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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은 필요 없어, 잠들지 않을 테니까 - 월드뮤직 페스티벌, 쿤스트할레 광주
    취재파일 2011. 9. 10. 04:15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가족들이 오손도손' 즐기는 음악 축제를 컨셉으로 한다. 그래서 이번 행사 때도 메인 스테이지가 있었던 첨단쌍암공원은 잔디밭 펼쳐진 탁 트인 공간 속에서, 가족들이 소풍을 나오듯 편하게 나와서 둘러 앉아, 편한 음악들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다.

    그리고 서브 스테이지였던 금남로 공원은 연인들이 즐기기에 딱 좋은 무대였다. 공원 속에 마련된 무대 자체가 약간 지하로 숨어 있는 듯 한 느낌이었고, 장소 자체가 작고 아담하면서도 한적했기 때문이다. 또 근처가 번화가이기도 해서 실제로 많은 연인들이 손 잡고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가족과 연인을 위한 무대가 펼쳐졌는데, 이제 솔로는 어쩌란 말이냐. 대한민국에 일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최근에는 혼자 식사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식당까지 생길 정도로 솔로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말이다.

    가족과 연인은 떼거지고, 솔로는 혼자니까,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약자 계층으로,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 서러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솔로들을, 음악 축제에서마저 우습게 보고, 생략하면 정말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솔로들만 오세요라고 못 박은 건 아니지만, 혼자 혹은 친구들과 찾아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몇 시간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몸을 흔들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던 거다. 그 기특한 장소는 바로 쿤스트할레였다.



    ▲ 아시아 문화마루(쿤스트할레 광주)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아시아 문화마루(쿤스트할레 광주의 또다른 이름)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벼룩시장이 열린다. 그래서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 행사 중에도 저녁 시간에는 벼룩시장이 열렸다.

    여기서 월드뮤직 페스티벌 행사 중 일부가 열린다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벼룩시장 규모 또한 컸던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장사하는 사람들도 이번 축제를 즐기려고 겸사겸사 모여든 건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번 벼룩시장은 행사 때문에 10시 경 마감했다. 간단히 주변을 정리한 후 바로 공연 시작. 쇼핑을 즐기고 난 후 바로 클럽같은 분위기의 공연장에서 미친듯 헤드뱅잉을 한다는, 들장미 소녀 캔디 머리 풀고 널뛰기 하듯 아리따운 컨셉.



    ▲ 그룹 야야.



    ▲ 처음 한두곡 부를 때 까지만 해도 관객들은 참 얌전했다.






    사람들도 부담없이 모일 수 있는 토요일 밤, 쿤스트할레에서 첫 무대는 야야(yaya)가 열었다. 진한 화장에 날카로운 인상의 보컬을 딱 봤을 때, 웬지 싸이키델릭 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의외로 여는 노래는 탱고 풍.

    집시음악과 탱고음악 등을 기반으로, 락, 재즈, 사이키델릭, 클래식, 캬바레 뮤직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는 소개 답게, 이들의 음악은 한마디로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일관된 어떤 형식이 있었다.

    특히 보컬의 카리스마는 엄청났는데, 공연 도중에 잠시 쉬는 시간에, "난 너네들의 얌전한 관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마디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무대 앞으로 다가가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눈 앞에서 펼쳐졌다.

    오오, 저 보컬 앞에 있다가는 뭔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어, 하면서 난 슬슬 뒤로 빠졌고, 카리스마에 매료된 관객들은 그 앞에서 헤어날 수 없었고. 그러다가 보컬은 관객들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고,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는 어느 더운 여름날 이야기.



    ▲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각종 활동들로 정신없었던 자원봉사자들. 특히 쿤스트할레 쪽 사람들은 밤 늦게까지 무대를 지키고 있어야 해서 더욱 힘들었을 듯 하다.



    ▲ 참다못해 야야 보컬이 한 마디. "여러분들 너무 얌전해".



    ▲ 한마디 해 주길 바랬다는 듯이 일어나서 몸을 흔들던 관객들. 뭐냐 이건, 숨겨진 본성인가.



    ▲ 아, 이제 좀 열기가 올라 오네요, 아까는 여름인데도 추웠어요. 라고.






    ▲ 근데 난 너무 더워서 얼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실내의 이 열기, 감당하기 힘들어.






    두번째 공연팀은 수리수리마하수리(SurisuriMahasuri)라는, 다소 친숙한 단어이면서도 조금 생소한 뮤지션들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아보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이라 한다. 관객들 중에도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했다.

    오마르라는 모로코인 남자가 한국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정현을 만나 함께 연주하게 됐고, 또 여행중에 미나롬을 만나 셋이서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는, 참 독특한 사연의 여행자 밴드.

    자세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행이 음악이고 음악이 여행인 사람들인 듯 싶어서, 언제나 여행자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수리수리마하수리도 시작은 앉아서 했지만, 결국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인도, 아랍, 아프리카 등의 색깔들이 다양하게 묻어 있는 이들의 음악을 모두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곡들만 놓고 봤을 땐, 상당히 몽롱한 음악들이었다.

    듣다보면 웬지 바닥에 드러누워 '인생이 다 그렇지 뭐'하며 맥주에 땅콩이나 낼름낼름 집어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맥주 한 잔 손에 쥐고, 몽롱하게 클럽 바닥을 떠 다니며, 혼자 몸을 흔들면서 제자리를 맴맴 돌면 딱 어울릴 듯 한 느낌.

    공연 중에 이들은 단 한마디도 멘트를 하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이미 이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이들이 주도하는 데로 웃다가, 쉬다가, 춤 추다가, 멍하니 멈춰 서는 등의 행동을 했다. 어쩌면 사이비 교단을 만들어도 잘 운영 할 것 같은 느낌(농담). 그 정도로 이상한 마력이 있었다.


    실제로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다는 지인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이들의 팬이 되어 버렸다고 선언했을 정도. 그래서 나중에 숙소로 향하는 이들을 붙잡고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시디를 사라는 제안은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아아, 아직 판매로 이어질 만큼의 마력은 없었나 보다. 이게 바로 2% 부족함이라는 걸까.



    ▲ 이들의 맨발은 컨셉일까. 바닥이 그리 깨끗하진 않던데. 어쨌든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강렬한 음악과 퍼포먼스.






    ▲ 가만히 듣고 있으면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다. 꼭 한 번 공연장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 공연을 마치며 이들은 스티커를 뿌렸고, 지인은 운 좋게도 그걸 받았다. 내 카메라는 미인에게만 핀이 맞춰질 뿐이어서, 스티커 따위에는 촛점이 잘 맞질 않을 뿐이고.






    세번째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는 DJ 시코(DJ Cyco)라는 이름의 프랑스 뮤지션이었다. 프로듀서 겸 DJ로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는데, 처음만 조금 들으면 여느 클럽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흘러 나오는 평범한(?) 테크노 풍 댄스 음악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듣다보면 약간 중독성이 생기면서 독특한 비트와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살짝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번 행사에서는 밤 열 두시라는 늦은밤에 펼쳐진 공연이기도 했고, 앞서 나온 뮤지션들이 워낙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해서, DJ 시코의 음악은 단순한 클럽 백그라운드 뮤직 정도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음악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축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번화가의 수많은 술집과 노래방, 나이트 등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접하면서부터였다.

    다같은 쿵짝쿵짝인데, DJ 시코의 음악을 듣고 났더니, 길거리의 비트들이 이상하게도 격이 낮고 약하게만 들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 역시 입이든 귀든 수준을 높여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일정 수준 이하는 아예 성에 차지 않는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DJ 시코는 풀 문 파티(full moon party)를 떠올리게 했다. 단순히 즐기면 그냥 클럽용 하우스 뮤직.









    ▲ 공연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바깥을 들락날락했다. 에어컨 나오는 실내가 바깥보다 더 더워질 줄이야.






    아시아 문화마루(쿤스트할레 광주)는 컨테이너 박스 수십 개를 이어 붙여서 만든 아트홀이다.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하고, 음악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각종 퍼포먼스나 회의, 벼룩시장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다.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 공연들을 보면서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철제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소리가 내부에서 쿵쿵 울려서 더욱 크고 강하게 증폭되는 효과가 있더라는 것.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마저도 쿵덕쿵덕 뛰어 오르며 춤을 출 정도였다.

    그런데도 밖으로 나오면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새어 나오지 않는 특이함도 있었다. 그 때문에 공연장 내부와 외부가 이어져 있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유지되어, 경계를 넘으면 서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 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렇게 신비하고 이상한(?) 공간인 아시아 문화마루는, 앞서도 말했듯, 꼭 월드뮤직 페스티벌 기간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니까 한 번 관심 가지고 지켜 보도록 하자.

    아울러, 아직 광주 시민들마저도 많이들 '거긴 외국인들만 가는 곳 아닌가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약간 이질감을 느끼고 있기도 한데, 특별히 공지하는 행사들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p.s.
    내가 쿤스트할레에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언젠가는 이 공간에서 '네스티요나'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참고자료
    * 야야: http://www.myspace.com/nabipunk
    * 수리수리마하수리: http://www.myspace.com/surisurimahasuri/
    *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 광주): http://www.kunsthalle-gwangju.com/ko/
    * 월드뮤직 페스티벌: http://gjwm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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