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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당신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듯이, 나 역시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서로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오히려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계 또한 너무나 간단하고 쉬워져서,
잠시 연락만 끊어도 다시는 연락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우리의 만남 또한 그런 인스턴트식 관계를 벗어날 순 없겠지만,
이 행성 한 쪽 끝에서 또 다른 구석으로 이어진 갸냘픈 줄 하나,
그 연약한 줄 하나를 인연의 끈 삼아 근신히 관계를 유지해 간다.
인연의 끈이라는 게 이렇게 약하고도 어설퍼도 되는 걸까,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져 나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길 가다가 문득, 길 모퉁이 어느 곳에서 우연히 생각날 때,
아직 너를 잊지 않았노라고, 너와의 연줄이 끊기지 않았노라고,
살며시 줄을 당겨 그리운 사람을 하나씩 하나씩 나즈막히 불러보자.
먼 곳을 돌아 계속해서 이어지는 나의 길 중간에 문득 네가 생각나서 멈춰 섰다고.
딱히 공중전화를 일부러 찾아다닌 적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아프거나 힘 들 때 공중전화를 보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질 때가 있다.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물론 동전을 넣어가며 전화를 할 수 있지만, 10밧 짜리 동전 하나로 태국에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하면 약 30초 정도 통화할 수 있다 (서비스 회사마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 그 정도 선이다). 동전을 웬만큼 모으지 않는다면 얘기하다가 아쉬움을 남기고 뚝 끊기게 될 테다. 어쩌면 그게 또 공중전화의 묘미일 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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