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산 산책로, 의릉 쪽 탐방 코스 돌아보기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천장산은 옛날부터 오랜시간 안기부 건물이 있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에 '천장산 산책로'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산 일부 탐방로가 개방됐다.
아직도 의릉과 홍릉수목원(홍릉시험림), 그리고 경희대 등이 산 일부를 조각조각 소유하고 있어서 여기저기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도심 속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다른 동네 산과는 달리 오르는 길이 많지 않은 이유다.
여기다가 최근에 '천장산 하늘길'이 개통됐는데, 이건 또 다른 길이다. 산책로와 만나지 않는 독자적인 코스인데, 사람들이 산책로와 하늘길을 모두 '천장산 둘레길'로 혼용해서 부르다보니 처음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최근에 개통한 천장산 하늘길을 원한다면 아래 글을 보자.
> 천장산 하늘길, 산림과학원 이문어린이도서관 코스 산책로 탐방
여기서는 '천장산 산책로'를 둘러본다.
대략 '서울 의릉' 입구에서부터 산책로가 시작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안내판 지도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자.
이쪽 방면에서 시작하려면 의릉 매표소 입구를 먼저 찾아가면 된다. 지하철은 신이문 역이 가깝다.
의릉은 입장료 천 원을 내고 표를 사야한다. 위 사진은 입장권 받는 출입구 바깥에서 찍었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며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천장산 정상은 의릉 안쪽에 있는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
천장산 산책로는 정상 부근까지는 가는데, 살짝 아랫쪽을 찍고 내려간다. 하지만 의릉 꼭대기가 경치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나무로 시야가 많이 가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을 타는게 목적이면 정상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무료 산책로를 올라가도록 하자.
의릉 입구를 지나서 아주 조금 더 올라가면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입구가 나온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평일에는 일반인 입장을 막고 있다. 주말에는 개방을 한다고 하니 날을 잘 맞춰서 가자.
평일에 산책로를 탐방하려면 반대쪽 일부를 타는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사실 한예종에서 '돌뫼 어린이공원'까지는 낮은 언덕 하나를 넘는 길 뿐이라 큰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한예종 입구를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간 모습인데, 이쯤에 눈에 띄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이 나오면 길을 꺾어서 천장관 쪽으로 가면 된다. 맞은편에 이정표가 있으니 잘 보고 가자.
이정표에 '천장산 산책로 입구'라고 돼 있다. 저쪽 길을 조금 올라가면 천장관 건물이 보이는데, 건물이 보일 때 쯤 산쪽을 보면 산책로로 들어가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주위를 잘 살피며 걸어가면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 놓여 있기 때문에 길은 찾기 쉽다.
천장관 앞쪽 안내판에 나와있는 산책로 지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가도 되지만, 사실 입구로 들어가면 길도 그리 많지 않고, 이정표도 잘 돼 있어서 쉽게 전망대까지 갈 수 있다.
한예종 천장관 앞쪽에서 시작하는 산책로는 이런 분위기.
처음 가면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길을 따라서 조금 가다보면 후문 쪽으로 가는 길과 산책로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잡으면 된다.
본격적인 산책로에 들어서면 이렇게 나무 데크가 쫙 깔려져 있다. 산책로 내내 흙바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폭풍우 몰아쳐도 산책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뭔가 60년대스러운 시멘트 계단도 나오고
인근 주택가와 길을 차단하는 높은 담장도 나온다. 이래서 서울 시내 여느 동네 뒷산과는 살짝 다른 분위기다. 옛날에 안기부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안기부스러운 분위기라는 느낌도 든다.
그렇게 약간의 오르막을 걷다보면 조그만 쉼터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내리막길이다.
내려오면 '돌뫼 어린이공원'. 동네 주택가에 있는 작은 놀이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등산을 시작하거나 끝낸다. 사진으로도 봤겠지만, 한예종에서 여기까지는 딱히 볼 게 없다. 그냥 담장과 철조망으로 막혀진 산길이구나 하는 정도.
철조망은 여기서부터 시작해도 전망대까지 많이많이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전망대까지 바로 쭉 올라갔다고 쭉 내려갈 수 있다.
그러니까 굳이 입장 통제하는 학교까지 가지말고, 여기를 시작이나 끝지점으로 삼는게 좋겠다.
놀이터엔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더라. 어미가 새끼고양이들을 데리고 다니던데, 한 놈은 사람을 아주 무서워하고, 한 놈은 호기심 가득하게 닿을랑 말랑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어쨌든 아까 내려왔던 길에서 계속 직진해서 가면, 놀이터 한 쪽 끝에서 다시 산책로 데크가 시작된다. 놀이터가 손바닥만 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여기 안내판에 나와있는 지도. 본격적인 산행은 이 구간부터다. 왼쪽편에 있는 '전망데크'까지 계속 오르막 계단이다.
정말 한 치의 쉴 틈도 없는 끝없는 계단을 볼 수 있다. 중간에 평지 따위도 없다. 계속 계단이다. 이러면 겁 먹을 것 같은데, 천장산 자체가 높지 않은 동네 언덕 수준이라 그리 많이 걷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올라가면 의릉과 구분해놓은 펜스가 나온다. 이 펜스를 계속 옆에 끼고 걸어가기 때문에, 의릉 안쪽의 탐방로도 구경할 수 있다.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중간쯤에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길이 나온다.
계속해서 계단계단. 의릉쪽에는 계단 아닌 오르막길도 있던데, 이쪽은 최첨단 데크로 중무장했기 때문에 막 그냥 계단이다.
계단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터덜터덜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느닷없이 '엥? 설마 이게 전망대야?' 싶은 곳이 나온다. 정말 쌩뚱맞게 느닷없이 튀어나오니 마음의 준비를 하자.
나도 처음 갔을 땐 여기가 그냥 잠시 쉬었다 가는 쉼터인 줄 알았다. 근데 정상 바로 아래 전망데크다. 천장산 산책로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산으로 양 옆과 뒷쪽이 다 막혀 있어서 그리 대단한 전망은 기대할 수 없다. 대강 아파트 몇 개가 내려다보이네 정도로 만족하자.
전망데크에 지붕이 있어서 비를 막아주기 때문에, 여기는 오히려 비가 좀 오는 날이 더욱 운치있다. 하지만 산책로와 전망대 모두 모기가 좀 많다는 것이 흠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는 모기도 많다. 모기 맛집이다.
뒷쪽을 보면 펜스 너머로 의릉 안쪽 산책길이 보이는데, 언뜻 보면 정동진 느낌이 난다.
세상에는 세 가지 이념이 있는데, 자본주의, 공산주의, 추락주의다. 한국은 은근히 추락주의가 여기저기 많이 붙어있어, 세상은 개똥같으니 추락을 하자는 주의를 은근히 심어주고 있다. 지배층의 음모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쉬다가 다시 가던 길을 가면 된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을 감각적인 사진 테크닉으로 표현해봤다. 물론 렌즈에 물방울이 묻어서 흐려진 거지만, 순간의 찰라를 찍은 아트라고 우기면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니 빗방울 하나만 묻어도 사진에 뿌옇게 나온다.
저 윗쪽 펜스 너머로 살짝 보이는 곳이 진짜 정상이라고 한다. 의릉 안쪽에 있다. 근데 높이가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쪽도 나무로 시야가 많이 막혀 있어서, 저기서 뭐가 보일까 싶을 정도다.
산책로는 여기서 90도로 꺾어지면서 바로 하산하는 계단이 나온다.
이제 하산이다. 등산했다고 하기에는 좀 싱거운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동네 사람들이 비가 와도 가볍게 차려입고 많이들 길을 지나다닌다.
낙엽이 쌓여 있는데 왜 가을이 아닌 것인가.
내리막 계단을 신나게 내려가면 작은 공터가 나온다. 그런데 이 동네 참 희한한 것이, 전망대에도 큰 거울이 두 개나 달려 있었고, 공터마다 거울이 있다.
이런걸 컨셉으로 잡아서 마을을 꾸며도 재밌겠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우리 동네는 거울을 여기저기 설치했어요, 하면서 소크라테스 마을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겠고.
이제 대충 '성북정보도서관'을 목표로 잡고 가면 된다. 건강마당으로 가도 결국은 그쪽으로 가야한다.
이쪽 펜스 너머는 국립산림과학원 부지다. 내가 보기엔 그냥 아무 산이나 마찬가지인데, 뭔가 연구를 하나보다.
길을 가다가 펜스 너머를 보면 뭔가 다른 산과는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잘 조성한 그런 분위기.
그렇게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자동차 다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나온다. 여기는 도서관 뒷동산 쉼터 정도 된다.
여기서 쉼터 옆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성북정보도서관으로 갈 수 있다. 이 근처에는 마을로 내려가는 길들이 많으니 적당히 내려가면 되겠다.
이 도서관에서 6호선 상월곡역까지는 약 100미터 정도 거리니까, 알아서 집에 잘 가면 된다.
그런데 도서관 반대편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규모는 작지만 나름 벽화마을을 구경할 수 있다.
'삼태기 마을'이라고 하는데, 지도에는 안 나오는 이름이고 크게 유명하지도 않고, 일부러 찾아가서 구경할 정도도 아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세트로 구경하기 좋다.
길바닥에 이런 그림이 보이면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보자.
벽화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미 사진이 너무 많으니 이 마을은 다음 글로 따로 빼겠다.
관심 없으면 그냥 집에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