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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낭, 탄중붕가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0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11. 01:33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0

    페낭, 탄중붕가


    밤새 노래방 소리에 시달리다가 새벽녂에야 잠이 들어 오전 늦게 일어났다. 내 딴엔 돈 좀 쓴다고 써서는 좀 비싼 호텔에 묵었는데도 편히 쉴 수 없는 꼴이라니.

    일어나자마자 당장 짐 싸서 체크아웃 했다. 그리고 출리아 거리의 한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어제 그 거리를 지나오면서 인상깊게 봤던, 20개국 국기 중에 태극기도 그려져 있었던 그 게스트하우스로.

    어차피 편하게 쉬지 못 할 바에야 돈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서 옮기긴 했지만, 역시 금액따라 방이 많이 차이가 나긴 했다. 20링깃짜리 싱글룸은 한 마디로 창문 있는 고시원 방이었다. 당연히 에어컨은 없고 천장에 팬FAN이 돌아가는 방. 


    (88링깃이라는 비싼 돈을 주고도 소음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호텔에서 나와, 출리아 거리의 어느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사실 하룻밤 22링깃짜리 싱글룸도 그리 싼 편은 아니다. 달러로 따지면 약 6달러 정도 되는 돈이고, 태국 돈으로 따져도 약 200 밧 정도 되는 돈이니까. 하지만 이 정도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싼 편. 그래서 금액에 비하면 방이 너무나 허름했다. 어쨌든 상관없다, 밖에서 놀다가 숙소는 잠 잘 때만 들어가면 되니까.)




    숙소에서 편히 쉬긴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짐만 대충 부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오전 11시 부터 오후 3시 까지, 자칫 잘 못 하면 타 죽을 수도 있는 뜨거운 시간을 어느 시원한 곳에서 쉬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숙소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탔다. 조지타운과 가장 가깝고도 조용한 작은 해변으로 가기 위해서. 그 곳 이름은 탄중붕가. 101번과 104번 버스가 탄중붕가를 간다고 했는데, 104번은 탄중붕가가 종점이고, 101번은 계속해서 바투 페링기까지 가는 버스였다.

    사실 바투 페링기라는 해변이 더욱 유명한 곳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최고의 리조트 중 하나로 손 꼽히는 곳이라고 하니까. 하지만 분명히 유명한 곳은 사람이 북적댈 터. 난 그저 조용한 바닷가에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을 뿐.



    (숙소 바로 앞에서 104번 버스를 탔다. 대충 바나나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서 있으면 버스가 오니까 타면 된다.)



    (파나소닉 버스정류장. ㅡㅅㅡ;;;은 아니고... 이 동네 버스정류장은 딱히 이름이 없다. 당연히 버스 안내방송도 안 나온다. 창 밖을 보고 내릴 때 되면 알아서 내리는 방식. 길을 잘 모르는 여행자들은 그냥 잘 내리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ㅠ.ㅠ)



    (조지타운에서 출발해서 중심가인 콤타르를 거쳐서 어딘가로 달리고 달린 104번 버스는 어느 황량한 마을 도로변이 종점이라고 내려준다. 그러면 높은 아파트인지, 리조트인지가 마구 보이는데, 그 쪽으로 걸어가면 바다가 막 보인다. 이 동네가 탄중토공이거나 탄중붕가이거나 둘 중 하나다. ㅡㅅㅡ;)




    104번 버스를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갔다. 버스는 콤타르라는 조지타운 중심가의 버스터미널 같은 곳을 거쳐 갔다. 한 20분 즘 동네 골목골목을 달리다면서 승객들이 하나 둘 내렸고, 마지막엔 손님이라곤 나를 포함해서 세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왕복 2차선이 될까말까한 주택가의 좁은 길들을 누비다가 어느 순간 넓은 도로가 나오고 바다가 보인다 싶더니, 운전기사 아저씨가 종점이라고 내리란다.



    내려서 별로 헤맬 것도 없이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걸어갔는데, 막상 바다 가까이 가긴 했지만 바닷가로 가는 길이 다 막혀 있어서 해변으로 나가기는 좀 어려웠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한 쪽 방향으로 무작정 걷다가, 마침내 어느 집 앞마당을 살짝 지나서 조그만 개인 해변같은 바닷가로 나갈 수 있었다. 백사장이라 할 만 한 것도 없이 아주 작은 해변이었다.

    멀리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건물이 보이긴 했지만, 가까운 주변에는 낮은 주택들만 있었다. 가게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딱 내가 찾던 조용하고 한적하고 아늑한 해변. 햇볕은 내리쬐지만, 그늘에 앉아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 피하기는 딱 좋았던 곳. 거기서 혼자 노닥거리며 몇 시간을 보냈다.



    사실, 탄중붕가로 가는 버스를 타긴 했는데, 그곳이 탄중붕가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탄중토공이라는 해변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디면 또 어떠랴, 이름같은 게 무슨 상관이랴. (출리아 거리에서 104번 버스 종점까지 버스요금은 1.5 링깃)



    (가는길에 허름한 식당에서 볶음밥을 먹었다. 말은 전혀 안 통했지만, 프라이팬 가리키고 밥 가리키면 볶음밥 달라는 뜻인지 알고 알아서 해 준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를 조금씩 하는 편이다. 하지만 도심 외곽으로 갈 수록, 외국인이 잘 안 다니는 곳으로 갈 수록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다. 태국도 방콕만 가 보고는 태국 사람들 영어 잘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영어 전혀 안 통한다.

    그런 때 일수록 꿀먹은 벙어리마냥 몸짓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뭔가 모자라거나, 벙어리라거나, 심하게는 이상한 놈으로 오해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안 통하면 차라리 그냥 한국어로 말 하는 편이 낫다. 말을 하면서 몸짓을 해야 외국인이라는 티가 난다.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팁을 더 알려드리자면, 일단 여행자는 봉이다. 돈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어딜 가도 여행자는 우위를 선점한 입장이라는 거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손님은 왕이다'. 물론,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뒤에 한 문장을 더 넣어야 정확해진다. '손님은 왕이다, 돈 내기 전 까지만'.

    돈이 오가는 관계라면 항상 돈 내는 쪽이 우위를 선점한 입장이다. 다급할 필요도 없고, 답답할 필요도 없다. 정 안되겠으면 똘똘한 주인이 있을 만 한 다른 집 찾아가면 된다. 그냥 한국어로 말 하고, 상대방이 알아서 알아들으라고 하시라.

    물건 사는 입장에서는 전혀 비굴할 필요도 없고, 사정할 필요도 없다. 돈 내기 전까지는 왕이니까 괜찮다. 그러니까 돈도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늦게, 서비스 다 받고 나서 내는 것이 좋다.)



    (사진으로 보니까 별로 맛있게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 먹으면 별로 맛 있지 않다. ㅡㅅㅡ; 그래도 나름 새우도 들어가고, 밥도 볶아져 있다. 3.4링깃, 약 1달러짜리 서민음식 치고는 무난한 편.)



    (탄중붕가도 아니고 탄중토공도 아닌 어느 작은 해변. 주택에 둘러싸여 거의 개인해변같은 분위기로, 사람도 아무도 없고 주변에 시끄러울 만 한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그늘과 차가운 바람과 쓸쓸한 기운에 쪼그려앉아 울기 딱 좋은 곳.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기능이 있었던가...? ㅡ.ㅡa))




    길지도 않은 인생이지만 짧지도 않은 인생인데, 여태껏 살면서 단 하루를 온종일 하늘을 바라본 적 있는가. 단 하루, 딱 하루만 온종일 하늘 바라기를 해 본 사람은 알 테다. 하늘은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그 색깔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바다 또한 마찬가지다. 숲도 마찬가지며, 산도 마찬가지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며칠을 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수많은 시간들 중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열 시간 남짓한 시간을 하늘이나 바다를 보는 데 온종일 바치는 일이 쓸 데 없는 짓 만은 아닐테다. 내가 태어나고 내가 살고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관찰하는 데 열 시간 정도야 충분히 내어 줄 수 있지 않은가.

    여행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시간이다. 일상에서 '언젠가 한 번 해 봐야지'라며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기만 했던 것들을 비로소 해 볼 수 있게끔 주어진 시간. 남들이 봤을 때 전혀 쓸 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해도, 온전히 내가 하고싶은 것 만을 할 수 있는 시간. 게다가 여행자라는 이름 하에 그런 짓을 해도 다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는 시간.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러니까 나는 바로 그 여행이란 걸 하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이 먼 말레이시아 페낭이라는 곳에서 하루를 온종일 멍하니 바다만 바라봤다는 거다. 그걸로 하루 일정은 끝. 일상생활 일 년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간단하고도 의미있는 하루.




    (작은 해변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무렵 다시 버스를 타고 조지타운으로 갔다. 환전을 해야해서 그나마 조금 일찍 서두른 편. 이 동네에서는 버스가 잘 안 오니까 삼십 분 정도 기다릴 각오는 해야 한다.)



    (버스 기다리는 모습. 내 앞쪽에 앉은 꼬마애가 매우 아주 굉장히 대단히 귀여웠는데, 사진 찍자고 하니까 '흥!'하고 싹 고개 돌리고 외면해버렸다. ;ㅁ; 새초롬한 모습에 반해버렸어.)



    (다시 버스 타고 조지타운으로 돌아가는 길. 학교 마칠 시간인지 버스는 만원. 사람이 많아도 아랍계 사람들만 있다면 그리 시끄럽지 않은 편이다. 중국계가 많으면 정신 없고.)






    (말레이시아도 신호등에 버튼이 달려 있다. 이론상으론 누르면 파란불로 바뀐다. 싱가폴에도 이런 버튼이 달려 있다. 거기도 이론상으론 누르면 파란불로 바뀐다. 두 나라의 차이는 이렇다.

    싱가폴 사람들은 일단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서 신호등 버튼을 누른다. 그래서 빨리 바뀌지 않으면 버튼을 몇 번 더 누르다가, '나, 할 만큼 한 거 봤지?'라는 식으로 주위 시선을 좀 의식한 다음 건넌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일단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는 일은 별로 없다. ㅡㅅㅡ; 버튼 누르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차 별로 없으면 그냥 건넌다. 빨간불 따위 상관없고, 횡단보도 없는 곳에서도 차 별로 없으면 그냥 건넌다. 그게 일반적인 분위기.

    물론 싱가폴에서도 차가 별로 안 다니는 길에서는 무단횡단 한다. 근데 조금 주위사람들 의식은 하는 편인데, 말레이시아는 그런 거 없다. 그냥 건넌다. 그러니까 말레이시아가 좀 더 인간 중심적이다. ㅡㅅㅡ/

    우리나라처럼 무단횡단 좀 했다고 벌금 떼는 이런 비인간적인 체제 정말 싫다. 그러면 교통체계가 어떻게 되겠냐고 항의하신다면, 난 이렇게 말 하겠다. '그럼 차 몰지 말고 걸어 다니시든지~'.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횡단보도에서도 사람들 빨리 안 건넌다고 차가 빵빵거리는 그런 나라는 후진의식을 가진 후진국일 뿐이다.)






    (콤타르 근처의 노천카페. 이 즘엔 별다방도 있다.)



    (호텔인 것 같은 높은 빌딩을 보고 찾아가면 조지타운의 중심가인 콤타르로 갈 수 있다. 여기는 버스터미널이 있는데, 시외버스도 여기서 서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시내버스들은 대부분 여기서 선다. 이 근처에 일단 도착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여기가 조지타운의 버스터미널.)



    (위스마 호텔인 것 같은데, 건물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 이 사진 왼쪽에 Maybank가 있고, 은행 문 바로 옆에 그 은행이 운영하는 환전소가 있다. 여기가 출리아 거리보다 환율이 조금 더 좋다. 그렇다고 아주 많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심심할 때 구경하러 와서 큰 금액을 환전한다면 찾아갈 만 하다.

    사진 오른쪽에 한 아저씨가 보이는데, 이 아저씨는 내내 이 근처를 서성이며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는 건물 꼭대기 층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일단 국적을 묻고는, 그 나라에서 온 다른 사람도 이 건물 윗층까지 데려다줬는데 아주 좋아했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뭐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데, 결론은 돈 내면 꼭대기 층에 데려다 준다는 것.

    뭐 딱히 나쁜 사람이라고 할 것 까진 없어 보이지만, 상당히 귀찮은 사람이다. 관심없다고 거절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애써 떨어뜨려 놓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이 앞을 또 지나가면, 지나갈 때마다 붙잡고 늘어진다.)  



    (말레이시아에도 재떨이가 장착(?)된 쓰레기통이 거리 곳곳에 있는데, 대체로 깨끗한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거리에 그냥 담배꽁초를 버리기 때문. ㅡㅅㅡ;)









    (부페식(?) 식당. 일단 밥을 접시에 퍼 담고, 사진에 보이는 음식들을 접시에 퍼 올릴 수 있는데, 음식 종류와 양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계산은 주인이 눈 짐작으로 대강 한다. ㅡㅅㅡ; 사실은 손님이 마음대로 퍼 담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 한 곳이 있지만, 외국인이라는 특권을 이용하면 어딜 가서도 마음대로 퍼 담을 수 있다. 마음껏 퍼 담다보면 금액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도 있으니 조심.)



    (다시 지나가는 시계탑. 보기 싫어도 몇 번 보고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시계탑.)



    (밤엔 역시 빵을 사 들고 숙소로~ 과일주스 큰 병 하나와 맛있는 빵 두어개를 사 들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침대에 앉아 우걱우걱 씹어먹는다. 이 때 즘 그런 짓이 습관이 돼 버렸다. 나름 살 찌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스트레스 해소는 잘 모르겠지만 살 찌는 데는 효과 만점이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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