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다이소 OTG 젠더, 3천 원으로 스마트폰에서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하기

빈꿈 2019. 10. 21. 18:15

 

길을 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새 핸드폰을 장만하면 OTG 기능을 활용해서 뭔가 대단한 것들을 해 볼 거라 생각했던 나날들. 홍미노트7을 장만한지도 몇 달이 지났는데, 이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바로 시작하자 싶어, 근처에 있는 다이소에 갔다. 역시나 핸드폰 충전기 파는 코너에 OTG 젠더도 있었다. 그런데 좀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잘 못 샀다.

 

 

사진 왼쪽의 'USB/5핀 연결키트'라고 돼 있는게 처음 사 온 것. 홍미노트7은 USB Type-C 라서, 이걸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거금 1,000원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이걸 사 온 곳은 집에서 먼 곳이라, 다시 가기는 너무 귀찮았다.

 

천 원을 살리기 위해, 집 근처 다이소를 향했다. 그래서 사 온 것이 오른쪽의 '5핀 to TYPE-C 변환젠더'. 말 그대로 5핀용 기기를 타입C에 꽂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근데 이게 2천 원. 배보다 배꼽이 크다.

 

 

어쨌든 이 두 개를 합체해서 스마트폰에 꽂고, 뒷쪽은 USB 허브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했다. PC에 연결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

 

대개 이런 경우엔 뭔가 알 수 없는 에러가 나면서 삽질을 해야 정상인데...

 

 

너무 간단한 기기들이라 그런지 한 방에 잘 됐다. UI가 이상해서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 할 때마다 헤매게 만드는 샤오미 홍미노트7도, 이번엔 순순히 직관적으로 작동이 됐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스마트폰에 커서가 나와서 움직인다. 일정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스크린 캡처를 할 때는 커서가 사라진다. 키보드도 적당한 곳에서 두드리면 글자가 잘 나온다.

 

아직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진 않아서 깊이는 모르겠는데, 샤오미 기기는 OTG를 사용해서 키보드를 치면 약간 딜레이가 느껴진다고 하더라. 그러면 생각하면서 천천히 쓰자.

 

 

이대로도 작동이 잘 되니까 그냥 써도 되긴 되는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이거 너무 불안하다.

 

스마트폰 꽁무니에 뭔가 긴 것들이 꾹꾹 꽂혀 있으니, 스마트폰 포트가 늘어나거나 휘어지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상황. 스마트폰에 꽂는 물건이니 뭔가 스마트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집 근처 다이소로 달려가서 또 하나를 샀다. 이번엔 제대로 산 'Type-C USB OTG 젠더'. 3천 원.

 

애초에 이걸 샀으면 앞서 했던 삽질은 안 해도 됐다.

 

 

이것도 스마트폰에 꽂아보니, 키보드와 마우스가 잘 움직인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걸 사용하니 키보드 입력이 조금 빠른 느낌이다. (느닷없이, 뿌까 마우스 너무 좋은데 요즘은 좀 비싸졌더라)

 

5핀-C타입 젠더 껍데기 설명을 보니, 젠더를 사용하면 전력이나 데이터가 10% 정도 손실이 있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충전은 몰라도, 데이터 손실이 있으면 SD카드로 백업하거나 할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뜻.

 

 

아무래도 평소엔 C타입 OTG 젠더를 사용하게 되겠다. 이것도 덕지덕지 긴 느낌이 있어서, 오래 사용하면 스마트폰 똥구멍이 찢어질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개나 끼워서 길게 연결한 것보단 낫다.

 

이제 여행을 가서도 간단한 글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쓸 수 있겠다. 마우스가 있으니 사진 편집도 좀 더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상상. 어차피 여행가서 글 따윈 쓰지 않겠지. 이런 장비로 여행지에서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이 좋은 걸로 끝날 걸 아마. 그래도 3천 원으로 꿈과 희망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사치 아닌가.

 

 

 

잘 못 산 것은 백업용으로 둔다 치고, 5핀-C타입 젠더도 살다보면 어딘가 쓸 데가 있을 거라 생각하자. 물론 그러다 어디 뒀는지 모르고 잃어버리고 말겠지만.  

 

 

그래서 쓸 데 없이 3천 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6천 원이나 써버리고 뭔가 이상한 것들을 잔뜩 사버렸다는 이야기. 한꺼번에 다 샀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기나 하지, 각각 하나씩 사느라 세 번이나 가게를 왔다갔다 했다. 심심한 일상의 다이나믹 이벤트 끝.

 

 

p.s.

* IT쪽을 좀 아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OTG 기능이 별로 신기하지 않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컴맹들 잡고 이런거 돼요하고 무턱대고 알려줄 수도 없고. 허허, 안타까워라, 어쩔 수 없지 뭐.

 

* 스마트폰 기종마다 OTG 기능이 되는게 있고 안 되는게 있다. 최신 기종은 거의 다 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것 사기 전에 자신이 가진 스마트폰이 OTG가 되는지 확실히 알아보자.

 

* 기종에 따라서는 외장하드가 돌아가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 설마 홍미노트7이 되지는 않겠지 싶지만, 그래도 좀 있다가 실험해 볼 예정. 선 뽑고 꽂는게 너무 귀찮아서 언제 할 지는 모름. 근데, 외장하드는 전력때문에 잘 안 돌아가도, SSD는 웬만하면 작동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SSD가 음슴. 의욕 꺾임. 그래서 선 꽂는거 귀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