나루터는, 낙화암을 돌아 고란사로 향하는 황포돛대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세계대백제전 행사 중이라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 그 나루터에, 강바람을 타고 게으르게 몸을 비트는 황포돛대 아래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려와 걱정으로 시작했던 세계대백제전 행사가 관람객 300만 명 돌파라는 성공을 거두면서, 기쁨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달한 이번 행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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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에서 특별한 만남 - 어린이 문화해설사국내여행/충청도 2010. 9. 9. 20:08
공주에서 만난 특별한 전문가들 "공산성은 백제의 수도가 지금의 공주인 웅진에 있을 때, 이곳을 지키던 백제의 산성입니다. 웅진은 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이어 성왕 16년이던 538년에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64년간 백제의 수도였습니다." 공산성에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여름, 그것도 한창 더울 한낮의 땡볕에도 아랑곳 않고, 낭랑한 목소리로 유적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초등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열기와 의욕에 기가 눌렸는지, 짙은 녹음 속에서 시끄럽게 울던 매미소리마저 잠잠해졌다. "공산성은 원래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는데, 조선시대에 돌로 쌓은 석성으로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공산성은 백제 웅진시대를 대표하는 산성입니다." 비록 아직 설명하는 모양새도 미숙하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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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미소의 나라, 백제 - 유홍준 교수에게 듣는 백제 미술 이야기취재파일/인터뷰 2010. 9. 6. 18:47
자랑스러운 우리의 고대국가 "세계적으로 고대국가를 겪은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프랑스나 독일도 고대국가의 역사 쪽으로는 다른 나라의 것을 갖다 쓰고 있습니다." 백제의 미술을 설명하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대뜸 서양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와 비교했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자기네 역사를 기술하면서 고대역사를 이집트 때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에 그리스, 로마 시대가 나오고, 그 후에 중세역사로 넘어가는 식이라 한다. 물론 로마시대 이전에도 그 땅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딱히 고대국가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런 식이라 한다. 그에 비하면 한국사는 굉장히 깊이가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고조선부터 국가체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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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세계대백제전 이야기취재파일/인터뷰 2010. 8. 31. 01:33
푸르디 푸른 하늘이었다. 눈이 시릴 만큼 파르란 청옥빛에, 따가운 햇살마저 넋을 잃고 대지에 내려앉았다. 일부러 그랬는지, 아득한 정신에 미처 생각을 못했는지, 날개를 접지 않고 내려앉은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 학과 같았다. 고운 산 앞마당에 고이고이 날개를 펴고 엎드린 모양은, 기둥이 되었고, 지붕이 되었고, 마침내 궁궐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사비궁이다. 백제문화단지 사비궁은 백제시대의 궁궐을 각종 자료들을 토대로 재현한 것으로, 충청남도 부여군 합정리 일원에 조성된 백제문화단지 시설물 중 하나이다. 이미 있던 왕궁을 고쳐낸 것이 아니라, 전혀 없던 왕궁을 재현해서 복원한 것이다. 흔적도 없는 왕궁을 재현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백제 왕궁 유적들이 현재 발굴 중에 있지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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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의 문화공간, 국립중앙박물관 - 최광식 관장님과의 대화취재파일/인터뷰 2010. 7. 29. 15:17
박물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어두컴컴한 방, 유리, 그리고 오래된 물건들. 웬지 모르게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적막 속의 오래묵은 공기들이 무겁게 머리를 누르는듯 한 느낌도 든다. 지루한 시간들과 한산한 공간이 만들어내는 의기소침한 분위기,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물건들과, 이걸 봐서 뭘 하겠다는 건가 라는 회의감. 내게 박물관이란 그저 관심의 변두리에 머물며 눈에 띄면 한 번 즘 들어가보는, 그런 어두운 공간일 뿐이다. 아마도 학창시절 때 경험들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수백여 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줄 서서 우르르 들어간 박물관은, 그저 줄 서서 한바퀴 돌고 나오는 곳일 뿐이었다. 대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의미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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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역사의식웹툰일기/2008 2008. 3. 19. 02:00
2002년 즈음에서 2006년 즈음까지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에서 대학을 다닌 중국인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다. 그 때 그들의 역사의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모두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하고 확고히 믿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간략하게 몇 가지만 소개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중국 역사서는 과거에 중국 본토에 들어온 적 있는 (침입한 적 있는) 민족은 모두 중국의 역사로 간주한다. 중국 자체가 다민족 국가이므로 아주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원(元)나라의 경우도 중국인들은 이것이 중국의 역사이고, 중국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원나라는 쿠빌라이가 1271년, 몽골제국의 국호를 '대원'으로 고치면서 성립하는데, 이 '쿠빌라이'라는 인물은 우리가 잘 아는 '칭기즈칸'의 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