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벚꽃 명소, 중랑천 장안벚꽃로 꽃길 걷기
'장안벚꽃로'는 중랑천을 따라서 군자교부터 휘경2동 주민센터 아래의 연륙교까지 약 3.4킬로미터 길이로 이어진 산책로다. 장안벚꽃길, 장안 뚝방길 등으로 불리는데, 서울 한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을 따라 나 있는 좁은 산책로라서 지도로 보면 차도로 선이 그어져 있어서 헷갈릴 수 있다.
어쨌든 이 길은 평소에는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는데, 봄에는 벚꽃이 제법 볼 만 해서 동대문구에선 꽤 유명한 곳이다.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서 축제를 열기도 하는데, 마침 주말에 축제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서 그 전에 갔다왔다. 당연히 주말에 축제까지 열리면 사람이 꽉꽉 들어차서 아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상된 개화시기와 벚꽃 축제를 단 며칠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도, 생각보다 벚꽃이 많이 피지는 않았다. 아직 꽃망울이 닫혀 있는 상태이거나 이제 자라고 있는 모습이라, 이번 주말에도 과연 만발할지 의문일 정도였다. 물론 꽃은 생각보다 빨리 자라고, 예상치 못 한 시기에 갑자기 터져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어찌될지 알 수는 없다. 잘 되겠지 뭐.
어쨌든 내가 간 시점에는 아직 꽃이 덜 피었다. 날은 맑지만 최근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불어서 쌀쌀해져서 잠깐 주춤한 것이 아닌가 싶다. 벚꽃보다는 개나리 구경을 한 셈이다.
중간에 볕이 잘 들면서도 이상하게 바람이 안 부는 곳에 있는 한 나무는 정말 팝콘처럼 이미 꽃이 터져 나와 있었다. 이 시기에 꽃이 만발한 나무는 한 그루 밖에 없어서,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이 나무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했다.
이런 것을 다른 각도로 찍어서 여러장 올리면 마치 이 길이 벌써 꽃으로 만발한 것 처럼 보이겠지. 그래서 미디어는 사진을 보여준다해도 믿으면 안 된다.
실제로는 대략 이런 분위기다. 물론 남단은 꽃이 핀 나무가 많은 편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덜 됐다.
중간중간 운동기구와 쉼터가 있고, 장식 겸 그네도 있다. 이런 그네는 주말이면 항상 커플이 차지하고 있다. 좀 한적하게 즐기려면 휴가를 내든지 해서 평일에 가는게 좋겠지만, 벚꽃철에는 그래봤자 사람 많다.
이 동네가 조금 외곽이고, 무리해서 멀리서 찾아올 만큼 예쁜 곳은 아니라서 약간 덜 알려져 있긴 한데, 그래도 동대문구 쪽에선 꽤 유명한 곳이라 사람 많을 때는 엄청 많다. 이 주변에 아파트도 많기 때문에, 그 주민들만 다 모아도 길이 꽉 들어찰 테다. 이 근처 갈 일 있으면 겸사겸사 한 번 가보는 걸로 생각해두자.
봄 바람 휘날리며 둘이 걷다가 너무 걸으면 연골 닳는다. 젊을 때부터 조심하자. 무조건 많이 걷는게 다 좋은 건 아니다.
여긴 이륜차와 자전거 진입금지인데 자전거도 많이 다니는게 흠이다. 길 끝쯤에 자전거 창고인가 뭔가를 둬서 더 그런 것 같다. 좀 대책을 세웠으면 좋으련만.
길의 북단보다는 남단이 좀 더 볼만 한 모습이다. 그러니까 장한평 역 옆쪽의 군자교에서 출발해서 적당히 구경하다가 빠져나가면 되겠다.
주말을 피해서 어느 바람부는 날이나 비 오는 날에 다시 한 번 찾아가 볼 생각이다. 벚꽃길은 꽃이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예쁘더라. 어쨌든 대충 꽃놀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