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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 체크: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미군 철수? - 앞뒤 맥락 다 자르고 중간 가정 생략
    잡다구리 2016. 12. 29. 12:17

    어제(12월 28일) 국내 몇몇 언론들이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미군 철수할 수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얼핏 보면 유명한 외신이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분석한 것 처럼 보인다 (물론 아니다).

     

    > [단독]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세계일보)

    > "문재인·이재명 한국 대통령 되면 트럼프와 충돌, 미군 철수 가능성" (조선일보)

    > FP "문재인·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주한미군 철수 시나리오도 가능" (중앙일보)

    > 美전문가 "문재인·이재명 집권시 미군 철수하게 놔둘수도" (연합뉴스TV)

     

     

     

     

    원문은 트럼프의 대 아시아 정책에 대한 우려

     

    소스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의 한 기사였다. '트럼프의 아시아 피벗(중심축)(Donald Trump's pivot through Asia)'이라는 제목이다.

     

    > Donald Trump's pivot through Asia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분석과 우려 글이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오바마가 실패한 아시아 태평양 중심축 정책을 트럼프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다.

     

     

    최근 있었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수중 드론을 나포한 사건 언급부터 시작해서, 말레이시아가 중국에서 무기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가 미국을 비판하고 중국 쪽에 선 것 등을 언급하며, 아시아가 미국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물론 트럼프가 최근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하며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그 반작용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주도의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협상을 신속히 추진하려 한다. 이것도 미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로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가 아시아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 더 좋은 특종은 놔두고

     

    그러면서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성장력을 억제하기로 결정했다며, 대만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 그런 의도라고 한다. 이런 트럼프의 중국 견제 정책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국방비 증대'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닉슨의 미치광이 정책(madman act)을 모방하려는 듯 보이며,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중국에게 양보하라고 괴롭히거나, 혹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라고 쓰고 있다.

     

    "Trump could thus bludgeon China into making concessions — or blunder into a war that no one wants."

     

    (Donald Trump's pivot through Asia, FP)

     

    사실 특종으로 하려면 이게 더 쇼킹한 문장 아닌가.

     

    "트럼프가 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미국 유명 언론이 밝혀! 충격! 경악!"

     

    타이틀 뽑기도 좋다.

     

     

     

    문재인, 이재명의 미군 철수 가능성이라고?

     

    계속해서 트럼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을 증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그래서 국방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예산을 볼 때)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이어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아베 신조와 박근혜는 친미 성향을 보인다고 썼다. 즉, 이 두 정권은 큰 문제 없을 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문제가 있는데, 박근혜가 탄핵 소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저자의 '만약'이 나온다.

     

    " But Park is now in the process of being ousted in impeachment proceedings. The leading opposition candidates to succeed her — the leftist Moon Jae-in and the populist Lee Jae-myung (who has been labeled “Korea’s Trump”) — are considerably less pro-American and more inclined to conciliate, rather than confront, North Korea. If one of them wins the presidency, and Trump demands more payment for protection, South Korea just might let U.S. troops leave without a fight. And if that were to happen, America’s standing in the Pacific region would plummet."

     

    (Donald Trump's pivot through Asia, FP)

     

    "박(대통령)은 지금 탄핵 소추로 축출 과정에 있다. 좌파 문재인과 포퓰리스트 이재명은 (박 보다) 덜 친미적이고, 북한과 화해하려는 성향이다. 만약 그들이 대통령이 되고, 트럼프가 방위비로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면, 대한민국은 그냥 미군을 나가게 놔둘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태평양 지역에 대한 입지는 급락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저자의 '가정'인 거다.

     

    "만약, 문재인이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 트럼프가 돈 더 내라고 한다면

     -> 미군을 그냥 나가게 놔 둘 수도 있다."

     

    이런 추론을 언론이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은 것이다.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되면 주한미군 철수할 수도"

     

    글에 있는 건 그대로 옮겨왔지만, 앞뒤 맥락 다 끊어먹고, 중간 가정도 잘라냈다. 이게 과연 사실 전달 혹은 팩트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보다 더 크게 보도할 수 있는 (앞에서 말한) "트럼프가 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으악!" 이런 것도 있는데, 굳이 이걸 조명해서 짜집기 제목을 걸었다는 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분석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대단하다

     

    어쨌든 이 기사는 과연 트럼프가 대 아시아 정책을 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로 끝을 맺고 있으며, 제발 밤에 트위터 좀 그만 하라는 충고도 슬쩍 내보이고 있다.

     

    참 대단하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그냥 이렇게 끝맺겠다. 차라리 내 블로그를 포털에 언론이라고 나가게 해 줘. 그게 낫겠다.

     

    p.s.

    관련글: 한국의 가짜 뉴스 -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세상, 마음에 안 들면 법적 처벌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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