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일조(중국) 따이공 여행기 (2005.03.27) 3/3
<다음날>
이제, 일조 여행(?) 무박삼일의 마지막 날.
해가 밝고, 배는 오전중에 평택항에 도착했다.
가방이 먼저 줄을 서 있고, 사람들은 나중에 나온다.
저 무거운 짐들은 다시 메고 지고 내려서 평택항으로 나가는 것.
차례로 내리는데, 꼭 먼저 내리는 데 목숨 건 사람들이 있다.
여기선 어차피 빨리 내려봐야 별 볼 일 없는데도 한사코 남보다 빨라야 한다는 집착.
어차피 짐이 많아서 세관들이 검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다 거기서 거기인데도.
혹자들은 말 한다, 중국 농산물 때문에 한국 농민들이 죽는다고.
(중국 농산물이 싸니깐 한국 농산물이 잘 안 팔린다는 주장)
그러면 반대편에선 이렇게 말 한다. 중국 농산물 없으면 도시 서민들이 죽는다고.
(한국 농산물이 워낙 비싸서 서민들은 좋은줄 알면서도 사 먹기 힘들다는 주장)
둘 다 맞는 말이다.
적당이라든가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딴 거 엄청 싫어하지만,
타협과 협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암묵적으로라도.
일장 일단이 있고, 하나씩 일일이 꼽아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이유는, 이걸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말 이거 아니면 뭘 해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한 사람들이 있다.
도둑질이나 강도질 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쩌겠는가.
그 사람들보고 한국 농업 망치니까, 그만 두고 노숙자나 하라고 해야 하나?
적당한 수준에서 눈 감아 주는 정도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겠다, 어느 한 쪽 편 들어 주기엔 너무나 미묘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요즘은 중소기업청 같은 데서 보따리를 소호무역이라면서 장려하고 있다는 것.
청년실업해소, 실업자 구제 이런 명분을 내걸고, 강사 불러서 방법도 가르쳐 주고 그런다.
한 쪽에선 장려하고, 한 쪽에선 못하게 하고...
정말 무슨 생각들인지...
세관 검사 통과하는 데만 세시간 넘게 걸렸다.
대부분 줄 서서 기다리는데 시간 다 잡아먹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평택항 앞으로 나왔다.
물건 들고 나와서 넘겨주고 돈 받으면 끝.
이것으로 따이공 한 항차가 모두 끝난 거다.
평택항 앞에는 시간 맞춰서 보따리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오뎅장사들과, 자장면 배달부들.
자장면은 전화해서 시키지 않아도 된다.
자기네들이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으니까.
대부분의 (보따리) 사람들은 대충 배 채우고 다시 배를 탄다.
일주일에 세 번 왕복. 한 번 갔다 오면 한 오만 원 쯤 남나...
운 좋을 때는 십만 원 남을 수도 있고,
변칙행위를 하면 당장은 더 벌 수도 있다.
(그러다 걸리면 여태까지 먹은 것 다 뱉어야 한다.)
일주일 내내 배 타면서 한달 내내 럭키 세븐이 뜬다면, 이론상 한 달에 120만원도 가능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순수하게 따이공만 해서는 그 정도는 안 나올 것 같다.
먹는 데 쓰는 돈도 있을 테고, 생필품도 사야 할 테고(치약, 화장지 이런 것들),
중국 비자 받는 데 들어가는 돈도 있을 테고... (복수 비자가 있다 하더라도)
계산해 보면, 대충 그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랄까.
사람들 중에는,
'왜 저런 짓만 할까? 중국에서 시장조사 해서 좋은 물건 건지면 대박인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다.
그런데 과연... 저 사람들이 그걸 생각 안 해 봤을까?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만 말 해 두겠다.
섣부른 꿈과 환상은 인생을 망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거랄까.
어쨌든, 일조 하루 둘러보기 겸 따이공 체험담은 이것으로 끝이다.
대충 따이공이란 어떤 것인지 감 잡는데 도움이 됐다면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고 본다.
그냥 이런 삶도 있구나 정도로 봐 줬으면 좋겠다.
젠장... 배고프다... 난 왜 쓸데없이 이런 여행기나 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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