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이미 가짜 뉴스가 존재한다. 평상시에도 늘 어디선가 생산되고 돌아다니며, 사건이 터지면 널리 퍼지는 것들도 있다. 특히 선거 기간 중에는 수많은 가짜 뉴스들이 활개를 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활약(?)한 가짜 뉴스들과는 다르게, 한국은 주로 메신저를 통해 전파된다. 또한 뭔가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웹페이지가 없더라도, 그냥 메신저에 써 붙인 글만으로도 상당히 널리 퍼진다. 이건 어쩌면 믿고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될 테다.

 

 

가장 심각한 것은 카톡 찌라시

 

가장 심각한 것은 소위 '카톡 찌라시'라고 일컬어지는 가짜 뉴스들이다. 연예인 가쉽이나 사회 문제와 정치인 루머 등 떠도는 소식들은 정말 많다. 더군다나 카톡 찌라시가 선거 기간 중에는 꽤 큰 문제가 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선거때 유행했던 카톡 찌라시 대응용 이미지)

 

'카톡 찌라시'가 여태까지 한국에서 있었던 가짜 뉴스 현상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심각한 부분이지만, 일일이 사례를 소개하지는 않겠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고, 일일이 소개하려니 지저분해서 못 하겠다.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라고만 짚고 넘어가자.

 

 

최근 가짜 뉴스 몇몇

 

최근에 한 커뮤니티 유저가 재미로 만들었다는 글이 일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며 공유되기도 했다. 언뜻보면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외신 보도를 번역한 기사처럼 보이지만, 이건 가짜였다.

 

 

이 글에서 나온 아르토리아 펜드래건, 히키가야 하치만은 모두 게임, 애니메이션 주인공 이름이다.

 

또한 잊을만하면 가끔씩 튀어나와서 세계를 떠도는 페이스북의 헛소문 글이 있다. 행운의 편지 같은 류의 이 글은, 올해 여름 쯤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며 각자의 게시판에 글을 써 붙였다.

 

 

물론 이 글도 가짜다. 외신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공식적으로 가짜 글이라는 해명을 했다.

 

> 페이스북 공식 해명

 

이걸 보면,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한 가짜 뉴스의 유통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최근엔 CNN이 보도했다며 대통령이 사임을 표했다는 이메일이 돌기도 했다. 그 이메일에는 악성코드가 들어 있어서 랜섬웨어어 감염된 사람도 있었다. 비슷한 내용이 외신 보도라며 SNS에서 잠깐 돌기도 했다.

 

 

외신이라는 딱지에 약한 한국 사회

 

가만히 보면 한국인들은 외신과 영어에 약한 특성을 보인다. 유명한 외국 언론사 이름을 갖다 붙여서 타이틀만 소개해도 '그런가보다'하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검증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다.

 

("사진과 따옴표가 있다고 인터넷에서 읽은 모든 것은 그대로 믿지는 말라."-아브라함 링컨. 정말 신기한 것은 이걸 그대로 믿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분 주위에도 분명히 한 명 쯤 있을 거다.)

 

사실 외신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의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다. 일단 외신이라고 하면 어디선가 떠도는 이상한 것들을 끌어와서 끼워맞추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고, 자살자가 거의 없다는 등을 운운하는 것이다. 이건 하도 언론 기사에서 돌고 돌다보니 이젠 그냥 기정 사실처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검색을 통해 검증을 해보지 않으니 출처라고 밝힌 것도 없고, 간혹 출처를 밝히더라도 잘못된 것들도 있다. 출처라고 밝힌 소스를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거나, 제목이 잘 못 됐거나, 그 소스 내용이 기사 내용과 다르거나, 소스에서는 BBC기사라고 했는데 사실은 버즈피드 소스였거나 하는 등의 사례는 굉장히 많다.

 

이런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사회가 가짜 뉴스에 더욱 취약하다는 거다. 국내에서 만들어 낸 가짜 뉴스를 외신 보도라고 둔갑시키면 좀 더 쉽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어쩌면 한국은 제대로 사건이 터지면 미국보다 더 쉽게 가짜 뉴스에 중독될 수 있을 테다.

 

(가짜보다 더 위험한 것은, 진짜와 가짜를 섞어 놓는 것이다. 이미지: geralt, CC0)

 

 

너도나도 가짜 뉴스, 정부는 입 막기

 

게다가 최근 국정농단 사태가 터질 때까지 주류 언론들도 그동안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거나, 심층 취재 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비단 이번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언론들이 보여온 행태, 그리고 몇몇 언론사들이 문제가 크다는 것도 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에 '베네수엘라 윈도우 10 대란' 사건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윈도우10 등을 구입하면 아주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 사람들이 몰려간 사건이다. 아직 MS 측에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구매자들에게 환불 처리 하겠다는 이메일이 보내진 상태다.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몇몇 언론들은,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를 '최근 화폐개혁 때문에 환율이 급락해서 생긴 일'이라고 썼다. 아마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몇몇 사람들이 추정한 이유를 그대로 갖다 쓴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베네수엘라 환율을 검색해보면 최근에 '환율 급변' 같은 일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문제의 원인은 '알 수 없다'.

 

(VEFUSD 베네수엘라-미국 달러 환율 차트. 3월 중순 쯤 이후부터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다. 블룸버그 환율 페이지)

 

또한 세월호, 천안함 사건 등에서 국민들이 제기하는 의혹과 의문에 대해 정부나 관련 기관들은 한결같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 해군, 자로 세월X 영상 조목조목 반박.."계속 허위사실 유포시 법적 대응"

 

이런 상황에서는 '가짜 뉴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범위까지로 규정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이 뉴스들을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이 옳은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즉,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는가, 혹은 자잘한 사건 보도에서라도 사실 검증을 제대로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메이저 뉴스와 가짜 뉴스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 개인의 의문과 의혹 제기를 아예 말 못하게 입을 막아버리는 상황이라면, 가짜 뉴스라는 이름 자체가 언론 탄압의 용도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는 말이다. 

 

(가짜 뉴스와 정당한 의혹 제기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확실한 답은 아직 없지만, 최소한 정부와 관련 당국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허위사실 유포라며 억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지: 세월X 다큐 캡처)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냥 놔두자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이 민감해하는 911 사건에서도 의혹을 제기하며 다큐멘터리 영상까지 만들어 배포한 사람들이 있다 (사실 911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터지는 큰 사건들 거의 모든 것에는 의문과 의혹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그들을 허위사실 유포죄 같은 걸로 협박하거나 입을 막지는 않았다. 물론 어두운 곳에서는 어떻게 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세상에 널리 퍼진 것에 대해서는 공공연하게 조용히하라고 윽박지르지는 않았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에 대한 의혹은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계 당국이 조목조목 반박을 해주고 있다.

 

정당한 의혹 제기는 당당하게 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걸 강제로 막으려 들면, 의혹은 지하로 숨어서 더욱 비틀어지고 이상한 쪽으로 뻗어나가며 왜곡된다. 그러면 논리적인 반박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아예 사라지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회는 균열된다.

 

또한 패러디와 풍자도 허용되어야 한다. 이건 따로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언론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패러디는 분명히 가짜 뉴스와는 다르다. 이미지: 대국민 담화 패러디짤 생성기)

 

그렇다면 '가짜 뉴스'는 어느 선에서 줄을 긋고 경계해야 하는 걸까. 사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이걸 완전히 막는 것 또한 어려운 문제다. 선거 때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벌금형을 먹이고 해도 카톡 찌라시는 계속해서 생산되고 돌고 돌지 않는가.

 

또한 저커버그도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확산의 진원지라는 비난을 받고, 사람들의 개선 요구를 거세게 받을 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했다. 예를 들면, 뉴스에 사람들이 '가짜 뉴스'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한다 해도, 이게 정상적으로 정직하게만 쓰여질 거라는 건 보장할 수 없다. 때때로 진짜 뉴스에도 '가짜 뉴스'라고 버튼을 누른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는 것에 동의하더라도, 무조건 가짜 뉴스를 법이나 규정을 들이밀어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제일 먼저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의 논의를 통해 선을 긋든지 안 긋든지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그게 참 어렵다. 논의를 한다해도 정부가 마음대로 정해버리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분명히 문제가 될 거라는 예상은 되는데, 어떻게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나서서 마음대로 전방위적 규제를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아예 손 놓고 있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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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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