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현충원 수양벚꽃 구경하기
국립서울현충원은 나름 아는 사람은 아는, 서울의 벚꽃 명소다. 벚꽃이 길게 늘어선 길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긴 머리를 풀어내리듯 아래로 늘어진 수양벚꽃을 볼 수 있고, 현충원이라는 장소의 분위기가 있어서, 다른 곳과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조용히 산책을 할 수 있다.
해마다 벚꽃이 필 때 쯤엔 현충원에서도 행사가 열리는데, 호국의 봄 같은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사실상 벚꽃축제라고 볼 수 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너무 떠들고 놀 곳은 아니지만, 꽃 피는 때를 틈타서 한 번 쯤은 현충원이라는 곳을 구경가는 기회로 삼아볼 만 하다.
지하철 동작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정문이 나온다. 때때로 시커먼 유니폼을 착용한 사람들이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을 때도 있는데, 입장료 같은 건 없으니 신경쓰지 말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 단, 자동차는 마음껏 들어가지만 자전거는 입장할 수 없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호국분수대가 보이고, 그 너머로 현충문과 현충탑이 보인다. 부지가 꽤 넓고,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작은 언덕을 오르는 산행이 될 수도 있는데, 꽃놀이를 즐기며 현충원을 둘러볼 요량이라면 굳이 언덕 위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다. 대략 현충탑 정도까지는 평지이고, 거기까지가 벚꽃을 구경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보면 된다.
특히 현충문 뒷편에 있는 작은 정자인 충무정이 벚꽃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 꽃놀이 가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쪽으로 향한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종합민원실이 있는데, 그쪽 길을 따라서 쭉 걸어올라가면 나름 벚꽃길을 걸을 수 있다. 정문 언저리에서 화장실까지가 대략 벚꽃길이라 볼 수 있다.
딱 봐도 오래된 느낌이 드는 벚나무. 많지는 않지만 이런 수양벚꽃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목련도 조금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직 때가 아닌 듯 싶었다.
아직 꽃이 덜 폈을때 방문했는데, 희한하게도 화장실 주변은 꽃들이 활짝 펴 있더라. 영양 공급이 잘 돼서 그런건가.
사실 현충원을 방문해서 꽃 사진 올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정문에서 화장실까지의 길과, 충무정 근처에서 벚꽃 사진을 다양한 각도로 찍어서 여러장 올린다. 그쪽 외에는 딱히 크게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놀이를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현충원이라는 곳을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가는게 좋다.
여기까지 왔으니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안쪽까지 올라가봤다. 그런데 차들이 너무 쌩쌩 달려서 좀 눈살이 찌푸려진다. 거의 이 안쪽 길을 드라이브 코스로 이용하는 듯 하다.
현충원이라는 시설, ...
한 바퀴 둘러보고 나가면 끝. 사진 찍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 돌아보는것은 금방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때때로 여기를 벚꽃 명소라고 소개하기도 하는데, 그렇게만 소개하면 찾아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매년 벚꽃 명소를 찾아서 사람 많은 식상한 곳을 찾다가 조금 색다른 곳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현충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꽃놀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감이 있어서 실망을 안고 돌아가기 일쑤다.
여기서 약간의 팁을 주자면, 동작역 1번 출구로 나가면 '허밍웨이 길'이라는 작은 산책로가 나온다. 이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통행할 때 사용하는 아주 작은 길인데, 길을 따라 벚나무가 쭉 심어져 있다. 현충원 꽃놀이가 만족스럽지 못 했다면 여기를 한 번 들러보자. 길지는 않지만, 길을 따라 걸으며 꽃놀이를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반포천 산책로이고, 허밍웨이는 저 윗쪽에 벚꽃이 보이는 길이다. 그리고 지도에서도 '허밍웨이 길'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헤밍웨이가 아니니 주의하자.
현충원을 대강 둘러보고 나와서 동작역을 통해서 허밍웨이를 걷고, 구반포역으로 들어가면 하나의 루트가 완성된다. 현충원 나들이의 확장판 정도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