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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에 한 번 열리는 예술시장 - 광주 야 벼룩시장, 쿤스트할레
    취재파일 2011. 9. 22. 01:31

    쿤스트할레(Kunsthalle)는 독일어로 '아트홀(Art Hall)'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광주광역시 구 전남도청 앞에 있는 '쿤스트할레 광주'는 한마디로 아트홀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쿤스트할레는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아트홀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기존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아트홀은 공연이면 공연, 전시면 전시만 계속 하는 곳이다. 하지만 쿤스트할레는 공연, 전시, 토론, 각종 행사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인 창작 공간이다.



    ▲ 쿤스트할레 광주(아시아 문화마루). 광주 야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 되면 축제처럼 분위기가 들뜬다.



    ▲ 쿤스트할레 광주 내부에 마련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홍보관.






    '쿤스트할레 광주'는 창작자와 시설 관계자 뿐만 아니라, 방문자들까지 합쳐져야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는 개념으로 세워진 공간이라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펼쳐지는 거의 모든 전시, 공연, 행사들이 그런 컨셉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공간에서 한 달에 한 번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아트홀'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니, 이것 또한 단순한 시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예술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설 관계자들이 주최하는 동시에 행사를 기획하고, 창작자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동시에 참여자가 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당연하게 관람자가 되는데, 이 때 이들은 적극적으로 예술 행위에 참여하는 소통형 관객이 된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컨셉 면에서 보면 참 이상적이고도 훌륭한 내용이다.




    ▲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쉽도록 꾸며놓은 전시물들.



    ▲ 광주 야 벼룩시장에서는 아주 다양한 판매자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가지고 나온다.



    ▲ 판매자들도 굳이 오늘 얼마치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구애되지 않고, 파티를 즐기듯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시아 문화마루 = 쿤스트할레 광주

    '쿤스트할레 광주'는, 수출입 항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컨테이너 박스 수십 개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물론 컨테이너 박스들을 자르고 붙여서 내부를 다시 꾸미고 했기 때문에, 추위도 피하고 더위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동성을 크게 고려한 결과로 컨테이너 박스라는 소재를 이용해 제작된 이 공간은, 원래 해외의 아티스트 그룹이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쿤스트할레 광주도 그들의 작품이라서 이름이 독일어로 돼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친숙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한글 이름을 공모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이름이 '아시아 문화마루'였다. 따라서 '쿤스트할레 광주'와 '아시아 문화마루'는 똑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두 개의 이름이다.




    어쨌든 이 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쇼캐이스 형태로 마련됐다. 다시 말하자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가 일이년 안에 완성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서 뭔가 보여주고, 홍보하고, 점검하고, 실험하며, 데이터도 수집하는 등의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2014년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이 들어서면 이 '쿤스트할레'는 철거 될 예정이다. 

    쿤스트할레가 현재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를 일반인이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최전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에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홍보관도 조그맣게 설치 돼 있다.

    다시말해서 '쿤스트할레 광주'에서 열리는 행사 하나하나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것들이고, 전시관 자체가 홍보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니 광주에 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쯤 방문해서, 어떤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중인지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내부에서 진행되는 행사들도 함께 즐기면 더욱 좋을 테다.



    ▲ 스터프드 계란, 으깬감자 등을 파는 판매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템들이 이렇게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 솜씨좋은 판매팀이 여럿 합치니 마치 처음부터 가게였던 것처럼 꾸며졌다.



    ▲ 행사와 함께 진행되고 있던 빨간구두에 색칠하기.







    광주 야 벼룩시장
     
    '쿤스트할레 광주'에서 열리는 행사들 중 하나가 '광주 야 벼룩시장'인데, 이 행사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말 그대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이 열리는데, 이미 알음알음 알려져서 은근히 다녀간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기있는 행사다.



    판매자들 중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창작품들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소재들을 가져와서 손님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만드는 형태도 있다.

    예를들어 이번 벼룩시장에서 봤던 티셔츠 판매 팀의 경우는, 하얀 티셔츠에 손님이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완성품을 판매하는 형태였다. 기존의 매장에서는 할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의 제작 판매 방식이다.


    이것 외에도, 집에서 만들어 온 요거트를 내놓은 사람도 있고, 직접 제작한 목걸이, 팔찌, 그림엽서, 옷, 패션소품 등을 판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쓰던 물건을 가져와서 싸게 파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단순판매 형태도 '아트홀'에서 행해지니, 일종의 행위예술처럼 보이기도 했다.



    ▲ 몇 개나 팔릴지 정말 궁금했던 몇몇 아이템들 중 하나.



    ▲ 티셔츠에 직적 그림을 그려서 사 가는 코너. 곰곰이 생각해보면, 왜 내가 그림도 그리고 티셔츠도 사 가고 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으니, 깊이 생각하지 말고 참여하는 게 좋다. 







    장소가 심어주는 인식의 차이랄까. 이 벼룩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살아있는 예술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면, 약간 다른 시선으로 이 행사를 바라볼 수 있다.

    이 벼룩시장이 독특한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밤이 깊으면 공연이 펼쳐진다. DJ의 신나는 클럽형식의 파티장이 될 수도 있고, 전문 밴드들의 공연무대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건 매회 다르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를 하거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즐기면 된다.
     
    쇼핑과 클럽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전시과 공연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공연은 주로 스텐딩 파티 형태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운 파티로 즐길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문화행사는 쿤스트할레의 복합적인 성격을 한번에 잘 나타내 보여주는데, 몇 년 후에 건립될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이 어떤 성격의 시설물이 될지, 어림짐작 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 바디페인팅 팀. 구매자 한 사람이 나타나면 주위에서 구경꾼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하나의 작은 퍼포먼스처럼 되곤 했다.














     

    ▲ 건물 외부에는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 이곳에서 일 했었다며 행사의 취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줬던 양예리 씨.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 쿤스트할레는 2층으로 돼 있고, 2층에도 판매자들이 판을 펴고 있다. 2층에서 행사장 전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 시내 여기저기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모두 참여한다는 아티스트 팀. 디자인 비엔날레 같은 데도 참여한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2층에는 이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쨌든 놀자

    쿤스트할레 측은 '광주 야 벼룩시장'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다양한 효과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건 주최측 이야기고,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잘 가서 잘 놀면 된다.

    장소가 광주라는 것이 좀 문제이긴 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기회가 된다면, 혹은 다른 일로 갔다가도 생각나면 한 번 쯤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만약 정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면, 자신이 만든 창작품을 싸들고 가서 판매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창작물이라면 차비 정도는 건질 수도 있을 테니,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기는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때때로 언더그라운드에서 꽤 알려진 밴드들이 나올 때도 있으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홈페이지를 체크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이 벼룩시장 말고도 다양한 행사들이 수시로 열리니까, 이 근처로 갈 일이 생긴다면 행사 일정을 한 번 체크해 보자.

    덧붙이자면, 이런 공간이 우리나라 곳곳에 다양하게 좀 생겨서, 각 지역마다 독특하게 운영된다면 여행 갈 때 한번씩 들러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지역별로 독특한 문화공간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으니, 좀 더 주위를 둘러보고, 정보를 교환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참고자료
    쿤스트할레 광주, 광주 야 벼룩시장 (매달 바뀜):
    http://www.kunsthalle-gwangju.com/ko/now-and-upcoming/night-flea-market-gwangju-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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