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잠자던 내 휴대전화에 날아든 문자 메시지 하나.
무지(무인양품)에 가면 싸고 쓸 만 한 공책이 있다는 오이양의 정보.

팬시점만 찾아 헤매다가, 무지나 천원샵은 미처 가 볼 생각을 못 했으니,
이번 기회에 한 번 가 보기로 결심.

그런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무인양품은 잠실에 있었다. 강을 건너야 하는 것!

아아... 공책 한 권 사자고 전철 타고 잠실까지 가야하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전철비 아껴서 공책을 삽시다~' ㅡ.ㅡ/



성수동에서 잠실철교를 건너서 잠실까지 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 지도를 띄워 놓고 대충 거리를 재 보니, 7km 가 안 되는 거리.

7km라면 십리가 넘는 거리. 숫자만 놓고 보니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발상의 전환을 해 보자.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평균 약 38만 4400 km 이니까,
7km라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3만8440 분의 1 (1/38440) 도 안 된다!
오~ 무지하게 가까운 거리 아닌가!!!

물론 10리가 넘는 거리이기 때문에 십 리도 못 가서 발 병 날 가능성도 있지만,
중간에 가다가 발병나면 한강에 뛰어들면 실어가 주겠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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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강변 테크노마트까지 걸어갔다. 이쪽은 평소에 자주 걸어다니는 곳.
그러고보니 평소에 강변까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꽤 많이 걷는 축이네...

이 날 테크노마트를 간 이유는, 전자제품을 사러 간 게 아니라, 여권 사러 갔다.
여권도 파는 테크노마트~ (내부에 여권민원실이 있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부에서 여권으로 장사하는 듯 한 느낌이 드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글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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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역 3번 출구에서 한강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 보면, 잠실철교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자전거 도로라는 표지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자전거 타고 건너기도 좋게 돼 있다.
특히 잠실철교는 옆으로 자동차들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쾌적한 보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옆으로 2호선 전철이 있어서 자주 전철이 지나간다.
나도 작년만해도 2호선 타고 다니면서 다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의아해했었다.
전철 지나다니는 철교는 사람들 못 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잠실철교는 이렇게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다닐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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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철교 길이는 1270m 라고 한다. 1킬로미터가 약간 넘는 길이.
처음 올라서면 쭉 뻗은 다리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지만, 걷다보면 그리 길지도 않다.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꽤 있는 편.
내가 갔을 때는 노란머리 외국인 여성 두 명도 다리를 걸어서 건너고 있었다.
한국 여행 와서 돈이 다 떨어진 걸까? 아니면 영화 보고 한강 괴물 보려고...?
(한강에 느닷없이 괴물이 불쑥 튀어나오게 해 놓고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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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개인 하늘에 햇살이 따가워서, 거의 초여름 날씨였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햇볕에 살이 탈 정도. 썬크림이 필요할 정도. ㅡ.ㅡ;

잠실철교는 처음 올라와 보지만, 평소 압구정, 삼성동 쪽은 다리 건너 자주 다닌다.
(그 쪽이 무슨 다리인지는 모르겠다, 다리 이름이 맨날 헷깔려서.)
다리를 건너 다니며 생각하는 건데, 한강은 아무리 봐도 좀 볼 품 없다.
강 가로 병풍처럼 죽 늘어선 아파트에 그림이라도 좀 그려 놓지...
좀 밋밋한 강이다. 상어도 좀 풀어놓고 그러면 좀 덜 밋밋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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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철교가 2호선 성내 전철역까지 갈 수 있게 연결 돼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성내역 못 미쳐서 막혀 있고, 한강 시민공원 쪽으로 내려가도록 돼 있다. (길은 오직 하나 뿐)

여기서 잠실까지 어떻게 가나 막막했지만, 가 보니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앞으로 계속 직진하다가 터널을 하나 지나기만 하면 잠실 아파트 촌이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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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민공원에서 터널을 지나서 잠실 아파트 촌 (장미아파트)로 나오면,
그 때부터 누리끼리한 색의 거대한 롯데캐슬골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표적으로 삼고 대충 잘 걸어가면 롯데월드 찾아가기는 식은 죽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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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빠져 나오면 공공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여자 화장실에 화장대가 있네.
좀 사는 동네라서 화장실도 다른 건가? 우리동네 공공화장실엔 흙만 잔뜩 쌓여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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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사히 도착한 잠실 롯데월드.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걸어서 두시간 반 넘게 걸렸다.
아, 중간에 테크노마트 들른 거 뺀다면 약 두 시간 정도 걸린 셈.

기대하고 갔던 무인양품의 공책은 종이가 너무 얇아서 부적합 판정.
전철 타고 왔으면 정말 눈물 흘릴 뻔 했구나. ㅠ.ㅠ

그래도 오이양이 밥 사 줘서 즐거웠던 싸돌아다니기 여행(?).
오이양 고마워. 나중에 전철비 아껴서 밥 사 줄께~



오늘 싸돌아다니기의 결론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전철 타고 다녀야지!



p.s.
신발 값이 더 들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삼디다스를 이용해 보세요.
삼디다스는 2000원에서 3000원 정도. 전철 세 번만 안 타면 본전 뽑아요~ ㅡ.ㅡ/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