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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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 Back사진일기 2020. 11. 28. 01:39
꿈을 꾸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제발 꿈을 깨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슬픈 꿈을 꾸고나면 세상은 또 한번 서글퍼진다. 내가 글을 쓰지 않게 된 것은 방구석에서 인생을 논하는 자들의 글월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을 깨달았을 때부터였고, 내가 아무 글이나 써갈기기 시작한 것은 세상의 모든 시인의 시들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부터였다. 삶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고, 죽음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알고있다, 세상은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미 당신은 목격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써갈겨도 아무 글이나 나온다는 사실을. 돈이나 권력이 있다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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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서울 안드로이드 탈출, Cyberpunk Seoul사진일기 2020. 5. 20. 23:36
지구력 2020년 세상은 이미 안드로이드(Android)에게 점령당하여 인간들은 눈과 영혼을 빼앗겨버렸다. 일각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종, 말루스 도메스티카(malus domestica)가 세상 한 편을 지배했는데, 이들을 합치면 결국 인류가 기계문명에 잠식당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인류문명의 종말기에 서서히 도입된 기계들은 인간과 무척이나 닮아 있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멜랑콜리해지기도 하여 네트(Net) 접속이 느려지거나,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초창기 인류는 기계들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에 어쩔 수 없지라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대안으로 아직 다소 남아있는 아날로그 문명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유와 무의 세계, 있고 없음의 관념은 0과 1의 세계를 낳았고,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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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맛 바나나 행복의 맛일까사진일기 2020. 2. 19. 14:34
바나나에는 '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있는데, 이게 소위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해서 우울한 기분을 달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 가면 좋다지만, 돈도 돈이고 여러모로 귀찮고 힘들고 귀찮다. 그럴때는 간단하게 바나나로 해결해보는 것도 좋다. 물론 과학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현실적으로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언제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고, 실험실에서 증명된 과학적 사실이라도 실생활에 나오면 수많은 변수들로 이상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니까. 행복 호르몬을 생각해내고 스스로 실험양이 되어 최근에 바나나 주입 실험을 해봤는데, 한 열 개 쯤 먹으면 배가 불러서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하더라. 이후 설사가 몰려와서 더욱 행복해지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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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간츠사진일기 2020. 2. 18. 20:00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주변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지도 모르지. 시공간이 물리량이면 그것 또한 조절되고 변화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매일 밤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세상을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그렇다면 매번 계속해서 세계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뜻인가. 지키지 말지 그랬어. 건축물에 쓰이는 금액 일부를 예술물 제작에 써야 한다는 법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별 설명도 없이, 맥락도 없이 뜬금없이 툭 던져놓은 듯 보이는 것들이 많아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저기 물건이 있구나하고 지나칠 뿐. 이왕 쓰는 돈인데 좀 더 신경을 써서 맥락이나 스토리를 만들면 좋을 텐데 싶지만, 세상의 건물주들은 너무너무 바빠서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 듯 하다. 사실 별 상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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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 야간 산행사진일기 2019. 1. 1. 18:20
겨울에 야간 산행. 해 뜨는 것까지 보면 좋겠지만, 추우니까 대충 올라갔다 내려가는 걸로. 동네 뒷산. 해발 10000cm. 동네 뒷산은 거의 매일 올라가니까 거의 매일 위험하다. 에베레스트는 몇 년에 한 번 혹은 일생에 한두번 가니까, 몇 년에 한 번 정도만 위험하다. 따라서 동네 뒷산이 더 위험하다. 아니면 말고. 전문 산악인들이 높고 험한 산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잘 하지 못 하는 혹은 하기 어려운 것을 해야 이름이 알려지고, 그래야 스폰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냥 산이 좋아서 오르는 거라면 조용히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그래서는 세계의 여러 산을 가 볼 돈과 시간이 나지 않지. 급하게 오르다 사고가 나는 것도, 이미 정해진 일정과 비용이 있기 때문. 높은 산도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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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 서울식물원사진일기 2018. 12. 30. 23:57
서울식물원에 갔다가 식물문화센터에서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취재하다가 막간을 이용한 이벤트로 준비된 수업이고, 식물원에서 이런 것도 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이었다. 온실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다른 사진들은 많이 찍었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이 수업 컷은 몇 장 사용하지도 않았다. 찍어놓은 사진을 올려놓는다는 의미로 가볍게 포스팅. 서울식물원을 전체적으로 소개한 것은 지난 글을 보시라. * 동남아 대신 서울식물원 - 서울에서 열대와 지중해 식물을 만나보자 온실 구경을 마치고 식물문화센터 프로젝트 룸으로 가니, 테이블에 풀과 함께 뭔가 이것저것 놓여 있었다. 전나무, 수국, 유칼립투스, 시나몬, 말린 귤 등 다양한 재료들이 놓여 있어 보기만해도 화려하기도 했지만, 향기가 더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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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Snow사진일기 2018. 11. 29. 16:22
11월에 눈이 내렸다.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 영혼이 습기가 많고 눈이 내리는 11월이 찾아오면, 나는 산으로 가야한다. 11월에 눈이 내리면, 험한 설산을 목숨 걸고 올라가보자. 에베레스트에 버금가는 동네 뒷산. 해발 10,000cm. 높은 고층빌딩이 내려다 보이는 것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내려다보면 적도지역은 까마득히 아래에 있다. 그러니까 우린 항상 상대적 위치에서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설산을 오르면 정신승리를 할 수 있다. 정신일도 쓸데음슴. 때때로 너무 집중을 하면 앞도 안 보인다. 그러다가 미끄러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노예에게 다른 길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집중을 강요한다. 사회를 통제하려면 앞만 보는 사람들이 많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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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번 째 밤에사진일기 2012. 11. 22. 05:20
이제 놓아줄 때도 됐지. 밤마다 잠 못들던 나의 벗. 4천 번 째 밤에 너를 보낸다. 안녕, 이제 우린 다시 만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