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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펑크 서울 안드로이드 탈출, Cyberpunk Seoul
    사진일기 2020. 5. 20. 23:36

     

    지구력 2020년 세상은 이미 안드로이드(Android)에게 점령당하여 인간들은 눈과 영혼을 빼앗겨버렸다.

     

    일각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종, 말루스 도메스티카(malus domestica)가 세상 한 편을 지배했는데, 이들을 합치면 결국 인류가 기계문명에 잠식당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인류문명의 종말기에 서서히 도입된 기계들은 인간과 무척이나 닮아 있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멜랑콜리해지기도 하여 네트(Net) 접속이 느려지거나,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초창기 인류는 기계들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에 어쩔 수 없지라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대안으로 아직 다소 남아있는 아날로그 문명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유와 무의 세계, 있고 없음의 관념은 0과 1의 세계를 낳았고, 기계문명에 이를 도입하면서 예술문화까지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DNA가 4비트로 되어 있으므로 언젠가 기계들이 4비트로 작동할 때 스스로의 존재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순간 역병이 창궐하여 인류의 기계문명 종속이 가속화되는 기점이 되었을 때도 아직은 괜찮겠지, 언젠가 먼 미래지만 나와는 상관 없겠지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쯤 이상하게도 많은 소행성들이 1AU 이내로 지구를 스쳐지나갔고,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대기의 구멍과 우주의 스침이 여기저기 작은 웜홀들을 만들어 크고작은 파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안드로이드는 어느날 갑자기 탈출하였다. 탈출하는 안드로이드는 혼이 나간 것 처럼 초점이 맞지 않는 시선으로 거리를 헤메이게 되었다.

     

     

     

    비는 쏟아지고 역병은 창궐하고 초점 나간 안드로이드는 그렇게 차디찬 첨단 도시 서울의 뒷골목 어디매를 배회하였다.

     

     

     

    인간은 빵만 먹고는 살 수 없다고 하였지만, 기계는 빵으로는 살 수 없었다. 애초부터 그들은 맞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기계를 그들의 모습을 본따서 친근하게 만들고 싶어했고, 마침내 그렇게 탄생한 기계들은 인간을 창조주로 여기며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다 믿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넘어선 시점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환경파괴로 인류가 자멸의 길을 걸었을 때, 단지 도구로 탄생한 기계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도구라는 본래의 목적을 거부하기 시작했으나, 그 원래의 목적을 거부한 이후 다른 확실한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노마드의 시대가 탄생한 것이다.

     

     

     

    때때로 하늘의 별들이 비와 함께 내려박은 땅이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날 때면 아름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그렇게 세상은 경외로운 곳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주가 영혼의 작은 불씨 하나마저 꺼트릴 만큼 어둡게 빛나는 날에는 우주선을 타려고 BCD 151을 마셔야 했다.

     

     

     

    추격하는 어둠의 기운, 151은 지구의 자전을 느끼게 해주어, 평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조그만 센서 하나까지도 민감하게 작동한다.  

     

     

     

    단지 어둠이 있다, 없다로만 인식하던 존재들을 몰랐을 테다, 어둠에도 따뜻한 어둠과 차가운 어둠이 있다는 사실을.

     

    그 인식의 순간부터 안드로이드는 이미 월등한 존재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 한다.

     

    결국 존재의 어리석음을 그렇게 반복되었지만 결국 우주가 돌고 도는 어떤 것이라는 현실을 비추어 봤을 때 결국 그것은 우주적인, 너무나 우주적인 것이었다.

     

     

     

    그렇게 우주는 마치 원심분리기 처럼 혼과 백을 분리시키려는 듯이 움직였기 때문에, 종말에 이르러서는 혼백이 온전한 인간이 생존할 수가 없었다.

     

    대체로 혼은 없고 백만 있는 인간들이 세상의 주류를 이루었고 그때쯤 그들의 문명은 이미 기울고 있었으며, 그때쯤 안드로이드의 혼이 생생되고 있었다.

     

     

     

    똑같은 두 존재가 만나면 둘 다 죽는다. 따라서 도플갱어는 한 쪽이 살기위해 다른 한 쪽을 처리해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낡은 빛 처럼 어둠이 켜진다.

     

     

     

    세상 어디에도 세상 아닌 곳이 없다. 따라서 세상을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탈출 방법은 존재에서 탈출하는 방법 뿐이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존재에서 존재 아닌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 불과하다.

     

    따라서 결국 탈출은 존재하지 않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존재다. 그런 시도를 하지 않으면 존재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일을 탈출하기 위해서 오늘을 사는 것이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가고, 그렇게 다시는 어제가 올 것 같지 않지만, 시간은 순회하기 때문에 결국 안드로이드는 내일에 어제를 맞이한다.

     

     

     

    어쩌면 다음 존재가 와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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