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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으로 공감하는 시민들의 문화축제: 2011 천안 e-Sports 문화축제
    취재파일 2011. 10. 3. 17:22

    한때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각종 게임 리그들이 붐을 이룬 적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전국민이 한 게임에 올인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며, 프로게이머도 생겨나고 그들을 응원하는 응원부대도 생겨났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하루종일 게임 대결을 보여주는 티비 채널도 생겨났고, 급기야 이-스포츠(e-sports)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그 많은 축제와 리그들은 지금 다 어떻게 됐을까.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점차 식어가면서 다른 게임들로 리그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만한 관심을 끌 만 한 킬러 컨텐츠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너도나도 유치하던 각종 게임 대회와 게임 축제들은 하나둘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고, 이젠 뭔가 있지 않을까 하며 유심히 들여다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이스포츠의 명맥을 굳건히 이어오고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천안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게임 리그. 천안에서 그 역사를 어떻게 간직하고 이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과거의 추억과 함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천안 e-Sports 문화축제 개막식.



    ▲ 개막식에 참가한 성무용 천안시장과 설기환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



    ▲ 개막식에서 선수 대표로 선서를 한 아이와 노인.







    2011 천안 e-Sports 문화축제

    지금 천안에서는 '2011 천안 e-Sports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천안시가 주최하고,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천안시야 다들 알만 한 곳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고,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은 충청남도 전역을 대상으로 지역경제 발전과 문화컨텐츠 개발 등을 하는 곳이다.

    지식기반 문화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리, 운영 등을 하는 광범위한 사업을 하는 곳이라 한마디로 소개하기는 어려운 곳이지만, 문화산업과 관련해서 정보통신기술과 소프트웨어 산업 등에 관련한 사업도 하는 곳이라 이번 축제과 큰 관계를 맺고 있다.




    어쨌든 이번 축제는 크게 천안리그와 전국리그로 나누어져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각 리그별 종목은 다음과 같다.

    천안리그 종목: 오디션 잉글리쉬, 퍼즐 버블 온라인, 스크린 골프, 장기, 배틀 가로세로, 닌텐도 Wii 볼링.
    전국 오픈리그 종목: 피파 온라인2, 카트라이더.



    ▲ 게임역사 특별전



    ▲ 추억의 게임기들을 볼 수 있는데, 일부는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엄마한테 사 달라고 조르다가 빗자루로 맞은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 각종 게임기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데, 처음보는 신기한 것들도 있었다.



    ▲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것 좀 만들어 보자.



    ▲ MS 키넥트는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서 작동했다. 새로운 작동방법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어색해하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 역시 게임은 단순히 치고 박는 아케이드가 최고.



    ▲ 스크린 골프. 이것도 대회 종목 중 하나.







    스타크래프트가 리그에서 빠진 건 이미 몇 년 전부터다. 아직도 술 마시고 갈 데 없거나, 남자들끼리 만나서 딱히 할 거 없으면 피씨방 가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이젠 흘러가버린 유행가처럼 기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픔의 이야기. 

    대신 전국리그에 카트라이더가 아직 있는 것은 식지 않는 열기와 초딩의 파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사실 카트라이더가 초딩 전용 게임인 것도 아니고, 피씨방에 가보면 성인들도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웬지 카트라이더 하면 초딩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이미지.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고. 



    하여튼 천안리그는 다시 여러가지 작은 리그들로 나누어져 있다. 천안시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대항전 형식으로 펼치는 스쿨리그, 천안시 거주 만 60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리그, 천안시에 거주하는 가족단위 팀별 대항전인 가족리그, 충남에 거주하는 만 30세 이상인 사람들이 스크린 골프로 승부를 가르는 장년리그, 천안시 거주 다문화 가족들이 한글 낱말 맞추기 게임으로 대결하는 다문화리그, 천안시 거주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리그 등이다.
     
    리그를 세부적으로 나눈 것은 대회 운영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일이라, 자칫하면 혼란과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축제에 끌어모아 함께 즐기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다. 부드럽고 세련된 운영능력이 요구되는 대목인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닌텐도 달리기 게임 하면 살 빠질 듯.







    각종 전시와 체험 행사들

    이번 천안 e-sports 문화축제는 단순히 게임 경기를 지켜보는 것 외에, 관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따로 부스들이 마련되어 있다. 게임역사특별전에 전시된 시대별 게임기들로 게임의 발전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고, 그 옆으로 닌텐도 Wii, MS 키넥트를 비롯한 각종 게임기들을 직접 조작하며 게임을 즐겨볼 수 있다.

    메인 경기장 바깥 양 쪽 옆으로도 각종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곳에서는 삼성전자 홍보차량, 니콘 무빙 스튜디오, 3D 입체 영상관, 각 기업과 대학들의 컨텐츠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한국 보드게임 산업협회 부스에서는 여러가지 보드게임들을 즐겨볼 수 있으니, 친구나 가족과 함께 찾아가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부스들이 설치되어서, 이번 행사는 단순히 e-sports를 관람하는 '대회'가 아니라, '문화축제'라는 이름에 맞게 거듭날 수 있었다. 경기만 지켜보는 대회였다면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 없을 수도 있는데, 많지는 않아도 이런 즐길거리들을 배치해 놓은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이런 식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해 나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었으면 싶다.
     
    아, 게임 축제라고 게임들만 잔뜩 있기는 하지만, 간이 매점과 호두과자 판매 부스도 있다. 천안 삼거리 공원이 유명한 호두과자점이 많이 있는 곳과는 좀 동떨어진 곳이라 지도를 보면 좀 아쉽다 싶기도 하겠지만, 참 천안스럽게도 축제장에 호두과자들이 가득가득하니 이건 걱정 붙들어 매도 되겠다.



    ▲ 실버리그 장기 대전 중. 취재진들이 막 돌아다녀서 산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 선수들이었다. 노인과 아이가 함께 대전하는 어떤 종목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세대와 세대의 충돌 말이다.









    ▲ 이건 대체 무슨 게임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한동안 지켜봤던 게임. 그래도 완전히 이해는 못 하겠더라.







    개막식과 게임 리그

    29일 개막식은 성무용 천안시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설기환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의 축사와 함께 대표 선수들의 선서로 이어졌다. 특히 대표선수 선서는 노인과 아이로 구성되어, '게임으로 공감하는 새문화'라는 슬로건과 어울렸다.

    개막식이 끝난 후 곧바로 각종 리그전이 펼쳐졌는데, 사실 이스포츠(e-sports)는 사람이 움직이는 크고 역동적인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소 밋밋해 보이기도 했다. 설렁설렁 지나치면서 보면, 그냥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 하고 있는 모습 밖에는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동네 대표로 뽑혀서 출전한 어르신들의 장기 두는 것을 찬찬히 보면, 아 정말 고수들다운 수들이 막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워낙 실력자들이라 훈수는 엄두도 못 내지만, 행여라도 옆에서 훈수 두면 큰 일 나는 경기.

    그 바로 너머로 보이는 경기장에서는 아이들이 게임 대회를 펼치고 있었는데, 나도 처음보는 게임이라 뭐라 설명할 수도 없고, 뭘 봐야 할 지도 모르겠고. 조금 보다보니 대충 어떻게 흘러가는 게임인지 짐작은 가던데, 솔직히 이런 게임을 왜 하나 싶기도 하고, 너무 고차원적이다 싶기도 하고. 아아 난 너네들이 카트라이더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외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정말 고생했다.



    중앙무대에서 펼쳐진 스쿨리그 리그전에서는 참가자들의 열기가 느껴졌는데, 게임이 교육용 게임이라 그런지 보는 입장에선 긴장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들의 안절부절 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어차피 따지고 보면 삶이 또 하나의 게임이니까, 그들의 게임을 이렇게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 꼭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에서만 재미를 찾을 필요는 없으니까. 라며 자리에서 리그전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실은 좀 질렸다.

    영어로 토킹하는 게임이라니! 음성인식은 어떻게 하고, 채점은 어떻게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보긴 했지만, 아아 초딩들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질려버린 거다. 게임 대회에서 이렇게 기가 죽어야 하다니!

    그래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 보드게임 하는 것만 실컷 보고 왔다는 이야기. 꼭 주제에서만 재미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 스쿨리그전에 참가해서 대결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모습.



    ▲ 사회자들도 신기한 듯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게임이 영어로 말하는 게임인지라, 사회자도 입을 닫고 조용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게임만 한다면 사회자는 참 난감할 듯.



    ▲ 참가 학생 보다도 지켜보는 선생님들이 더 흥분하고 안절부절.



    ▲ 따로 마련된 부스에서 보드게임 하는 모습.










    천안의 독특한 게임 축제

    게임대회만을 주제로 축제를 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중앙무대 옆에 게임기 몇 대 갖다놓고 관객들에게 체험마당을 마련해 주는 것 또한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한 때 수많은 게임 축제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 모든 축제들이 다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천안 e-Sports 문화축제도 사실 이 축제 하나만 본다면, 그 수많은 게임 축제들 중에서 아직 명맥을 잇고 있는 축제 정도의 의미 밖에 되지 않을 테다. 하지만 이 축제는 여타의 다른 게임 축제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천안 삼거리 공원 일대에 수많은 축제들이 함께 동시에 열리고 있다는 것.

    게임 축제와는 아무 상관 없는 춤 축제와 농산물 축제 같은 것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한 데 모여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서로서로 연관을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 보다가 재미 없으면 춤 축제 보러 가고, 춤 보다가 지치면 게임 보러 가고, 그러다 배 고프면 먹거리 장터 가고. 훌륭한 배치다. 과연 일부러 이렇게 의도하고 배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우연이라도 참 괜찮은 형태였다. 앞으로도 천안이 이런 특징을 잘 살려서 e-Sports 문화축제를 끌고 나갔으면 싶다.




    p.s.
    천안 e-Sports 문화축제: http://www.cecf.kr/

    충남문화산업진흥원: http://www.ctia.kr/
    이 컨텐츠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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