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미군 철수? - 앞뒤 맥락 다 자르고 중간 가정 생략
어제(12월 28일) 국내 몇몇 언론들이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미군 철수할 수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얼핏 보면 유명한 외신이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분석한 것 처럼 보인다 (물론 아니다).
> [단독]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세계일보)
> "문재인·이재명 한국 대통령 되면 트럼프와 충돌, 미군 철수 가능성" (조선일보)
> FP "문재인·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주한미군 철수 시나리오도 가능" (중앙일보)
> 美전문가 "문재인·이재명 집권시 미군 철수하게 놔둘수도" (연합뉴스TV)
원문은 트럼프의 대 아시아 정책에 대한 우려
소스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의 한 기사였다. '트럼프의 아시아 피벗(중심축)(Donald Trump's pivot through Asia)'이라는 제목이다.
> Donald Trump's pivot through Asia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분석과 우려 글이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오바마가 실패한 아시아 태평양 중심축 정책을 트럼프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다.
최근 있었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수중 드론을 나포한 사건 언급부터 시작해서, 말레이시아가 중국에서 무기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가 미국을 비판하고 중국 쪽에 선 것 등을 언급하며, 아시아가 미국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물론 트럼프가 최근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하며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그 반작용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주도의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협상을 신속히 추진하려 한다. 이것도 미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로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가 아시아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 더 좋은 특종은 놔두고
그러면서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성장력을 억제하기로 결정했다며, 대만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 그런 의도라고 한다. 이런 트럼프의 중국 견제 정책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국방비 증대'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닉슨의 미치광이 정책(madman act)을 모방하려는 듯 보이며,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중국에게 양보하라고 괴롭히거나, 혹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라고 쓰고 있다.
사실 특종으로 하려면 이게 더 쇼킹한 문장 아닌가.
"트럼프가 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미국 유명 언론이 밝혀! 충격! 경악!"
타이틀 뽑기도 좋다.
문재인, 이재명의 미군 철수 가능성이라고?
계속해서 트럼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을 증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그래서 국방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예산을 볼 때)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이어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아베 신조와 박근혜는 친미 성향을 보인다고 썼다. 즉, 이 두 정권은 큰 문제 없을 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문제가 있는데, 박근혜가 탄핵 소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저자의 '만약'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건 저자의 '가정'인 거다.
"만약, 문재인이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 트럼프가 돈 더 내라고 한다면
-> 미군을 그냥 나가게 놔 둘 수도 있다."
이런 추론을 언론이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은 것이다.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주한미군 철수할 수도"
글에 있는 건 그대로 옮겨왔지만, 앞뒤 맥락 다 끊어먹고, 중간 가정도 잘라냈다. 이게 과연 사실 전달 혹은 팩트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보다 더 크게 보도할 수 있는 (앞에서 말한) "트럼프가 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으악!" 이런 것도 있는데, 굳이 이걸 조명해서 짜집기 제목을 걸었다는 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분석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대단하다
어쨌든 이 기사는 과연 트럼프가 대 아시아 정책을 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로 끝을 맺고 있으며, 제발 밤에 트위터 좀 그만 하라는 충고도 슬쩍 내보이고 있다.
참 대단하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그냥 이렇게 끝맺겠다. 차라리 내 블로그를 포털에 언론이라고 나가게 해 줘. 그게 낫겠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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