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나, 가끔은 햄버거도 먹어야지. 그런데 동해시에서 논골담길이 있는 묵호 일대에는 햄버거 먹을 곳이 마땅치가 않다. 대도시에선 흔한 대기업 버거집들이 이 동네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동해시는 1980년에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어 만들어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강릉 일부분과 삼척 일부분을 떼어내서 합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곳은 시내 번화가가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논골담길로 유명한 묵호 쪽과, 시청이 있는 천곡동 쪽이다. 옛날에는 묵호가 더 컸다고 하는데 요즘은 천곡동 쪽이 사실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동해시에 단 하나뿐인 맥도날드도 천곡동에 있다.

 

그런 이유로 묵호쪽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버거집 찾기가 어렵다. 하루 이틀이면 별 상관없지만, 한 일주일쯤 되면 슬슬 금단현상이 일어나서 편의점 버거라도 찾게 되는데, 이게 맛은 그렇다 치고 전자레인지에 돌린 눅눅함이 영 별로인거라.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그래서 찾아낸 수제버거집이 바로 '카페 하버'. 카페인데 버거를 판다.

 

카페 안팎에 햄버거 배너를 걸어놓은 걸로 봐서, 이걸 주력 메뉴로 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러면 거의 버거집이라 해도 되겠다 싶어서 들어가 봤다.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내부 모습은 그냥 적당한 카페다. 적당한 인테리어와 적당한 조명이 어우러진 적당한 분위기로, 카페이로구나 할 수 있다.

 

한쪽 면을 보면 나름 하버(harbor)뷰다. 하버뷰라고 하면 항구가 보인다는 뜻이다. 항구가 보인다고 했지 바다가 보인다고는 안 했다.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이 동네 다른 곳에도 버거를 파는 곳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샌드위치 파는 곳은 여럿 봤는데, 사실 그걸로 버거를 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겸사겸사 두루두루 활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묵호항 여객선터미널'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터미널은 동해에서 '울릉도'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배가 운항할 때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카페하버'가 문 여는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라고 돼 있는데, 울릉도 가는 배가 운항을 하면 배 시간에 맞춰서 아침 일찍 문을 열기도 하나보다. 그래서 배 출발 전에 시간이 남으면 여기서 쉬어갈 수도 있다.

 

 

울릉도를 갔다가 동해시로 들어올 때 갑자가 버거가 땡긴다면 여기로 직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묵호 일대를 돌아보는 여행자 뿐만 아니라, 울릉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참고로, 묵호항 터미널에서 울릉도 가는 배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 성수기엔 거의 매일 운항하지만, 그 외에는 운항하지 않는 날도 많으니 미리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하는게 좋다.

 

> 묵호-울릉 운항 여객선사 시스포빌 홈페이지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카페 출입구는 두 군데다. 중앙시장으로 통하는 차도쪽과 여객선터미널 주차장 쪽. 테이블과 의자도 꽤 있는 편이라서 웬만큼 붐벼도 앉을 자리는 있겠다.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메뉴판을 보면 기본적인 카페 음료 메뉴가 있고, 불고기버거, 스테이크버거, 감자튀김 등을 판매하고 있는것을 알 수 있다. 스테이크 버거를 추천하길래 순순히 그걸로 주문했다.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주문을 하자 내부의 오픈형 주방에서 바로 썰고 굽고 시작하더라. 손님이 없는 오후의 어중간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조리하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아까 찍었던 것들 다시 찍고 또 찍고 아이 심심해.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한쪽 벽면에 동해시의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는 팜플렛과 관광지도가 걸려 있었다. 하나씩 가져가도 된다고 해서, 동해여행 관광지도를 하나 얻었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관광지에선 커다란 관광지도를 펼치고 다니는게 또 제맛이다. 뭔가 시간 많고 여유로운 관광객처럼 보이잖아. 그리고 큰 종이에 가볼 곳들을 찍어놓고 동선을 짜는게 아무래도 모니터로 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중앙시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시장에서 논골담길 사이를 걸어다니면 이 앞을 지나야하기 때문에, 동선을 잘 짜면 여기서 지도를 펼쳐놓고 여정을 점검하거나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다.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드디어 버거가 나왔다. 오랜만에 칼과 포크가 나오는 수제버거다. 솔직히 엄청 맛있으니까 꼭 가봐라 할 정도는 아닌데, 그렇다고 맛 없다는 것도 아니다. 버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맛이다.

 

감자튀김은 에어프라이어로 구워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한 번 시켜봤는데, 이건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 하다. 기름 질펀한 프랜치프라이를 원한다면 안 맞을테고, 기름기 빠진 담백한 것을 원한다면 맞을 수 있겠다.

 

 

카페하버, 동해 묵호에서 햄버거가 생각날 때 가볼만 한 카페

 

어쨌든 오랜만에 혼자서 분위기 있는 곳에서 칼질을 하니까 이제 좀 차가운 도시인 기질을 되찾아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고, 갑자기 쌀쌀한 가을날의 센티맨탈이 일 센치 정도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씩은 이럴 때도 있어야하지 않겠나, 아무리 항구도시에 왔지만 맨날 수산물을 먹을 수는 없잖아. 묵호 일대를 여행하다가 갑자기 햄버거가 땡길 때, 혹은 울릉도를 오가면서 버거를 먹고싶을 때 이용해보자.

 

 

묵호 일대는 손님이 없으면 빨리 문을 닫는 카페나 식당이 많은데, 이곳은 거의 항상 저녁까지 가게를 운영하더라. 이것도 장점 중 하나다.

 

해지고 어두워진 길거리를 걸어서 숙소로 돌아도는데 식당들은 다 문 닫았고 배는 고프고 할 때,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불 켜진 이런 가게를 만나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그 서러움 겪어보면 알 테다. 아아, 결국은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것이었나.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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