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45 4/4
루앙남타, 길 위에서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에서 므앙씽(Muang Sing)가는 버스는 매일 오전 9시, 10시와 오후 3시에 있다. 그리고 훼이싸이(Huay Xai) 가는 버스는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1시.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도 이왕 라오스에 온 김에 므앙씽이나 므앙 응오이를 갈까 고민했지만, 그동안 라오스의 유명한 곳들을 봤더니 다들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관광지일 뿐이라, 더이상 그런 곳들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므앙 응오이나 므앙 응오이 느아는 라오스 들어올 때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고 아름답다는 환상을 가졌던 곳이 막상 가 보니 그저그런 관광지였다면, 다른 곳들보다 실망감이 더 클 것 같았다. 때로는 가 보고 싶었던 곳들을 그냥 환상 속에 남겨 두어도 좋지 않을까.
길을 잘 못 들어서 조금 헤맸다. 영어가 안 통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서 겨우겨우 찾아가고 있는 중. 라오스에서는 버스터미널이라고 말 하면 못 알아 듣는다. 버스 스테이션(bus station)이라고 말 해야 겨우 알아듣는다. 그나마도 발음 너무 굴리면 전혀 못 알아 들으니, 발음 굴리지 말 것.
길은 헤매고 있지만 경치는 좋다. 그래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또 길을 잘 못 들어서 이상한 곳으로 들어갔더니, 여긴 민물고기 양식장인 듯. 물고기들 때문에 퐁당퐁당 소리가 나는데 조용한 경치와 어울려 나름 운치 있었다.
어느 공터를 가로지르고, 작은 숲을 지나서 나왔다. 수풀이 우거진 작은 숲을 가로질렀는데, 뱀 나올까봐 뛰어 나왔다. 막 뛰다보니 갑자기 확 트인 공간이 나왔고, 어제 내리면서 봤던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이 보였다. 일단 반가움이 앞섰지만, 이상한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논두렁을 가로질러 가는 중. 원래는 큰 길을 따라가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인데, 울퉁불퉁한 논두렁으로 가면서 발도 막 빠지고 그랬다.
그래도 맑은 바람 불고, 바람에 흔들리는 벼 소리도 시원하고 해서 즐겁게 갈 수 있었던 길.
버스터미널 근처에선 사람들이 추수를 하고 있었다.
이 황량한 곳이 버스터미널. 루앙남타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곳. 드디어 도착하긴 했지만, 노닥거리며 오다가 길까지 잃고 헤매다보니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이미 훼이싸이 가는 버스편은 다 끊긴 시간.
일단 버스터미널 주위에 죽 늘어선 가게에서 밥부터 먹고 생각.
버스터미널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니 방법이 나오긴 나왔다. 훼이싸이 가는 미니버스(승합차)가 곧 온다는 것. 미니버스는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고, 마냥 죽치고 앉아 기다리다보면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한다.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에서 훼이싸이까지 가는 미니버스는 60,000 낍(약 7달러). 웃긴 건, 버스터미널 매표원과 주차장에서 뭔가 관리하는 사람들이 내가 낸 돈에서 수고비를 받아먹더라는 것. 원래 매표원은 7만 낍을 달라고 했지만, 그나마 운전기사와 직접 흥정해서 깎은 가격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운전기사하고만 흥정하면 4~5만 낍으로도 갈 수 있을 듯 했다.
차 타고 가는데 한 라오스 아줌마가 '저 사람, 5만 낍이나 냈는데 물이라도 공짜로 하나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운전기사한테 말 하는 게 들렸다 (물론 눈치로 알아챘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기사가 물 한 통을 나한테 줬다. 터미널에서 이사람 저사람한테 뜯긴 돈이 1만 낍이었나보다. 내가 낸 돈은 6만 낍이었는데.
미니버스도 여기저기 마을을 들러서는 사람들을 태우기도 하고, 내려주기도 하면서 갔다. 그래도 버스보다는 빠른 편. 참고로 훼이싸이를 보께오(Bokeo)라고 부르던데, 같은 이름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에 보이듯, 루앙남타와 보께오 사이에는 포장한 지 얼마 안 된 깨끗한 아스팔트 길이 놓여 있다. 그래서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에서 훼이싸이 태국 국경 앞까지 미니버스로 약 4시간 걸렸다. 그러니까 옛날처럼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 갈 때 꼭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갈 필요는 없다.
훼이싸이 도착. 미니버스는 훼이싸이에서 태국으로 넘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 바로 앞에 승객들을 내려줬다. 현지인들 중에서도 태국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저녁 7시가 조금 안 돼서 도착했는데, 이미 출입국 사무소 문이 닫혀 있어서 태국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해 지면 모든 업무가 종료되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또 묵어야 하는 상황.
훼이싸이는 강 하나만 건너면 바로 태국이라서 그런지, 숙박비를 태국돈 바트로 받으려했다. 하지만 바트로 내는 것보다 낍으로 내는 게 더 이득이다.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사람이 붐비는 만큼 안 좋은 시설에 방값은 비싼 편. 태국 돈으로 200밧이나 라오스 돈으로 50,000 낍을 달라고 했는데, 공용 화장실을 쓰면서 그 돈을 내는 건 너무하다 싶다.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큰 길을 따라서 쭉 다녀보면 많은 숙소들을 볼 수 있는데, 선착장에서 멀수록 시설대비 가격이 저렴했다. 같은 5만 낍이지만, 선착장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으로 나가면 아주 깨끗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훼이싸이에서는 볶음밥 12,000 낍, 길거리 쌀국수가 5,000 낍. 비어라오 8,000 낍, 감자칩 8,000 낍. 규모에 비해 서양인들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이 즘에서 라오스 돈도 얼마 안 남아서 있는 돈 다 털어서 맥주도 마시고 과자도 사 먹고 해서 돈을 다 써 버렸다. 물론 다음날 배 탈 돈은 남겨놓고. 태국까지 배삯은 8,000 낍.
밤에 비어라오(BeerLao)라는 라오스 맥주를 마지막으로 마셨다. 앞에서도 말 했지만, 라오스를 가면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비어라오는 꼭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맥주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맥주나, 라오스의 비어라오는 냉장운송은 고사하고 가게에서도 냉장보관 잘 안 한다. 그때그때 팔 것만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하고, 나머지는 그냥 그늘에 놓고 보관한다. 그런데도 맛있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서 그런 건지, 한국에서도 그런 것 좀 배워서 맛있는 맥주를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값만 비싸지 뭐... ㅡㅅ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