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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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식당한 영혼에도 평화 있기를사진일기 2010. 1. 12. 06:35
한동안 숙식을 빌었던 그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한 건, 함께 기거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서 부터였다. 긴 여행동안 아직 닫히지 않은 감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지내어서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었을까. 누적된 피로속에 그의 행동은 또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는데, 한 편으론 알 수 없는 호기심과 끌림으로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빙의였다. 낮이건 밤이건 시도때도 없이 그의 언행은 여러 형태로 돌변했다. 불과 얼마전에 한 말과 행동도 곧잘 기억하지 못하고는 자기 자신은 그런 적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순식간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발행동들. 여러 밤들을 거쳐 기이한 행위들을 목격했다. 밤새도록 혼자 중얼거리며 좁은 방 안을 맴돈다거나, 어두운 방 한 쪽 구석에 혼자 우두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