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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이는 한낮의 유리알 유희 - 제주유리박물관
    국내여행/제주도 2010. 11. 26. 12:20

    우리 일상생활에서 참 많은 유리들이 쓰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유리 미술은 전무한 실정이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리 산업과 유리 미술 등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리가 공장에서만 만들어진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유리 미술이 아직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유리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설립된 곳이 바로 '제주유리박물관'이다. 유리도 도자기처럼 개인 공방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편, 이곳에서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주유리박물관에서는 유리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하고 있다. 단순히 유리 작품들을 만들고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유리 미술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제주유리박물관의 주소지는 제주 서귀포시에 속해 있지만, 내륙 쪽으로 좀 들어간 중문 권에 위치해 있다. 1만여 평의 대지 위에 아름다운 유리 조형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설치되어 있는 유리테마파크가 가장 눈에 띈다.

    제주유리박물관의 유리테마파크는 완만한 산비탈을 주 무대로 해서, 주위의 숲과 계곡까지 각종 유리 조형물들과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놀멍, 쉬멍, 걸으멍' 천천히 담소를 나누거나,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들과 함께 한낮의 유리알 유희를 즐길 수 있었다.






    제주유리박물관은 김포유리박물관이 제주도로 이전한 것이라 한다. 관장님은 대학 교수까지 했었던 유리 전문 미술가라고. 그래서일까, 유리박물관은 전체적으로 조금 무뚝뚝한 느낌을 준다.

    하나의 작품군에 집중하면 참 예쁘고 오밀조밀한데, 전체적인 느낌에서 서로서로 뚝 떨어져 있는 느낌. 허전한 느낌의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쉼표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공백일 수도 있고, 어쩌면 계속 채워넣기 위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그 깊은 뜻을 스치듯 지나간 방랑자가 어찌 알리요. 그저 이미 꾸며져 있는 공간만 적당히 보고 나올 뿐.






    공원은 은근히 넓다. 등산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완만한 비탈길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밤에 조명을 잘 해 놓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홈페이지 사진을 보니 조명시설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듯 한 느낌이다. 그나마도 야간개장은 특정 시기에만 하는듯 하니, 야간에 이곳을 찾을 계획이라면 미리 문의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바깥에 전시하기에는 부적절한 작품들은 따로 실내에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관에도 눈길을 끄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유리공예 작품들이 많았다. 유리박물관 답게 건물들도 대부분 큰 유리로 만들어져서, 내부가 훤히 다 보이는 시원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는 것. 냉난방비가 좀 많이 들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여름이든 겨울이든 안에서 밖으로 바라보는 경치 하나는 볼 만 할 듯 싶었다.






    제주유리박물관에서는 단순히 유리공예 작품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직접 유리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긴 파이프 끝에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유리를 불어서, 조그만 유리병을 만드는 것이 주 내용이다.
     
    쇠막대(불대)에 유리를 찍어내서 풍선처럼 불어 유리작품을 만드는 이 방법을 블로잉(blowing)이라고 한다. 유리공예기법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기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 기법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일단 한 번 연습으로 유리를 부는데, 이 유리는 그냥 깨 버린다. 유리가 재활용 가능하다는 건 여기서 처음 알게되었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잘 설명하고 지도해 주어서, 크게 어려울 건 없다. 아이들에게 특이한 경험으로 좋을만 한 체험이다. 직접 만든 유리병은 잘 식혀서 공항이나 선착장 등으로 배송해 준다 한다. 물론 체험비는 별도다.






    유리를 불어서 꽃병을 만드는 것 외에도, 유리 접시 만들기 체험도 있었다. 유리 위에 색칠을 해서 자신만의 접시를 만들 수 있는 체험. 그 외에도 단체 학습 코스로, 유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입구 겸 출구 쪽에는 각종 유리공예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도 운영되고 있었다.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전시실도 겸하고 있는 형태여서, 이곳도 전시실로 생각하고 둘러볼 만 하다. 국내의 각종 유리조형물이나 유리 인테리어, 유리 가구, 유리 공예품 등의 제작과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 만큼이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유리박물관은 유리를 전시하는 테마파크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종 유리공예 행사에도 참여하고,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유리공예 재료들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유리공예를 하려는 미술학도를 위해 해외유학 장학생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유리공예라는 한 주제에 대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돈을 벌어 내부를 더욱 꾸미고 넓히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우리나라에 유리공예를 확대 보급하기 위해 재투자하는 모습에서 큰 호감을 느낀 곳이다.






    나중에 이곳을 생각하면서 저런 작품들을 판매하는 쇼핑몰은 왜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자매회사인 송희그라스 하우스라는 곳에서 공예품들을 보고 주문을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송희그라스에서도 가격은 나오지 않는다. 사진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선택해서 문의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아무쪼록 우리나라도, 일본만큼이라도 유리공예가 발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어느 길 모퉁이 조그만 가게에서, 작고 귀엽고 영롱하게 반짝이는 유리 소품 하나에 넋을 잃는, 그런 경험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으면 좋겠다.



    제주유리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glassmuseum.co.kr/
    송희글라스(김포) : http://songheegl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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