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선 대선이 있었고, 지난 11월 8일 사실상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다들 아시는대로 트럼프의 승리였다. 결과 발표 후, 시민들의 불복 시위도 있었고, 선거부정 의혹도 제기되어 일부는 수검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 했다.

 

그런데 한창 선거운동 중에는 미처 큰 문제로 인식하지 못 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가짜 뉴스 (fake news)' 문제였다. 미국에서는 선거운동 당시에도 크게 문제가 돼서, 힐러리 클린턴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 했다.

 

(11월 중순 쯤 한국 대통령이 사임했다는 가짜 뉴스가 한국에서도 잠시 퍼졌다. CNN 비슷한 이름을 하고 있지만 전혀 상관 없고, 자기들도 CNN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대선 기간 막판에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이 공유된 가짜 뉴스

 

한국에서도 선거운동 기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가짜 뉴스는 많이 나돈다. SNS나 카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서 누군가 작성한 근거 없는 글 말이다. 일부 문제가 되어 처벌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말도 안 되는 글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겼다.

 

그런데 미국 대선에서 나돌았던 '가짜 뉴스(fake news)'들은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아주 깔끔하게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얼핏 보면 새로운 언론사인 것 처럼 보이는 곳에서 대량으로 가짜 뉴스들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어떤 곳들은 미국의 유명한 언론사 홈페이지와 거의 똑같아 보이도록 사이트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가짜 뉴스는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서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11월 17일, 버즈피드(BuzzFeed)에서는 대선 기간 중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들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퍼져나갔는지 분석하는 기사가 나왔다 (오죽했으면 버즈피드에서 이런 걸 분석했겠나).

 

> This Analysis Shows How Fake Election News Stories Outperformed Real News On Facebook (BuzzFeed)

 

이 글에 따르면, 2016년 초반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에선 주류 언론사들 기사가 많이 나돌고, 가짜 뉴스들은 별로 많이 공유되지 않았다.

 

하지만 8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기간에는 이런 추세가 역전됐다. 주류 언론사들의 기사보다 가짜 뉴스 기사들이 훨씬 더 많이 공유되고, 더 많은 반응을 얻었다. 이 기간동안 주류 언론 기사들에 대한 반응은 7300만 건이었는데, 가짜 뉴스에 대한 반응(공유, 좋아요 등)은 8700만 건으로 집계됐다.

 

투표 3개월 전부터 투표일까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반응을 얻고 공유됐던 가짜 뉴스 기사들은 아래와 같다.

 

미국 대선 기간에 나돌았던 가짜 뉴스 TOP 5

 

* Pope Francis Shocks World, Endorses Donald Trump for President, Releases Statement (Ending the Fed)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 WikiLeaks CONFIRMS Hillary Sold Weapons to ISIS... (The Political Insider)

  (위키맄스,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는 사실 확인)

 

* IT'S OVER: Hillary's ISIS Email Just Leaked & It's Worse Than Anyone Could Have Imagined (Ending the Fed)

  (힐러리의 IS 관련 이메일 유출, 상상초월)

 

* Just Read the Law: Hillary is Disqualified from Holding Any Federal Office (Ending the Fed)

  (힐러리는 어떠한 공무직도 할 자격이 없다)

 

* FBI Agent Suspected in Hillary Email Leaks Found Dead in Apparent Murder-Suicide (Denver Guardian)

  (힐러리의 이메일을 유출했다고 의심되는 FBI 요원이 시체로 발견됐다)

 

위에 나열된 탑5 기사들은 모두 가짜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대선기간 중 나돌았던 가짜 뉴스들의 대부분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힐러리에겐 불리한 내용이었다.

 

사실 트럼프는 따로 이런 기사를 만들 필요도 없었고, 만들어봤자 그리 유행할 수도 없었을 테다. 이미 막말 파문으로 주류 언론들만 봐도 막장 같은 기사들이 넘쳐났으니까. 즉, 상대적으로 소외된(?) 트럼프 지지자들의 등을 긁어줄 수 있는 글이 조회수를 높이기엔 좋았던 것이다.

 

(abc 뉴스와 비슷하게 만들어놨지만 전혀 상관 없는 가짜 뉴스 페이지.)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이런 기사를 쓴 곳 중 'Ending the Fed'라는 곳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가짜 뉴스를 통해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곳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다른 가짜뉴스 제작자들은 클릭을 유도해서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이었다.

 

*

버즈피드는 마케도니아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미국 대선에 관련된 가짜 뉴스 홈페이지가 백여 개 가량 운영된 것을 찾아냈다. 대다수 운영자가 10대였고, 광고 수익을 위해 운영했다 한다.  

 

이들의 특징은 그냥 아무 기사나 긁어와서 내용을 채우고, 제목만 자극적인 것을 내거는 방식이었다. 내용과 제목이 아무 상관도 없이, 그냥 제목만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아먹었다" 같이 자극적으로 달아놓는 방식이다. 이런데도 노출만 잘 되면 많은 클릭이 발생했다고 한다.

 

> How Teens In The Balkans Are Duping Trump Supporters With Fake News (BuzzFeed)

> A Macedonian Town Is Home To Pro-Trump Websites (RFERL)

 

*

샌프란시스코에서 2명이 모여 시작한 '리버티 라이터스 뉴스'는 이 바닥에서 이제 꽤 유명한 사이트다. 어떤 사람들은 '유사 언론'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가짜 뉴스 사이트로 통한다

 

글 뿐만 아니라 간단한 동영상도 제작해서 배포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대선 기간 중엔 한 달에 1만에서 4만 달러 정도를 벌었다 한다. 그리고 "트래픽 중 95%가 페이스북에서 들어왔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독하는 사람 수는 적어도, 글이 퍼지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퍼진다고.

 

> How Facebook powers money machines for obscure political 'news' sites (guardian)

 

(리버티 라이터스 뉴스. 대선 기간 중, FBI가 힐러리를 구속 할 거라는 기사를 내서 그래이트 히트를 쳤다)

 

*

뉴욕타임즈는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몇몇과 인터뷰를 했다. 동유럽의 조지아에 살고 있는 한 가짜 뉴스 사이트 운영자는, 전산(computer science)을 전공했지만 취직이 안 돼서 돈벌이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멕시코가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뉴스를 누가 진짜라고 믿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 기간 중에 그런 제목을 내건 가짜 뉴스가 실제로 있었고 꽤 널리 퍼졌다. 그는 이런 기사가 풍자라고 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이런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사람은, 자신은 가짜 뉴스 운영자가 아니라 풍자 뉴스를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금광이다"라고 했다 (트럼프로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 돈이 된다는 뜻).

 

> Inside a Fake News Sausage Factory: ‘This Is All About Income’ (NYTimes)

> How Fake News Goes Viral: A Case Study (NYTimes)

 

*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 한 '폴 호너'라는 사람은 수년간 가짜 뉴스를 만들어왔는데, 특히 이번 대선 기간에 꽤 돈을 벌었다 한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내 덕분에 당선됐다"고 말 하기도 했다.

 

그의 인터뷰에선 인상적인 내용들이 꽤 있는데, "사람들은 뉴스를 여러 사람에게 돌리면서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분명 더 멍청해졌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 패배로 분노한 진영을 이용하면 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 This is how Facebook’s fake-news writers make money (WP)

> Facebook fake-news writer: ‘I think Donald Trump is in the White House because of me’ (WP) 

 

*

스스로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인정하거나, 그냥 풍자 기사를 쓸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돈만 바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거의 모든 가짜 뉴스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됐다는 것이다.

 

(피자 납치. 사진: marckbass8)

 

 

가짜 뉴스 믿고 총기 난사

 

탑5 기사들은 말 그대로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들일 뿐이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가짜 뉴스들이 나돌았고, 대부분은 힐러리를 향한 공격이었다. 그러자 힐러리가 공개적으로 가짜 뉴스를 믿지 말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사건 하나가 터졌다.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정신적 만족감만 주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12월 4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한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고, 용의자는 한동안 피자가게 안을 돌아다니다가 출동한 경찰에게 비교적 순순히 체포되었다.

 

이 사람이 피자 가게에서 총기난사를 한 것은 바로 '피자게이트'를 자체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피자게이트'란, 힐러리 클린턴이 워싱턴의 한 피자 가게 골방에 아동들을 숨겨놓고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통해 퍼진 소문이다.

 

그러니까 자기 딴에는 정의롭게 아이들을 구출하겠다고 피자집을 습격해서, 악의 무리를 쳐부수겠다며 총을 난사한 거였다. 하지만 골방 따위는 아예 찾지도 못 하고 경찰에게 체포된 것이다.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가짜 뉴스가 현실에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과 함께,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임명된 마이클 플린은, 그의 아들이 '피자게이트' 소문을 확산시킨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게 바닥에 지하통로가 있다거나, 벌써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등의 말들이 있고, 국내에서도 이걸 '미국 상류층의 추악한 진실'이라며 사실인 것 처럼 쓰는 사람들도 있다.

 

(훼이크 뉴스. 사진: pixel2013)

 

 

전 세계에서 가짜 뉴스 기승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짜 뉴스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독일에서도 "베를린에서 러시아 국적 미성년자가 난민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러시아 외무장관과 독일 외무장관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이를 믿는 사람들의 난민 감정은 더욱 악화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무소속 대선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치매를 앓고 있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시달렸다. 대통령으로 당선돼서 결과가 좋게 끝나긴 했지만.

 

또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 뉴스도 전세계에서 히트를 치기도 했다. 그러자 메르켈은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독일 법무장관은 가짜 뉴스 유포자를 형사 처벌 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또한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가 판을 칠 것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12월 7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카톨릭 주간지 인터뷰를 통해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짜 뉴스 때문에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사이에 핵 전쟁까지 운운하는 사건도 있었다.

 

> 가짜 뉴스 때문에 핵전쟁 일어날 수도 - 파키스탄, 이스라엘 사건

 

(페이스북으로 페이크를 즐겨보세요. 페이스북)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에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대선에서 가짜 뉴스의 영향이 컸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대선 기간 중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공유한 기사들 중 40% 이상이 가짜 뉴스였다는 보도도 있다.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도 가짜 뉴스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일들이 생겼고, 또 발생하고 있다.

 

이런 뉴스들이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서, 페이스북을 페이크북(fakebook)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세계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걸러내든지, 차단하든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했다.

 

저커버그는 처음에 "페이스북의 대부분 뉴스는 진짜 뉴스고, 가짜 뉴스는 아주 조금 뿐이다", "페이스북은 플랫폼일 뿐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저커버그는 가짜 뉴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일단은 가짜 뉴스인지 사람들이 체크하도록 해서 그걸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할 듯 하고, 후에 인공지능으로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기술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구글도 검색과 애드센스를 통해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법적인 조치나 기술적인 조치도 완전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외신에서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결국 최종적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걸러내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BBC에선 가짜 뉴스 바로잡기 퀴즈도 만들었다. 퀴즈 페이지 캡처)

 

 

우리도 트럼프를 원하는가

 

사실 미국 대선 기간동안 나온 가짜 뉴스들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메신저 등으로 접했던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럴듯한 가짜 뉴스가 돌면, 이 뉴스를 짜집기 해서 재생산 하는 곳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이걸 팩트체크 하겠다며 주류 언론들이 덤벼들면, 미흡한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며 또 다른 가짜 뉴스가 생산됐다. 그 속에서 보고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 그런 뉴스들을 마구 소비하며 별 생각없이 좋아요를 눌렀다.

 

한국도 이제 곧 대선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유언비어나 거짓 정보들이 메신저 등을 통해서 돌아다닐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 대선에서 배운 테크닉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가짜 뉴스에 대한 대책을 국민들 스스로가 세우지 않으면, 우리도 트럼프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p.s. 참고자료

* 가짜 뉴스 때문에 핵전쟁 일어날 수도 - 파키스탄, 이스라엘 사건

* 獨법무장관 "가짜뉴스 유포자 형사처벌" 법원·검찰에 지시

* 트럼프 당선 도운 '거짓뉴스 매체'.."뉴옐로저널리즘"

* 참다못한 누리꾼 수사대 "이건 가짜" 댓글달기

* 美 '가짜뉴스' 현혹 총격까지..'피자게이트' 가게 피해

* 세계 정치권 뒤흔드는 '가짜 뉴스'의 모든 것

* Germany threatens to fine Facebook €500,000 for each fake news post (qz)

* This Analysis Shows How Fake Election News Stories Outperformed Real News On Facebook (BuzzFeed)

* The rise and rise of fake news (BBC)

* Glenn Greenwald Reveals How Pro-Clinton Trolls Originated Fake News Factory (Sput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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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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