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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영산강 자전거길: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국내여행/자전거2017 2018. 9. 14. 18:12

     

    순창군립도서관에서 지도를 보며 숙박업소를 찾아봤다. 모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나왔다. 그 중에 '금산여관'도 나왔는데, 이름이 여관이길래 시골이라 아직 여관도 영업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물론 서울에도 아직 여관이 있긴 하니까, 대략 여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대략, 허름하고 지저분하고 어두컴컴하다 정도.

     

    그래서 몇몇 숙소를 돌아다녀보다가 금산여관은 그냥 지나는 김에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하고 가 본 곳이다. 그런데 이름은 여관이지만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곳이더라. 옛날에 여관으로 운영하던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했는데, 80년 된 한옥이라고.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중앙 마당에 나름 정원이 있는, ㅁ자형으로 구성된 한옥이었다. 한쪽에 주인집이 있고, 나머지 면은 손님들이 묵는 숙소였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마루에 바깥 문을 달아놓은 형태. 시골의 많은 한옥들이 한때 마루에 바깥 문을 다는게 유행했었지.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아직 해가 한참 남아있을 때 순창에 도착했고, 오늘은 일찌감치 마감하고 쉬겠다고 작정한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여기 도착한 때는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이나 남았을 때. 그래서인지 주인도 없었고, 손님도 아무도 없었다. 바깥쪽 방랑싸롱이라는 노천카페만 나른하게 영업중이었다.

     

    오래된 한옥 여관을 개조한 숙소라는 것도 독특했지만, 내가 오늘 여기 묵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 바로 이 꽃신 때문이었다.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꽃신을 보는 순간 오늘은 여기서 묵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끔 인연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할 때도 있다, 여행 다닐 때는 특히나 그렇다.

     

    음식점 앞에서 줄 서는 것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숙박업소 주인에게 전화하는 일인데, 이날은 그 엄청난 위험과 두려움과 귀찮음을 무릅쓰고 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방을 얻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다른 사람들은 감을 잘 못 잡던데, 난 전화통화가 물방개 요리 먹는 것보다 싫다. 이래도 이해 못 할 것 같지만.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바깥 문을 열면 작은 마루와 안쪽 문이 나오고, 안쪽 방문을 열면 당연히 방이 나온다. 방 안쪽엔 작은 화장실이 있었다. 건물 자체는 많이 낡은 편이다. 특히 화장실은 어떻게 봐도 많이 낡은 느낌이 난다. 호텔팩으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곳이다.

     

    하지만 침구류 상태나 화장실 안 소품 정돈 상태, 그리고 방에 책이 몇 권 비치되어 있는 것 등을 보면, 주인이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밤에 불을 켜놓고 덩그러니 앉아 있어도 낡은 건물이 주는 위화감보다는 아련하게 평온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그냥 낡은 여관 건물일 것 같지만, 실제로 가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너무 홍보 느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은데, 돈 다 주고 묵었다. 느낌 좋은 곳이라 소개하는 것 뿐이다. 이런걸 굳이 써야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지만. 어쨌든 1인실 3만 원. 2인실 이상은 5만 원, 7만 원 짜리가 있는가보더라.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이쪽이 주인집 겸 식당 겸 사랑채 겸 여러가지 용도로 쓰이는 공간. 이쪽은 조금 있다가 본격 탐구를 해보겠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낡은 여관을 개조할 때 나온 물건들을 한쪽에 쌓아서 장식을 한 듯 한데, 낡은 티비들을 쌓아놓은게 마치 백남준 예술작품 처럼 보였다. 아무 화면이나 나오게 해 놓으면 바로 아트가 될 텐데. 전기세가 문제겠지. 아트는 돈이 많이 든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금산여관 입구에는 방랑싸롱이라는 노천카페가 있다. 여러가지 음료와 맥주도 파는 듯 했다. 안쪽 게스트하우스는 낮 시간이라 손님들도 다 놀러 나가서 조용했는데, 이쪽 카페는 손님이 좀 있었다. 구경왔다는 외국인들도 있고. 나만 몰랐던 곳이었던가보다.

     

    사실 경치 같은 건 없다. 이 앞은 그냥 골목길이다. 그래서 딱히 볼 건 없는데, 묘하게 멍하니 앉아 멍때리기 괜찮은 곳이다. 일단 밥이 중요했기 때문에, 밥 먹고 와서 여기서 노닥거려봐야지 했는데, 밥 먹고 오니 문을 닫았더라. 따로 캔맥주 하나 사 와서 빈 의자에 앉아 멍때렸는데, 그 느낌 꽤 괜찮았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숙소 앞은 이렇게 바로 골목길이다. 골목 구조가 조금 이상해서, 처음 찾아갈 때는 한 바퀴 빙 돌았다. 딱 한 번만 찾아가면 이후엔 헷갈리지 않는다. 알고보면 단순한 구조다.

     

    이때 내 기분이 그래서였는지, 방랑싸롱과 이 앞쪽 골목을 보니 자꾸 제주도가 떠올랐다. 뭔가 제주도 어느 곳과 비슷한 분위기.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다가 나올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여긴 순창이라 그럴리는 없다. 이 분위기 때문에 원래 예정에 없던 제주도를 갈 결심을 했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큰 길에서 이런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해보려고 찍은 사진이었는데, 이래봤자 알 수 있을까. 그냥 지도보고 한 바퀴만 돌면 된다. 동네 구경도 할 겸 좋잖아. 길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니까.

     

    길 헤매다가 이것저것 주워 보고 듣고 경험한 게 많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행에서는 메뉴얼대로 하지말고 길을 헤매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물론 대부분 헤매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무시한다. 하도 무시를 많이 당해서 무시무시하다.

     

     

    대도시에서는 보통 땅바닥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적혀 있는데, 시골에선 '노인 보호구역'이라고 적힌 곳들이 많더라. 결국 자동차를 서행하라는 것이니 똑같은 내용인데, 시골이 노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여기는 외관이 일단 끌려서, 나중에 출출할 때 들어가봐야지하고 미뤄놨다가 결국 못 간 곳이다. 지금은 밥 먹으러 나와서 밥집을 못 찾고 길을 헤매는 중이다.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뭔가 끌리는 식당이 없어서 이 근방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식전 운동은 소화에 좋다.

     

     

    순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고추장. 역시 동네 여기저기 고추장 가게들이 널렸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고추장이 아니다. 오늘도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싶진 않아.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알고보니 금산여관이 순창 버스정류장에서 아주 가깝더라. 한 300미터 정도.

    지금 시외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뭔가 끌리는 식당이 있지 않을까했는데, 편의점만 눈에 들어오길래 다시 동네 안쪽으로 들어왔다.

     

    숙소를 중심으로 해서 동네 한 바퀴를 빙 돌아서 다시 도서관 앞에 섰다가, 그 근처에 있는 으리으리하게(?) 큰 식당에 그냥 들어갔다. 정치인이나 동호회 등이 회식으로만 찾을 것 같은 커다란 식당이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들어가면 큰 식당이 오히려 잘 받아주는 편이다.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그래서 8천 원 짜리 정식. 나중에 전라도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으이 8천 원에 요것 밖에 안 나와?!' 하던데, 수량만으론 나는 만족이었다. 혼자 먹기엔 양이 좀 많이 편이기도 했고. 전라도에 왔는데 그래도 백반 정식 한 번 쯤은 먹어줘야지해서 내친김에 간 곳이었는데, 맛은 그냥 그냥이다.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그냥 냥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먹거리

     

    디저트 타임. 순창공용버스정류장 바로 앞쪽에 군것질 할 곳들을 미리 봐놨다. 밥 먹고 와서 먹어야지하고 찍어뒀던 곳들을 부리나케 달려가지는 않았고 걸어갔다. 굳이 식당에 안 가도 군것질 만으로도 배를 채울 수는 있을 듯 했는데, 그래도 군것질은 디저트로 하는 게 품위상 좋다.

     

    여긴 조그만 가게였는데 중고생들이 많이 사 가길래, 일단 검증받은 곳이로구나하고 의심 없이 사먹었다. 자타공인 여중생 입맛에게 딱 맞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먹거리

     

    핫도그를 받아서 맛있게 먹는데, 아 자꾸 초딩들이 와서 버거만 사 가는거라. 그래서 질 수 있나, 나도 버거를 사먹어봤지. 결론은 둘 다 맛있다. 서울에 프랜차이즈 내도 되겠더라.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먹거리

     

    옆으로 조금만 가보면 닭강정 집이 있다. 입가심에 닭강정 한 컵. 여기 고추장은 순창 고추장이겠지. 이렇게 순창 고추장도 먹어본다.

     

    근데 닭강정 먹으면서 화가 났다.

     

    순창 버스터미널 주변 먹거리

     

    먹으니까 자꾸 없어져.

     

    좀 쉬었다가 나중에 다시 기어 나와서 맥주 한 캔이랑 안주로 사 먹어야지 했는데, 이 동네는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더라. 거의 해 지면 문을 닫는 듯 하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먹고 자고 뒹굴면 인생에 좋다. 이렇게 보면 방이 작아 보이지만, 사실 좀 작은 것도 맞지만, 키 180 정도는 불편함 없이 누워 잘 수 있다. 에어컨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 좀 더운 날씨였지만 집 안은 서늘했다. 밤에도 선풍기 약하게 켜 놓다가 결국 껐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다른 골목 쪽으로 나가는 작은 문이 또 하나 있는데, 이쪽에 자전거를 세워뒀다. 이쪽 문은 밤에는 잠그는 듯 하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밤에 와서 흐느적거려야지 했던 방랑싸롱이 이날 저녁엔 문을 닫았다. 원래는 해 져도 영업을 한다더라. 난 원래 어딘가 가면 문 닫거나 영업 안 하거나 마침 쉬는 날이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어떻게 일주일에 한 번 씩이나 쉬고, 수시로 행사나 수리 등으로 문 닫는 관광지를 딱딱 맞춰서 잘 입장을 할 수 있는걸까. 정말 신기하다. 내가 정상이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밤이 되어 할 일이 없다. 안채 구경이나 해보자.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일단 이곳은 여기저기 앉아서 멍때릴 수 있는 의자들이 많다. 가끔 공연이나 토크콘서트 같은 행사도 하는가보더라.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식당. 여기 냉장고에서 물도 꺼내 먹고, 조식도 먹을 수 있다. 이날은 주인이 바빠서 조식을 못 챙겨준다며 대신 캔맥주를 꺼내 먹으라더라. 어차피 새벽에 떠나면 조식을 못 먹을 수도 있고, 캔맥주를 사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좋은 제안이었다. 그래도 예의상 약간 실망하는 듯 한 느낌은 풍겨준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뭔가 이것저것 아기자기하게 해놨다. 하지만 남의 집이므로 너무 깊은 탐색은 자제한다. 때가 맞으면 여기서 손님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나보더라.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방 안에는 방명록 공책이 있다. 공책 앞장에는 금산여관 소개글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내용은 직접 가서 보시자. 언뜻언뜻 풍기는 늬앙스를 보면, 주인장도 여행을 꽤 한 사람인 듯 하다. 또 방명록은 다른 사람들이 써 놓은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SNS에서는 접하지 못 할 이야기들이 가끔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이 되니 여기 묵는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처음엔 비수기라 아무도 없나 싶었는데, 손님이 꽤 있었다. 이들은 낮에 어딜 돌아다녔을까 궁금했다. 나는 순창하면 고추장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순창도 뭔가 볼 게 있나보다. 고추장 보러 온 걸지도. 어딘가 가보면 고추장 폭포가 있다든지. 고추장 폭포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선뜻 말을 건내진 못 했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다음날 아침. 이 집 정말 기운도 좋고 아침도 상쾌하다. 부슬비가 오면 더욱 운치있겠다 싶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에 뭐가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금산여관에 묵기 위해서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 숙소에 가보기 위해서 일부러 그 지역에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숙소 주인장이 좋거나, 자체 분위기가 좋거나, 이상하게 또라이들만 모인다거나, 추억이 있거나, 느낌이 좋거나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끌리는 경우도 있다.

     

    금산여관은 자체 분위기와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어느 바람부는 날에 다시 한 번 찾아가보고 싶다. 아마도 이제는 순창하면 고추장 다음으로 금산여관이 떠오를 듯 하다. 순창에 가면 한 번 쯤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 금산여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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