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일부터 창경궁은 야간 상시관람을 시행하고 있다. 

 

경복궁 등 여러 궁은 특별한 기간에만 예약을 받아서 야간관람 행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제 창경궁은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아도, 월요일 휴궁일만 피해서 가면 언제든 야간 관람을 할 수 있게 됐다.

 

야간 입장을 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입장 시간이 밤까지 연장된 형태다. 그래서 창경궁 관람시간은 이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하지만 입장시간은 오후 8시까지다. 즉, 밤 8시까지 입장을 한 사람들만 밤 9시까지 관람을 할 수 있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야간에도 입장료는 동일하다. 만25세부터 만64세까지 1,000원. 그 외 내국인은 무료다. 물론, 한복 착용자도 무료 입장 가능하다. 무료 입장 대상자도 무료 입장권을 받아서 들어가야 한다.

 

아무래도 야간 관람은 제약조건이 있다. 창덕궁으로 통하는 함양문을 이용할 수 없고, 관람할 수 있는 범위도 낮보다 좁다. 대략 정문인 홍화문에서 대온실까지만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2월 28일까지 야간에는 대온실 내부를 개방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궁궐 야간 관람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기회였고, 밤에는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어서, 나름 색다른 운치를 즐기기 좋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야간에 창경궁을 입장하는 관람자 선착순 200명에게는 청사초롱(청사등롱)을 무료로 빌려준다. 밤이라 어두운 길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고, 사진을 위한 예쁜 소품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걸 들고 서로 포즈를 잡아 사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주다가도 아무래도 추우니까 맨 마지막 차례는 그냥 넘기고 튀어버리는 경우가 있더라. 현장에서는 장난으로 받아들이며 웃지만, 나중에 메신저로 서로 사진 주고받을 땐 슬슬 부아가 치밀면서 삐치기 딱 좋다.

 

어쨌든 선착순이라고 하지만, 나갈때는 반납하기 때문에, 등수 안에 들 필요는 없다. 대충 가서 있으면 빌려가는 거고, 없으면 말고 그런 형태다. 홍화문에서 입장권을 보여주고 입장하면, 옥천교 건너기 전 공터 왼편에 청사초롱이 줄줄이 걸려 있다. 별다른 절차 없이 그냥 들고가면 된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명정전까지는 비교적 불도 잘 밝혀져 있고, 사람도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입장하자마자 길따라 쭉 가는 곳이니까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몰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야간 개장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관람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일부러 추위가 좀 풀린 금요일 밤을 택했는데도, 한 시간동안 전체 관람객 수는 백여 명 정도도 안 되지 싶었다. 아무래도 아직 좀 덜 알려지고, 날도 추워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명정전 앞까지는 비교적 사람들이 많아서, 청사초롱 들고 다니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런거 들고 불 밝히는 건 하인들이 하는 거기 때문에, 나는 그런거 안 들고 엣헴하고 행차하셨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명정전 내부는 낮에 보는 것과 별 차이는 없지만, 아무래도 밤에는 조금 음침한 느낌이다. 역시 집에는 사람이 살아야 하는구나 싶기도 한데, 조명을 조금 더 예쁘게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뻥 빈 공간들이 너무 휑하게 느껴진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명정전 뒤로 돌아나가 함인정 쪽으로 가면, 너른 마당에 여기저기 불빛들이 흘러나와 고즈넉한 밤의 운치를 느껴볼 수 있다. 사람이 많아도 공간이 넓으니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쯤부터 공간 여기저기에 안전요원들이 많이 보인다. 빨간 경광등을 들고 있는데, 꽤 많은 수다. 자원봉사를 한다해도 차비와 밥값 정도는 지불해야 할 텐데 (그래야 하는게 맞고), 앞으로도 계속 야간 상시 개장을 운영하려면 관람객이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걸 모르고 있었다면 당장 달려가보자. 입장료 천 원이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니까. 거기다가 종로구 주민은 50% 할인이 되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 입장이다. 월요일이 휴궁일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되겠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한 커플이 곁을 지났는데, 남자가 "여기가 전생에 내가 살던 곳이야"했다. 순간 그쪽을 돌아봤는데, 얼굴이 낯이 익다. 아니 너는 김내시 아니냐!라고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군자는 그런 걸 잘 참을 수 있어서 군자동 근처에 산다. 과거는 잊자. 짜식, 이번 생에는 여자도 만나고 잘 살고 있구나. 엣햄.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햄을 샀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함인정에서 춘당지를 지나 대온실로 가는 길은 좀 어두운 편이다. 여기저기 조명이 있어서 아예 길이 안 보이거나 하지는 않고, 길도 평평하니 별로 위험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하자.

 

사실 이런 길보다는 오히려 명정전 쪽을 더 조심해야 한다. 어두워서 잘 못 보고 문턱 같은 데 걸릴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청사초롱이나 후레쉬 같은 것 없이도 잘 다닐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곳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시내보다 좀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 옷이야 입으면 되지만,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더라. 창경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화장실. 화장실 히터에서 카메라를 녹이고 나와서 또 찍고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나중엔 그냥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러니까 사진이 다 흔들리고, 쓸만한 게 안 나오더라는 이야기.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이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카메라와 폰카를 섞어서 찍은 것을 따로 정리하기 귀찮다보니 사진이 뒤죽박죽이다. 그냥 창경궁의 야경은 이렇다 정도로 보면 되겠다.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이렇게 불 켜진 방문 안쪽으로 그림자가 휙 지나가면 바로 창경궁 귀신의집 되는 거겠지.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춘당지를 지나 대온실로 왔다. 춘당지 쯤에서는 추위에 카메라가 작동을 안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사진 그거 찍어봐야 뭐 하겠냐하고 넘어가자.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대온실. 창경궁 내에 있는 나름 식물원. 1909년에 완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 그리 즐겁지 않은 사연은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창경궁하면 떠오르는 곳이 됐다. 온실을 보기 위해서 창경궁을 간 적도 있다. 궁 전체 분위기를 따지면 좀 이질적이지만, 춘당지 주변과는 묘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사실 1월에서 2월 말까지 야간에는 온실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창경궁 가기를 조금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내 경우는 창경궁을 찾는 이유 중 절반은 이 온실을 보기 위함이니까. 그래서 현장에서 온실 내부를 못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는 꽤 실망했다. 창경궁을 반만 보고 온 듯 한 느낌.

 

어쨌든 대온실은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18시 이후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물론 18시 이전, 주간에는 정상 운영한다. 

 

다음번에 창경궁 야간 관람을 갈 때는, 18시 이전에 가서 빠르게 온실을 보고, 해 지면 나와서 야경을 볼 생각이다.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아깝다, 아까워. 온실에 들어가서 파리지옥도 보고, 카메라도 녹일 생각이었건만. 이 엄동설한에 여기까지 왔는데 안에 들여보내주지도 않고 내쫓다니. 아이고 야박해라. 엉엉.

 

창경궁 상시 야간관람 시행 - 창경궁 야경 사진

 

 

아쉽지만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아마 온실 개방을 안 해서 이쪽에 사람이 거의 없는 듯 했다. 그래도 사람 별로 없는 조용한 궁 내부를 산책하는 맛도 있다. 춘당지 주변은 눈이 와서 쌓였을 때 더욱 예쁜데, 어쩌면 올 겨울에는 눈 쌓인 춘당지를 야간에 관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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