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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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그림일기 2009. 10. 22. 00:36
비 오는 날엔 재미있게 즐길 것이 너무나도 많다. 비 맞으며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다가 어딘가 죽치고 앉기, 혹은 방황하다가 비 맞기, 방황하다가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방황하다가 죽치고 앉아서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등등, 비 오는 날엔 정말 즐길 것이 너무너무 많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약속도 없이 찾아온 죽음처럼 비가 내렸다. 나는 얼른, 사냥감을 본 사냥꾼처럼 밖으로 뛰어 나갔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날 산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비 맞는 쓰레기통과 공중전화박스였다.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을 법 한 이 두가지가 그날따라 유난히도 단짝처럼 잘 어울려 보였다. 어쩌면 어차피 대화같은 쓰레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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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처럼 슬픈 노래를웹툰일기/2007 2007. 10. 31. 03:53
엊그제였나,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이맘때 즘의 비는 마치 영혼을 가르는 시퍼런 칼날 같다. 특히 밤에도 깨어 있는 도심에서 그 비를 맞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차갑고도 아름다운 가을밤에, 부드러운 칼날과 같은 빗방울이 파랗게 내 몸을 감싸며 다정하게 속삭여 준다. '넌 혼자야, 네 곁엔 아무도 없어.' 그런 비를 맞으며 밤마실을 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학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는 비의 유혹. 밤 거리를 혼자 비를 맞으며 걸어보면, 그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느낄 수 있을테다. 어쨌든 그 날도 그렇게 가을 밤 비의 유혹에 끌려 나갔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기웃거리며 한창 잘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 길목 미장원 안에 화장 하고 있는 여자 귀신이... (귀신은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