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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꼽히는 서울 벚꽃 명소, 석촌호수 벚꽃축제국내여행/서울 2019. 4. 7. 16:08
석촌호수는 명실공히 서울에서 손 꼽히는 벚꽃 명소다. 지도로 보면 조그만 물 웅덩이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호수 주위로 나 있는 산책로가 은근히 길고, 그 길을 따라 피어 있는 벚꽃도 꽤 수가 많아서 반나절 산책 코스로 시간을 보내기 좋다.
하지만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등이 바로 호수 주변에 있는데다가, 잠실이라는 지역 특성상 주변 아파트 주민도 많고, 관광객도 많고, 덩달아 벚꽃 개화 시기가 되면 꽃을 보려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꽃놀이 하러 갔다가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오기 십상이다.
이건 여의도 벚꽃축제 등 소문난 벚꽃 명소들이 모두 마찬가지인데, 특히나 석촌호수는 산책로 중간에 빠져나갈 길이 마땅치 않아서, 모두 어쩔 수 없이 길을 걸어야만 하는 상태가 되는 구간들이 꽤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밀도가 더욱 높은 편이다.
평상시에는 동쪽보다 서쪽편이 사람이 더 적은 편이지만, 벚꽃축제 때는 딱히 그런 것 없이 모두 꽉꽉 들어차 있기 때문에 별 수 없다. 그냥 벚꽃과 범벅된 사람을 함께 구경하기로 마음먹고 가는 편이 좋다.
비싸서 올라가볼 수 없었던 롯데타워. 이래저래 지나다니며 껍데기는 많이 봤는데, 언제쯤 전망대에 한 번 올라가보려나. 어쨌든 이제는 그나마 석촌호수에 저 높은 빌딩이 있는 것이 그리 많이 어색하지는 않다. 계속 보다보니 익숙해진 거겠지.
2019년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4월 5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주말에는 음악회, 댄스무대, 가요제 등 예술문화 공연과 각종 행사가 열리고, 평일에는 주로 중앙무대에서 버스킹이 열린다. 아무래도 주말은 떠들썩하고, 평일은 좀 차분한 형태다. 하지만 이 시기엔 평일이라고 절대 한산하지 않다.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있더라.
석촌호수 벚꽃놀이의 특징이라면, 여의도보다는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고,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꽃을 배경으로 한 각종 셀카 포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정말 인스타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그 거시기 한 표정과 포즈들을 현실에서 실제로 볼 수 있다.
그것도 한두 명이 하는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그러고 있으니, 어찌보면 꽤 괜찮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셀카를 잘 찍고 싶거나, 혹은 아마추어로 모델 포즈를 연구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꽤 좋은 공부가 될 수도 있겠다. (아이고...)
미어터질 정도로 미어캣 같은 떼거지 인파만 아니면 길따라 벚나무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길 자체는 예쁘다. 산책로 자체로는 꽤 괜찮은 곳이다. 야간에도 조명이 잘 들어와서 꽃놀이 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 마땅히 갈 곳이 없거나 시간이 안 맞다면, 야간에 석촌호수나 한 번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평일에도 야간에는 사람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매직아일랜드의 자이로드롭에서는 계속해서 비명소리가 들려와서 벚꽃과 아주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연출해주고 있다. 정말, 아아, 중간에 끊고 나가고 싶은데 나가는 길이 없어서 고생스러웠다. 물론 적당히 출구가 있고, 거리도 멀지 않은 편인데, 사람에 치여서 기어가다시피 하고 있을 때는 이게 좀 고역이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여기저기서 싸우는 커플들도 많이 눈에 띈다.
보니까 대체로 싸우는 이유는 이런데 나와서 왜 자꾸 툴툴거리냐는 거다. 호수 보이고 벚꽃 보여서 와아하고 감탄하는 것도 처음에 한 십 분만 그렇지, 이렇게 좁고 사람 많은 곳은 걷다보면 금방 지치게 마련이다. 둘 다 지친 상태에선 누가 더 잘못했다 할 것 없이, 서로 조금만 건드리면 짜증이 폭발하기 때문에 그런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어차피 커플따위 대부분이 어떻게든 헤어질 인연일 뿐이므로, 여기서 싸워서 헤어질 커플이라면 다른 어떤 이유로라도 헤어질 운명일 뿐이다. 깔끔하게 헤어지고 상쾌하게 혼자서 나머지 꽃놀이를 즐기는 것도 벚꽃축제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
사실 석촌호수 주변은 길이 두 개로 돼 있다. 한쪽은 호수 가까이 내려가서 벚나무 사이로 걷는, 일반적으로 구경 간 사람들이 걷는 길이고, 다른 길은 그 윗쪽으로 거의 통행을 목적으로 나 있는 기능적인 길이다. 물론 여기까지 일부러 구경을 간 사람들은 아랫쪽 예븐 길을 걷지만, 집에 가는게 목적인 주민 같은 사람들은 윗쪽 차도 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
그런데 윗쪽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사람에 안 치이면서도 나름 꽃길을 살짝 념겨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걷다가 지치면 윗쪽 길로 나와서 버스를 타러 가든지 하자. 여기쯤에서 꽃잎이 코에 떨어졌다고 짜증내고 싸우는 커플을 봤는데, 저럴거면 그냥 윗쪽 길로 가지 싶더라.
대략 한 바퀴 돌면서 정말 많은 인스타 포즈들을 봤다. 포즈 연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만큼 도움이 됐다, 아무짝에도 쓸모는 없지만. 어쨌든 이 동네는 낮보다 밤이 더 예쁜 동네이니, 한 번 쯤은 야간에 가보도록 하자.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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