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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를 담아 미래에 전한다 -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
    취재파일 2011. 8. 18. 16:11

    경복궁에 가기 위해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옆 계단 위로 낮은 건물 하나가 보인다. '경복궁 관리 사무소인가'하며, 화장실 이용할 때나 잠깐 들어가는 곳으로 생각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곳이 박물관이었을 줄이야! 그것도 경복궁에 관련된 유물들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로 운영되는 독립된 박물관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경복궁을 비롯하여 창덕궁, 창경궁 등, 모든 궁궐을 대상으로 그 문화와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 경복궁 역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지금, 창덕궁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창덕궁 특별전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선 '창덕궁, 아름다운 덕을 펼치다'라는 제목으로 창덕궁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박물관에서 왜 창덕궁 유물을 전시하고 있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 박물관의 위치는 경복궁 바로 옆이지만, 고궁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박물관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 조선왕실의 5대궁을 돌아가며 모두 전시 할 계획이라 밝혔다.




    고궁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동궐도'다. 동궐도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인데, 건물과 각종 유물들 이름도 세세하게 적어 놓아서 복원의 근거로 사용되는 귀중한 그림이다.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 정도의 큰 그림으로, 16첩을 잇대어 접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창
    덕궁은 지금 15~20% 정도의 전각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 이 동궐도를 보면 옛날 창덕궁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창덕궁을 5대궁 중 가장 먼저 기획하고 전시한 것은, 조선왕조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쓰인 궁궐이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경복궁이 정전이고 창덕궁은 이궁이었다. 하지만 왕자의난 등을 거치면서 왕들이 경복궁에 거처하길 꺼렸고, 게다가 창덕궁이 자연과 잘 어우러진 깊은 멋이 있기에 더 사랑받았다.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경복궁과 창덕궁이 모두 불 타 버렸는데, 창덕궁을 먼저 재건했을 정도다.




    ▲ 순종황후가 타던 자동차. 영국 다임러사가 제작한 리무진. 창덕궁 특별전과는 관련 없지만, 눈길을 끄는 전시물이다.



    ▲ 동궐도 앞에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


     





    창덕궁 특별전 이모저모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면 창덕궁을 비롯한 궁궐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유물들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순원왕후 육순과 신정왕후 망오 기념잔치가 그려진 그림에서는, 사흘에 걸쳐 펼쳐진 왕실의 잔치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림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사람 키만 한 촛대는 실제로 사용된 것이라 한다.




    이날 특별히 설명을 맡아 준 정종수 박물관장은, '옛날 왕이라면 마음대로 다 했을 것 같지만, 왕들도 마누라가 무서워 함부로 후궁을 맞지는 못 했다'며, 예나 지금이나, 왕이나 백성이나 마누라 무서운 건 매 한가지라고 농담 섞인 진담으로 웃음을 주었다. 

    왕이 합궁을 할 때는, 합궁하는 왕을 중심으로 양 사방으로 네 명의 상궁들이 서로 감시를 했다 한다. 이들은 서로서로 감시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때 숙직은 노상궁들만 한다고. 아무래도 젊은 상궁이면 피가 끓어 안 되지 않겠냐는 관장님의 설명이었다. 

    상궁은 5~7세 때부터 키워서, 15년이 지난 후에 정식 상궁이 되는데, 평생 수절을 해야 하는 게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상궁 정도 되면 판서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한다. 가히 그 한 몸 바쳐 집안을 일으킨다 할 수 있겠다. 









    ▲ 사흘간 펼쳐진 잔치의 모습을 하루하루 그대로 화폭에 담아 놓았다.









    ▲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왕실 생활과 관련된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왕의 이동식 변기였던 매화틀.



    전시관 한쪽에는 매화틀이 보이는데, 이것은 왕의 이동식 변기다. 왕의 그것은 매화 향이 난다 해서 매화틀이라 불렀다는데, 정종수 박물관장은 "뭐 설마 그랬겠어요? 그냥 매화 향이 난다 생각 하라는 거지"라며 다시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도 이 매화틀을 사용하고 나면, 바로 나인들이 들고 나가서 잘 닦는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이렇듯 국립고궁박물관은 고궁의 유물들을 중심으로 궁궐의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을 찾아가면 건물만 둘러보면서 궁궐을 느끼는 반면, 고궁박물관에서는 그 속에 들어있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종수 박물관장은, '고궁박물관은 고궁의 소프트웨어다'라고 표현했다.
     






    최광식 문화재청장과의 만남


    더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의 창덕궁 특별전에 대한 핵심부분만 간단히 설명을 듣고, 자리를 옮겨 최광식 문화재청장을 만났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할 때부터 인연이 닿은 최광식 청장을 만나는 것이 이 날의 주 목적이기도 했다.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고궁박물관을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면서, 원래 이 자리는 옛날에 중앙박물관이 있었던 자리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중앙박물관이 여태까지 열 번에 걸쳐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 용산 쪽에 자리를 잡은 것이라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중앙정보부장을 했던 이후락 씨가 평양을 방문해서 '조선중앙역사관'을 보고 와서는, 우리도 이런게 있어야 겠다 해서 생긴게 중앙박물관이라 한다.



    그 외에도 만수대 피바다를 보고 와서 만든 것이 명동의 국립극장(지금은 남산으로 옮긴 국립중앙극장)이고, 북한의 큰 공원을 보고 와서는 우리도 큰 공원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만든 것이 서울대공원이라 한다. 그래서 창경원이 이전하고 창경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고. 

    북한이 '중앙'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럼 우리가 지방이라는 뜻 아니냐면서, 우리도 크게 짓고 중앙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는, 웃지 못할 코메디 같은 남북대결 에피소드 속에서, 어쨌든 시너지 효과 비슷한 게 생긴 셈이다.



    ▲ 최광식 문화재청장




    우리 궁궐, 우리 문화


    이어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경복궁이나 창덕궁이 중국의 자금성에 비하면 화장실 만 하다고 말 한다. 하지만 그건 규모로만 생각할 게 아니다"라며, 우리 궁궐의 특징을 설명했다.


    자금성 같은 경우는 규모가 엄청난 데 비해 건물밖에 없기 때문에, 한 번 가면 다시 안 가게 된다. 하지만 창덕궁 같은 경우는, 언덕을 그대로 두고 그 사이에 건물을 지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계절이 바뀌면서 보는 맛이 달라진다. 그리고 자금성 후원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식물들을 심어 놓았는데, 우리 궁궐은 자생식물을 그대로 살린 것도 특징이라 했다.

    우리 조상들이 건물을 활용하는 방식은, 건물 자체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안에서 주위 자연을 바라보며 생활하는 방식이라며, 무량수전이 좋은 것도 거기서 바라본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니 조상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 시각으로 우리 것을 바라보면, 우리 궁궐과 건축물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거라 했다.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하는, 문화재청


    한 20년 전 문화재관리국 시절에 비하면, 지금 국민들이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하는 수준은 10배 이상 상승했다 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내국인들 조차 우리 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고, 더 나아가 외국인들까지 범위를 넓히면 할 일이 더욱 많아진다.


    일례로 외국 대통령 내외들조차 아직 한국을 아시아의 신흥부국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지난 G20 행사 때 각국 정상 내외분들을 데리고 창덕궁에 가서 한국 문화를 설명했더니, 다들 한국이 이런 나라인 줄 몰랐다며 감탄했을 정도라고.

    그래서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문화와 문화재를 보존하고, 알리고, 더 많이 찾아보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 했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 중앙박물관의 경우는 일본 동경 국립박물관이나, 대만의 국립박물관보다 방문객 수가 훨씬 더 많다 한다.

    최광식 문화재청장이 국립중앙박물관장을 할 때 동경 박물관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별 것 아니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 줘서 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 뿐이다'라고 말 했더니, 동경 박물관 측에선 더욱 놀라며 경악했다 한다. 일본도 박물관을 찾아가는 숙제를 내 주지만, 한국처럼 많은 학생들이 박물관을 실제로 찾아가진 않는 현실이라며.




    그러면서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청소년들이 찾아가는 박물관이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찾아야, 나중에 데이트를 하면서도 찾아가고, 자식 데리고도 찾아가며, 늙어서도 찾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배우고, 여행을 통해 의지력을 키우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통해 감성을 기르는 역할로, 온 사회가 분담해서 전인적 교육을 하는 체계로,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 속에 부모들이 가담해야 하는데, 부모들이 뭘 알아야 자식을 가르칠 것 아니냐며, 부모들 또한 우리 문화를 배우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많은 국가 부처들이 주어진 일들을 민간업체에 아웃소싱 하지만, 문화재는 국가의 정체성인 만큼, 문화재청은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고 결정한다. 그런 문화재청이 올해(2011년) 10월, 50주년을 맞이하여 9월 중순부터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니, 우리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기대를 해도 좋을 듯 하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우리 땅 독도, 그 아름다운 섬 이야기' 전시회를 8월 8일부터 8월 19일까지 정부대전청사 지하 1층 중앙홀에서 개최하고 있으니, 대전 근처에서 찾아갈 수 있는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 볼 만 하겠다.



    ▲ 판매용으로 제작된 동궐도 사본을 가지고 설명중인 최광식 문화재청장.




    p.s.
    문화재청 홈페이지: http://www.cha.go.kr
    국립고궁박물관: http://www.gogung.go.kr
    *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사진촬영은 금지 돼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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