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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소 게이밍 마우스 사용기 DFC 70838
    IT 2017. 6. 18. 18:40

    사실 마우스는 오천 원이 그리 싼 가격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오천 원에 그럭저럭 쓸만 한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송료가 문제이긴 한데, 한 번 살 때 몇 개 사서 쟁여두면 심심할 때 던져도 걱정 없다.

     

    그래서 다이소에서 처음 5,000원 짜리 마우스를 봤을 때, 이걸 사야하나 무척 고민했다. 사실 딱히 살 필요는 없었지만, 어느 울적할 날 그러고 싶을 때 있잖아. 이 집에서 가장 비싼 걸로 지를 테야하고 질러버리는 쾌감. 그래서 오천 원짜리 마우스. 

     

     

    옆에 있는 오천 원짜리 키보드도 사볼까 했지만, 우리동네에는 한 종류 키보드만 팔던데 키 배열이 좀 이상했다. 특히 엔터키 위치가 좋지 않아서, 사봤자 썩히겠다 싶어서 패스. 사실 키보드도 인터넷에서 오천 원 짜리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

     

    어쨌든 럭셔리한 오천 원 짜리 마우스 구입. 다이소에선 비싼 축에 속하는 아이템이다. 나름 껍데기엔 '게이밍 마우스'라고 적혀 있는데, 영수증엔 '게임 겸용 마우스'라고 찍혀 나오더라. 모든 마우스가 다 게임 겸용 가능한데.

     

    하여튼 질렀으니 뜯어본다.

     

     

    비닐 껍데기 안에 있을 땐 반짝반짝 윤이 흐르더니, 껍질을 벗기니 둔탁한 색깔이다. 역시 알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태가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 태어나자마자 빛나던 색깔을 잃고 앞으로 살아갈 고된 마우스생을 예견이나 하듯이 슬픈 모습이다. 어쩔 수 없지, 이것도 다 운명이니까.

     

    저 앞부분 뾰족한 부분은 찔리면 아프다. 급할 땐 흉기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물론 사과를 찍어 먹을 수도 있겠다. 수박도. 참외도. 소세지도. 먹고싶다.

     

     

    나름 설명서도 있다. 설명서 내용을 한 마디로 줄이면, 그냥 꽂아 써라 되겠다.

     

     

    박스 껍데기엔 뭔가 이런저런 기능이 있다고 잔뜩 설명해놨다. 이런거 막 끄집어내서 포장 잘 하는 사람들 정말 부럽더라. 사실 이런 껍데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분명 여기에 혹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윗쪽에 DPI 버튼이 있다. 누르면 DPI 설정이 바뀐다. 800에서 2400까지. 그냥 이걸 누르면 마우스 포인터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느려지고 한다고 알아두면 된다. 사실 한 번 설정해놓으면 그다지 바꿀 필요도 없다.

     

     

    나름 디자인 하려고 노력한 모습도 보인다.

     

     

    사진 잘 찍으면 꽤 그럴듯 해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 쇼핑은 대체로 사진빨에 속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껍데기 비니루가 한번에 깨끗하게 떨어진다는 거다. 대체로 마우스 겉봉지는 막 칼로 긋고 가위로 자르고 찍찍 해서 손도 다칠뻔 하고 해서 거의 수술을 해야 찢어서 꺼낼 수 있는데, 이건 그냥 손으로 쭉 잡아당기면 주르륵 벗겨진다. 벗기기는 쉽지만 다시 봉합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벗기는 건 항상 신중해야 한다.

     

     

    바로 PC에 갖다 꽂아봤다. 여기저기 불이 들어온다. 꽁무니의 저 불은 대체 왜 들어오는 걸까. 손에 쥐면 보이지도 않는데. 어두운 곳에서 마우스를 잘 찾기 위함이라면 휠에 들어오는 불빛만으로도 충분한데. 혹시 이걸로 전기를 더 잡아먹는 건 아닐까. 전기회사와 결탁해서 전기세를 더 나오게 할 속셈인가. 어쨌든 꽁다리에 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

     

     

    마우스 휠에도 불이 들어온다. 대체 왜. 끄는 기능은 없다. 꺼지지 않는 불. 마치 전설의 드레곤 둥지에 있는 영원히 불타는 횃불 같은 녀석이다. 횃불은 전기세라도 안 나오지.

     

     

    어쨌든 마우스 자체는 그냥저냥 쓸 만 하다. 기존에 쓰던 것보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좀 더 큰 것을 쪼물쪼물 하고 싶은 욕심으로 이걸 산 이유도 있다. 한손 가득 들어오기는 한데, 너무 가벼운 게 문제다.

     

    묵직함이 없이 가벼워서 어느날 눈 떠보면 날아가고 없을 것 같다. 밑바닥도 너무 미끄러워서 약간의 경사로도 슬슬 굴러가버리기도 한다. 조만간 발 없는 마우스가 천리 가는 광경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오천 원으로 집 근처에서 가볍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럭저럭 쓸만 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급히 새 마우스가 필요하거나, 들고다니며 사용해야 해서 막 굴릴 용도로 사용하기엔 괜찮겠다. 막 불도 여기저기 켜지니까, 외로울 땐 따뜻한 불빛을 쬐며 오손도손 대화도 나눠보자.

     

    참고로 다이소엔 이것 포함해서 총 세 종류의 마우스가 있더라. 모두 오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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