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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대백제전에서 행복한 변화를 꿈꾸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 인터뷰
    취재파일/인터뷰 2010. 10. 15. 20:31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이었다. 홀로 유유히 떠가는 조각구름 하나가 드리운 그림자마저도 따스함을 머금고 있었다. 선선한 백마강 강바람이 늦은 아침의 여유로운 향기를 전했고, 멀리 보이는 코스모스 꽃밭은 색색이 알록달록 가을을 손짓하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백마강 한쪽 켠에 자리잡은 구드래 나루터는, 낙화암을 돌아 고란사로 향하는 황포돛대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세계대백제전 행사 중이라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 그 나루터에, 강바람을 타고 게으르게 몸을 비트는 황포돛대 아래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려와 걱정으로 시작했던 세계대백제전 행사가 관람객 300만 명 돌파라는 성공을 거두면서, 기쁨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달한 이번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황포돛대 유람선을 타고 가며 대화를 청해 보았다.










    우리 역사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 낸 세계대백제전



    "종이매체의 비중은 이제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기본으로 한 소셜미디어들이 점점 자리를 넓혀가고 있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일인미디어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띌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파워블로거얼라이언스의 블로거들이 이번 세계대백제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에 올라타자마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번 세계대백제전 소식을 전했던 블로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며,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매김을 한 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10 세계대백제전'이 성공한 이유를, 국민들이 조상을 사랑하는 마음, 역사와 문화를 아끼는 마음, 나아가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 말했다.

    지난 시대는 밥 세끼의 공포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명분아래 역사와 문화는 뒤로 젖혀두었고, 선조들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정신적 빈곤을 내버려둔 채 물질적 풍요만 채웠던 시대였다. 그 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사람들은 피폐해졌고, 이제는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가난함을 걱정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런 시기에 열린 이번 '2010 세계대백제전'은, 1400년 전의 백제역사를 추념하는 의식이었다. 일제에 의해 잠식당했던 역사와 문화의 커튼을 열고, 저 멀리로 우리 자신의 시야를 열어가자는 다짐이었다.

    이번 행사가 성공한 것은, 바로 이런 취지를 사람들이 알고, 널리 공감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통해서 볼 때,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상을 모실 준비, 역사를 비약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복한 변화



    일단 세계대백제전이라는 큰 숨을 돌린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앞으로 '행복한 변화'를 기본으로 한 정치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로 공격하고, 끌어내리고, 혁명을 일으켜서 정의로운 자가 그렇지 않은 자를 처단하는 순환의 고리. 그런 대립적 구도와 상황 속에서는 역사가 변하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이긴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상황 자체를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이어서 그는, 21세기를 이끌 세대들이 옛날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절에 물질의 발전과, 물질에 대한 찬미로 점철되어 형성되었던 이념과 생각들.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나누어 대립했던 그 싸움의 역사들. 그 모든 대립들을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로 바꾸고, 그것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대립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로 그가 제시한 것은, 우애, 박애, 연대를 기초로 한 문화와 평화의 개념이다.

    그는 우선, 충청도 지역의 역사적 공동체 의식을 활용해서, 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한다. 물론 역사의식으로 단결하기는 하되, 민족주의나 지역주의로 몰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형제애로 이루어진 연대와 나눔의 정신으로, 지역사회를 품격 있게 단결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였다. 이후 더 나아가, 평화와 나눔의 질서를 이 땅에 널리 퍼뜨리고 싶다고 한다.











    블로거들은 언론권력의 견제 역할을 해야



    이번 행사가 성공적이었으니, 이런 행사를 매년 개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한 기간만해도 12년 이었고, 투입된 예산만해도 어마어마한 액수였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정도 큰 규모의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는 것은, 재정적인 여건상 어려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충남문화예술재단'을 만들 계획이다. 이 재단을 이용해서 충남을 백제문화권, 유교문화권, 내포문화권, 갯벌문화권 등, 크게 네 개 문화권으로 나누어 개발하려 한다. 그래서 충남을 역사문화관광지로 만들어 갈 생각이라 한다. 그는, '이제는 빵만 가지고는 안 된다'며, 역사문화 발전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농업은 충남의, 국가의 기본이라며, 농촌과 농민에 대한 고민도 약간 털어놓았다. 과거에 행하던 대규모 증산운동을 친환경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고, 강과 논이 순환하는 새로운 농업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내용들은 이미 시도를 하고 있거나, 시험을 하고 있는 것도 많다 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그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바깥으로 좀 알려지고, 힘도 받고 해야 제대로 커 나갈 수 있을 거라며, 그는 블로거들이 그런 것들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랬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의 발전은 특정 인물이 주도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나서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언론권력들이 설정한 이슈들만 매일 받아먹는다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없음을 우려했다. 이것을 정신의 영양실조라 일컬으면서, 언론권력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블로거들이 맡아주어야 한다고 부탁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배에서 내려 함께 고란사로 올라가는 길에, 그는 눈에 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한 꼬마가 엄마에게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그 엄마는 '옛날에 노무현 대통령 많이 도와줬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 꼬마는 그런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출판기념회에서 이제는 미움이 선도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 한 것에 '발목이 잡혔다'라고 웃으며 말했던 그는, 미움과 싸움으로 일이 되진 않는다는 것을 계속해서 거듭 강조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아픔이 있고, 분노가 있겠지만, '과거와 싸울 수는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싸워야 한다고, 그 싸움도 평화와 사랑과 애정이 되어야 한다고, 일말의 주저 없이 단호히 말했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애정이 정치라는 것과 어떻게 맞물릴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의에 차 있었고,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푸른 백마강 만발한 꽃들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어떤 것이 태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그 옛날, 혹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무수한 꽃잎 떨어졌던 낙화암 위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우리를 굽어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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