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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음악 공연 - 월드뮤직 페스티벌
    취재파일 2011. 9. 9. 16:34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는, TV나 각종 미디어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전세계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 안에 들어오지 못했던 음악들을 접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점점 비슷해져가는 상업용 음악들에서 벗어나, 아직 독특한 형식과 모양, 그리고 기발함과 엉뚱함 등을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월드뮤직 자체가 주류에서 약간 벗어난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이 범주에서도 또 변두리로 벗어나 있는 음악들을 모아, 다시 '프린지' 무대를 만들어 놓았다. 행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의 큰 무대에는 주로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뮤지션들이 섰지만, 그 옆 작은 무대에는 주로 아마추어들의 작은 공연들이 펼쳐졌다.

    프린지 무대의 공연들은 사실, 조금 어설프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의 노련함이나 관객과의 호흡 등에서 미숙한 점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의 다양성과 행사의 다채로움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낮은 문턱 때문인지 일반인들도 큰 부담 없이 어울리며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흥겨웠다. 사실 음악을 누가 하든 무슨 상관이랴, 흥겨우면 좋은 거지.



    ▲ 월드뮤직 페스티벌 자원봉사자의 특별한 홍보 방식.



    ▲ 첨단쌍암공원 오픈 스테이지. 시엘 팝스 오케스트라.






    ▲ 베트남 전통춤을 선보였던 팀. 이 중 세 명이 자매관계. 연습 중에도 각자의 어린 자녀들이 막 뛰어다니고 해서 약간 정신은 없었지만, 이들은 끝까지 진지하게 공연에 임했다.




    오후 네 시, 늦여름의 해가 아직 환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을 때, 첨단쌍암공원의 월드뮤직 페스티벌 오픈 스테이지 위에는 보기만 해도 무겁고 더울 것만 같은 악기들을 들고 무대 위에서 연주중인 사람들이 있었다. '시엘 팝스 오케스트라'라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완전히 아마추어는 아닌 듯 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한창일 때, 무대 뒷편 잔디밭 쪽에서는 태국, 베트남 전통 복장을 예쁘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막바지 연습 중이었다.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를 통해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된 이들은, 태국과 베트남에서 시집을 오거나, 외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한국에서 생활 한 기간도 저마다 달랐는데, 아직 1년도 안 된 사람도 있었고, 5년 넘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 태국 전통춤 공연팀 일원. 이들도 잔디밭에서 최종 연습을 했는데,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태국팀은 이미, 올해 부처님 오신날 때 금남로에서 공연을 한 차례 한 적 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공연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이들은 이번 무대에서 태국 전통 우산 춤을 선보였다.

    베트남 팀의 경우는 다소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들은 '모농라'라는 베트남 전통 모자춤을 선보였다. 행사 전 3개월 동안 연습 했다지만, 아직 연습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듯,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열심히 연습을 계속했다.

    이날 날씨가 흐릿하면서도 습도가 높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 것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다.










    태국 팀과 베트남 팀 모두, 예전에 전통춤을 전문적으로 췄다든지 했던 경험이 없는, 그냥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이렇게 외국에 나와 살면서, 같은 나라 사람들을 만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살아가던 중에, 자연스럽게 이런 공연을 함께 하게 된 것 뿐이라고. 그러다가 이런 큰 무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공연을 해서 그럴까, 이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춤사위에 녹아들어 박수를 치며, 작은 실수를 감싸주고 격려해주며, 화기애애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수수한 무대가 오히려 진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지도 모른다, 그 속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그 무엇이 숨어 있으니까. 이번 무대를 계기로 이들의 공연이 앞으로도 즐겁게 계속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연을 즐기고 있었던 한 꼬마.






    ▲ 아이와 엄마가 함께 공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자녀가 너무 어린 경우는 늦은 밤까지 공연을 즐기지 못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짧지만 긴장됐고, 소박하지만 화려했으며, 또 그만큼 관객들의 호응도 컸던 태국, 베트남 민속춤 공연이 끝나자, 곧이어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지개지역아동센터'와 함께하는 퓨전 공감 '소통'이라고 소개에 나와 있었는데,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피플코리아'라고 소개했다. 전문 공연 팀이 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북 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모두 함께 이번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닌가라는 추리를 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대 위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북을 치며 무대를 열었는데, 중간에 무대 뒷편에서 전문 소리꾼으로 보이는 한 집단이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로 다가가 합류했다. 이어서 서로 호흡을 맞추어 공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타악기 특유의 흥겨움과 떠들썩함이 관중을 매료시켰다.


     
    중간에 빗방울이 흐드러져서 관객들 속에 동요가 일어났지만, 이 공연팀은 그 작은 소란 속에서도 관객들 사이로 들어가 연주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연은 계속된다는 것을 알리며 소란을 잠재웠다.

    관객들 속에는 특히나 엄마가 어린 자녀를 이끌고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어린 자녀들은 우산을 씌워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비를 맞아 가면서 끝까지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사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는 제대로 미술관이나 영화관을 가기도 어려우니 얼마나 이런 공연이 목말랐을까. 그까짓 비를 좀 맞더라도, 오랜만에 펼쳐지는 이런 공연 무대를 놓치지 않겠다는, 엄마이기 이전에 문화행사에 목말랐던 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히 문화의 '오아시스'를 모토로 내 걸 만 하다.







    ▲ 비가 쏟아져도 공연은 계속 됐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곧 그쳤다.



    ▲ 쿠아트로 수키야키 미니멀.






    ▲ 가족들이 소풍 나오듯이 꾸려서 나오는 월드뮤직 페스티벌.




    주로 아마추어들의 공연이 펼쳐졌던 '오픈 스테이지'의 공연이 끝나고,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 공연이 시작됐다. 오픈 스테이지를 즐기던 사람들은 그대로 메인 스테이지로 옮겨갔고, 드넓은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저마다 준비해 온 음식물 등을 꺼내서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셨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무대 위에는 한 그룹의 뮤지션들이 나와서 공연을 시작했다. '쿠아트로 수키야키 미니멀'. 다른 팀들도 그렇긴 했지만, 이 팀도 참 독특한 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멕시코 인 두 명과, 한국인, 일본인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 일본 소도시의 한 가옥에서 3주 동안 동거를 하며 호흡을 맞추었다는 이들은, 구사하는 악기부터가 참 독특했고, 나오는 소리도 정말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 이 꼬마의 집중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정말 엄청났다. 부채는 거들 뿐.



    ▲ 쿠아트로 수키야키 미니멀. 이들은 정말 독특한 소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냈는데,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내는 소리은 시작에 불과했다. 정말 음악의 세계는 넓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공연.



    ▲ 사실 소리는 '위~~~유~~~위~~~유~~~'에 가까웠는데, 그게 태초의 소리에 가까운 몸이 내는 소리라 그런지, 꼬마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대부분의 꼬마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집중했다.




     

    공연장 앞쪽을 보니, 아까부터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던 한 꼬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가족은 이번에도 공연장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서도 꼬마는 아까처럼 세상 모든 것과 벽을 쌓고, 음악에 푹 빠져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는 성인보다 더 넓은 음역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다. 그런데 어릴 때는 클래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지 못하고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 다양한 소리의 세계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귀가 둔해진 후다. 참 안타까운 아이러니. 이 비극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 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까부터 음악의 황홀경에 빠져 있는 이 꼬마는 참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참 부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모습. 어른들이 미처 이해할 수 없는 이 소리의 세계 속에서, 이 꼬마들은 과연 무엇을 듣고 있을까. 그리고 이런 경험으로 그들은 앞으로 어떤 세상을 열어가게 될까.

    너무 멀리 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세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은, 또 다른 측면에서의 다양한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이런 가능성이 바로, 우리 스스로도 그렇지만, 아이들을 이런 곳에 데려와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참고자료:
    월드뮤직 페스티벌: http://gjwmf.com 
    쿠아트로 수키야키 미니멀 소개 페이지: http://gjwmf.com/index1/PROGRAM/cuatro.php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홈페이지: http://cc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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