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 시위, 소위 '홍콩 우산 혁명'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시위 형태 혹은 시위 문화'였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가지들을 한 군데 모아놓으니 아주 색다른 시위 형태가 되었다는 것.
홍콩 쪽 민주인사, 시민단체들은 대만 쪽과 많은 교류를 했다. 그래서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길에 드러눕거나, 길에서 밤을 새거나, 관청을 점령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거나 하는 다소 과격한 행동들은 대만 쪽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대만도 민주화 운동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하니까. 가장 최근엔 올 상반기에 중국과의 무역협정을 시민들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진행했다며, 3,4월에 시위대가 약 20일 동안 의회를 점령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길에서 교수나 시민단체 사람들이 강의를 한다든지, 숙제를 하고 토론을 한다든지, 본부를 세워서 필요한 물건들을 나누고 하는 모습들은 월 스트리트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와 많이 닮아있다.
이 두가지를 합쳐버리니 뭔가 시위대들만의 작은 사회가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걸 접한 사람들 중에는 '무정부주의(anarchist)가 아닌가'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뭐 그건 중국 정부를 부정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호도하는 면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모습들은 트위터, 페북, 메신저, 유튜브 등의 각종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연일 소개되고 있다. 언론인들도 이런 모습이 신기했는지, 이에 관한 보도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편이다. 극소수이긴하지만, 이것 때문에 홍콩을 일부러 가는 사람도 있고(외국인들).
홍콩인들은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흥미롭다고 표현하기는 좀 미안하고... 어쨌든 이번 홍콩 시위는 관심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켜볼 만 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관전 포인트를 각종 언론과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에게 집중해보라. 초반에 몇몇 언론사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금도 약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보수라는 곳들은, '어린 놈들까지 기어나온 시위대는 일단 빨갱이들인데, 중국이 빨갱이 나라니까 거기에 반항하며 민주화를 외치는데 빨갱이라 욕 할 수도 없고... 그냥 가만히 있자' 정도의 모습들을 보인다. 잘 보면 재밌다. 그리고 잘 모아놓으면 나중에 활용할 수도 있을 듯 하다.
p.s. 참고자료들 (언론기사)
Students Are Doing Their Homework While Protesting In The Streets Of Hong Kong
Things that could only happen in a Hong Kong protest
홍콩 민주화 시위...숨은 주역은 '대만'
p.s.
우리도 시위할 때, 별 도움은 안 되더라도 영어로 기록들을 좀 남겨서 홍익인간 정신을 살렸으면 싶기도 하다. ...근데 뭐, 그 시기엔 그런 것 할 정신이 있기나 하겠냐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