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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장면의 발상지 인천 차이나타운 -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국내여행/경기도 2011. 5. 31. 16:37


    인천 차이나타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장면이다. 자장면의 발상지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데다가,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중국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까지 가서 자장면 한 그릇 안 먹고 온다는 건 마치, 놀이공원 가서 롤러코스터를 안 타고 오는 것만큼이나 허전한 일이다.

    비단 차이나타운까지 가지 않아도 자장면은 가볍게 한 끼 떼울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 일상에서 친근한 음식이다. 저 먼 외딴섬 절벽 아래 낚싯꾼들이 주문 해도 배달 간다는 자장면. 그런 자장면도 사실은 중국 산둥반도의 작장면(炸醬麵: zhajiangmian)이 시조라 한다. 1884년에 들어온 청국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건너왔을 거라고 추측된다.







    ▲ 이번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 때는 인천 홍보대사인 크리스티나와 비앙카가 나와서 시민들에게 시식용 자장면을 나누어 주었다.



    ▲ 시식용 자장면을 만들고 있는 모습. 엄청나게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새삼 한국인들의 자장면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장면은 우리나라 음식


    지금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이런 한국식 자장면은, 누가, 언제부터 만들어 팔았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자장면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것은 1905년경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때 산동지방에서 온 노동자들이 주로 야식으로 볶은 춘장을 면에 비벼 먹었는데, 이것을 우리나라 부두 노동자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자장면은 1950년대 중반에 캐러멜이 첨가된 춘장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식 자장면의 형태를 갖추었다. 이 때부터 자장면이 까만 색이 되었고, 단맛도 많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중국에도 쟈쟝미엔이라는 이름으로 자장면과 비슷한 음식이 있긴 있지만, 우리의 자장면과는 아주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북경 근처 조그만 소도시에서 차를 기다리며 호기심에 맛 본 자장면은 국물이 흥건한데다가, 고수도 듬뿍 넣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물론 국물 없이 볶은 춘장을 면에 부어주는 자장면도 중국에 있긴 있지만, 이것 또한 우리의 자장면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다. 따라서 자장면은 비록 처음엔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이지만, 완전히 우리 것으로 재탄생 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 자장면을 시식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시식용 자장면은 배달을 해 주지 않았는데, 역시 음식은 고생고생해서 찾아가서 먹는 게 운동도 되고 더욱 맛있지 않나 싶다.

    ▲ 한중 자장인생 대박 인천대회 모습. 임시로 가설된 가건물 안에 한국과 중국 요리사들이 모여서 자장요리로 대결을 했다. 안타깝게도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어, 자세한 내용이나 현장 모습들은 볼 수 없었다.



    ▲ 인천 차이나타운을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집 모습.



    ▲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들은 저마다 무슨 방송에 나왔다는 표지판을 가게 입구에 걸어놓고 있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명함도 못 내밀 동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은근히 갈린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자장면 홍보에 노력하는 인천


    인천 차이나타운이 자장면의 발상지인 만큼, 이번 ‘인천 중국의날 문화축제’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제1회 한중 자장인생대박 인천대회’였는데, 한국대표 20명과 중국대표 10명을 불러 모아 개최한 자장요리 오디션 대회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TV 프로그램 제작을 위주로 펼쳐졌기 때문에 관계자 외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대회가 계속 명맥을 이어 나가려면 좀 더 열린 공간에서 일반 대중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대회 컨셉을 그렇게 잡았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밖에서 멀찌감치 잠시 구경하다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요리사들, 특히 중국요리를 하는 요리사들은 그 기술의 화려함도 볼거리인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쨌든 이런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해서 잠시나마 인천 차이나타운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긴 할 테니까. 그걸 잘 활용해서 요리사 개개인의 명성 획득을 넘어서서,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게끔 잘 엮어 내는 것이 앞으로 남은 숙제다. 아무쪼록 시대에 맞는 다양한 컨텐츠를 발굴해서 인천의 자장면을 좀 더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딱 봐도 중국식 건물이구나 싶은 건물에도 역시 중국집이 있다.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내 경우엔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몇 번 먹어 봤지만, 다 비슷비슷하게만 느껴졌다.


    ▲ 인천 차이나타운은 자장면을 심벌로 할 정도로 자장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자장면만 면이냐, 짬뽕도 면이다


    그런데 인천, 특히 차이나타운이 너무 자장면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짬뽕 애호가 중 한 사람으로써 약간 아쉬움이 느껴진다. 혹자는 자장면은 한국이 원조고, 짬뽕은 일본이 원조라고 말 하기도 하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짬뽕 역시 중국인들과 함께 넘어온 음식들 중 하나다.

    한국의 인천과 일본의 나가사키가 개항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모든 음식이 전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다같이 넘어간 음식들 중, 한국은 자장면이 발전했고, 일본은 짬뽕이 발전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알기로는, 나가사키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보기 위해 일부러 잘하는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인천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일부러 자장면을 먹기 위해 차이나타운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물론 인천이 넓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은 브랜드화 하는 데 좀 미약한 것 아닌가 싶다. 일본인들은 어떻게든 역사와 이야기를 찾아내서 살을 덧붙이고 재미있게 가공한 다음, 음식이나 다른 볼거리들로 연결시킨다. 심지어 짬뽕 집에 가면 그 식당의 짬뽕 맛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끔 잘 포장된 상품을 진열해놓고 팔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런 것에 약한 편이다. 볼거리는 볼거리고, 자장면은 자장면일 뿐, 별다른 연관이 없다. 특히 인천 차이나타운의 경우는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이 한데 뒤엉켜 생활을 했던 곳이라, 이야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무식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차이나타운에 얽힌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목을 끌만 한 것이 없다. 그저 개항과 그 이후 모습들을 역사적으로 조명한 공식적인 이야기들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을 뿐.



    ▲ 공화춘은 1905년에 문을 연 오래되고 유명한 곳이다. 처음에는 음식점과 호텔을 겸업하여 산동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1912년 중화민국이 건립되면서 이름을 공화국 원년의 봄이라는 뜻의 공화춘으로 바꾸었다. 흔히 자장면의 발상지라고 여기기도 하는데,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음식인 자장면이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 공화춘 내부 모습. 공화춘은 1984년에 문을 닫았고, 지금은 자장면 박물관으로 다시 개장하려고 준비중이다.


    ▲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한 새로생긴 공화춘은 엄밀히 말하면 그 옛날 공화춘과는 다른 곳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정사보다 야사를 좋아하고, 거시적인 역사보다 한 인간에 얽힌 드라마를 좋아한다. 인간미 없는 거리풍경보다는 그 거리에 수없이 피고 졌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며, 음식의 맛보다는 그 식당에 얽힌 사연을 음식을 통해 느끼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찾아본다면, 옛날 차이나타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수없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예를 들어 옛날에 유명한 음식점이었던 공화춘(共和春)을 배경으로, ‘엽문’을 능가하는 ‘압문’ 이야기가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닮은 중국인과 일본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한중일 삼국의 갈등과 화합에 얽힌 일화도 아마 있을 테다.

    그런 이야기들을 발굴해내고 조금 살을 덧붙이고 각색하여, 다른 소재들과 잘 엮어내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자장면과 차이나타운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일본의 나가사키와 자매결연을 해서 자장면과 짬뽕을, 비슷한 시기에 개항한 두 도시의 같은 점과 다른 점 등을 찾아내고 연계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조합이 되지 않을까. 

    어떻게든 그런 부분을 앞으로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만들고 다듬어 내어, 점점 더 풍성한 이야기들로 메워져 가는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었으면 싶다. 언젠가는 인천 차이나타운이 흥미로운 이야기 속의 공간이 되어, 자장면 혹은 짬뽕 같은 음식을 먹으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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