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분리수거 안 된 쓰레기는 안 받겠다"라며, "쓰레기 분리수거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뉴스 기사에 나온 내용들만 보자면 '재활용 쓰레기 분리 배출을 잘 하자'라거나,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업체들은 실명제를 확실히 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수시로 쓰리게 종량제 봉투를 검사해서 분리 배출이 제대로 안 되는 동네는 며칠간 쓰레기를 안 받아주는 등의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내용.

 

여기까지만 하면 '아, 우리집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 배출 잘 하고 있으니까 별 문제 없겠지'하며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는데, 인터넷에 전단지 사진 하나가 올라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느날 느닷없이 나타난 전단지 한 장. 내가 이 전단지를 본 것은 2월 28일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아직 실물은 보지 못했다. 누리꾼들도 대부분이 최근 며칠 사이에 이 전단지를 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즉, 사람들은 2월 말에서나 이런 내용을 보게 됐는데 전단지에선 갑자기 '3월부터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홍보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내용도 문제다. 일단 전단지 내용 중 일부를 다시 옮겨보자면 이렇다.

 

 

"2015년 3월부터 쓰레기종량제 봉투 안에 '종이나 비닐'이 들어있으면 봉투 수거가 거부되거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종이, 비닐, 플라스틱, 캔 등 재활용품이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로 혼합배출 되지 않다록'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 혼합배출 하지 않고 분리수거 잘 하자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하고 있는 것은 그 아래 세부 분리사항 부분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만 떼 보자.

 

 

* 종이류 재활용 대상: 사용한 핸드타월, 휴지, 티백포장지, 각종 영수증, 종이부스러기, 신문지, ...

* 폐비닐 (재활용 대상): 라면봉지, 한약팩, 1회용 비닐봉투, ...

 

 

이 전단지에서는 '사용한 휴지'도 재활용 대상이라고 정해놓고 있다. 즉, 이걸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수거 거부하거나 과태료 먹이겠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똥 닦은 휴지, 코 푼 화장지, 이것저것 닦은 더러운 휴지들도 재활용품이라고 따로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각종 영수증'을 재활용품으로 분리 배출하라니. 그거 그대로 배출해서 개인정보 유출되면 정부에서 책임 질 건가. 개인정보 유출 부분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게다가 '1회용 비닐봉투'도 재활용 대상이라 한다. 즉 검은 비닐봉지 종량제 봉투 안에 넣지 말란 소리다. 그렇다면 사용한 여성 생리용품을 그냥 그대로 종량제 봉투 안에 버리라는 건지. 이물질 묻어있는 더러운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하라는 건지.

 

 

집에서 쓰레기 정리나 청소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 테다. 일단 쓰레기들을 비닐봉지 같은 데 담았다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모아 버린다는 것. 비닐봉지에 담았던 쓰레기를 다 꺼내서 종량제 봉투에 옮겨담으란 소리 같은데, 현실적으로 이게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리고 아파트 같이 그때그때 재활용품 갖다 버릴 수 있는 곳이면 좀 상황이 나을 수도 있지만, 일반 주택 같은 곳은 라면 봉지 하나 재활용 하라고 길거리에 덜렁 내놓기도 뭣 한 상황이고,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집도 좁은데 집에 쓰레기 쌓아놓고 살라고?

 

쓰레기 분리수거, 분리배출을 잘 하자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이건 너무 현실을 모르는 정책 아닌가 싶다. 이런 정책 만들고, 이런 전단지 만들어 배포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분리배출 어떻게 하는지 좀 보여달라. 노하우라도 좀 알려주고 강제하든지 말든지 해야할 것 아닌가.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시키는대로 해라'하면 장땡이란 말인가. 정말 실망스럽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