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 박물관마을, 돈의문 전시관 구경하기
한양도성을 드나들 수 있던 문들 중 하나였던 돈의문은, 1915년 일제가 도로확장을 이유로 철거했다. 이후 이 지역의 새문안마을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가옥들부터 1980년대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이 마을도 전면 철거해서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을 채택해서 조그만 마을 전체를 박물관처럼 만들어 보존하는 형태로 재탄생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 가보면 하나의 동네가 외형을 유지하면서 마치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1절을 맞이해서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나 3.1운동 사진 전시 같은 여러가지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마 나중에 가면 이런 것들은 모두 없어졌을 테다.
어쨌든 여기는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마을광장. 다양한 행사를 벌일 용도로 만들어졌을 듯 한데, 아무 행사도 없을 때는 의자를 좀 많이 놔두면 좋을 텐데 싶다. 사진에서 왼편으로 가면 서울도시건축센터와 강북삼성병원이 나오고, 한옥을 따라서 넘어가면 경희궁이 나온다.
'독립운동가의 집' 담벼락에는 김구, 유관순, 안중근 등의 독립투사가 한 데 모여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집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 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의 집이라서 해놓으니 그런가보다 하는데, 내가 못 본 건지 이 집에 얽힌 사연 같은 것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집을 구경한 것 같다. 거실 안쪽 방에 독립운동가 사진이 있는 듯 한데, 들어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어서 일단은 안 들어갔다. 모르겠으면 일단은 안 들어가는게 기본이니까. 세세하게 신경써서 안내문을 좀 써 놓으면 좋겠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젤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 보다, 마네킹이 사진을 들고 있는 형태로 사진 전시를 하니 조금 독특한 모양이 나왔다. 밤에 보면 좀 으시시 할 것 같기도 하지만.
광장 바로 옆쪽에는 '돈의문 전시관'이 있다. 처음 보면 가정집 같이 생겨서, '들어가도 되나?'하며 망설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망설이는 사람들이 문 앞에 있어서, 나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전시관이니까 그냥 들어가면 된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월요일은 휴관이다.
돈의문 전시관은 한정식집인 한정,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지오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두 건물을 연결해서 관람할 수 있게 돼 있어서, 어느 쪽으로 들어가든 2층을 통해서 오갈 수 있다. 유적전시실에서는 경희궁 궁장 유적을 볼 수 있다.
동선이 좀 꼬여서 유적전시실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물론 찬찬히 구경하면 이럴 일이 없는데, 저 문 밖에는 뭐가 있을까 싶어서 마구 다니다보면 이런 삽질을 하게 된다.
홍파동 골목 모형. 이제는 없어진 옛 골목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놓은 모형이다. 잘 찍으면 이 모형에서만 좋은 사진 여러 장 찍을 수도 있겠더라.
아지오와 한정, 서대문 쪽에서는 꽤 유명한 식당이었나보다. 건물 내부를 보니 아지오는 꽤 비싼 식당이었을 듯 하다. 지금도 아무리 유명해도 비싼 식당은 난 모른다. 알고싶지 않다. 나중에 전시관으로 바뀌면 찾아가봐야지.
모형의 규모가 꽤 크다.
이 동네가 옛날에 과외방으로도 유명했다고. 어떤 신문사가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기거할 수 있게 기숙사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 그랬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가서 읽어보자.
이걸 보다가 생각난 건데, 이 동네에서 '과외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과외 특강 같은 걸 해주면 아주 대박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하자는 건 아니다.
전시관은 조선시대 돈의문 일대 역사부터 시작해서, 개항 이후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동네 역사들을 소개한다. 이 건물 자체도 근현대 건축 양식을 볼 수 있어서 외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다.
전시관 규모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의외로 볼 것들이 꽤 있다. 그런데 아직 좀 빈 공간이 많아 보이고,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만족할만큼 풍부한 전시 자료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그냥 부담없이 이런 동네였구나하면서 구경하면 된다. 날 좋을 땐 옥상을 개방해서 전망대 겸 휴게소로 사용하면 좋을 듯 하다. 경희궁이 잘 보일 것 같던데.
한쪽 옆으로는 한옥 골목이 나 있다. 한옥이 열 채 정도 있는데,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것을 운영하는 영업장 같은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유료 체험장이라 선뜻 들어가보기 무서웠는데, 한 곳은 개방된 형태로 돼 있어서 들어가봤다. 여기도 닥종이 공예 교실 같은 것으로 쓰이는 공간인 듯 한데, 마침 사람이 없었다.
이 조합 너무 이쁘다. 이런 것 집에 걸어 놓으면 좋겠는데. 한 달 만에 먼지 쌓여서 더러워지겠지. 빨려면 또 귀찮겠지. 그러면 처박아두겠지. 아이고 슬퍼. 일단 넓은 집이 있어야겠어.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기록 기억' 전시를 보러 간 김에 간단하게 둘러봤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조금만 구경하고 나왔는데,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보면 조금 더 볼거리가 있는 듯 하다. 나중에 시간 되면 동네 전체를 둘러볼 생각이다. 그런데 날 풀리면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질 분위기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홈페이지에도 아직은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아직 동네 조성을 진행중인 듯 하다. 광화문과 정동길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예술가들을 입주시키거나, 정기적인 플리마켓 같은 것을 연다거나 하면 금방 인기있는 동네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