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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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매력으로 멍때리기 좋은 논골담길 야경 - 동해시 여행지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8. 14:54
논골담길 벽화마을은 동해시 묵호지역 바닷가의 작은 언덕에 자리잡은 산동네다. 언덕을 따라 빼곡히 자리잡은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한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흘러내리고, 꼭대기에는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묵호등대가 밤마다 빛을 밝힌다. 지금은 어획량이 줄어들어 사람들이 떠나가고 쇠락한 이 달동네 곳곳에, 수년전에 대규모로 벽화 사업을 했다. 바다와 어울려 운치있는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제 이 마을은 명실공히 동해시 대표 여행지 중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동네를 동해안 바닷가 여행 중 일부로 여기고, 낮시간에 잠깐 벽화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정도만 보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 아무래도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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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그림일기 2009. 10. 22. 00:36
비 오는 날엔 재미있게 즐길 것이 너무나도 많다. 비 맞으며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다가 어딘가 죽치고 앉기, 혹은 방황하다가 비 맞기, 방황하다가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방황하다가 죽치고 앉아서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등등, 비 오는 날엔 정말 즐길 것이 너무너무 많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약속도 없이 찾아온 죽음처럼 비가 내렸다. 나는 얼른, 사냥감을 본 사냥꾼처럼 밖으로 뛰어 나갔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날 산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비 맞는 쓰레기통과 공중전화박스였다.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을 법 한 이 두가지가 그날따라 유난히도 단짝처럼 잘 어울려 보였다. 어쩌면 어차피 대화같은 쓰레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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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처럼 슬픈 노래를웹툰일기/2007 2007. 10. 31. 03:53
엊그제였나,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이맘때 즘의 비는 마치 영혼을 가르는 시퍼런 칼날 같다. 특히 밤에도 깨어 있는 도심에서 그 비를 맞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차갑고도 아름다운 가을밤에, 부드러운 칼날과 같은 빗방울이 파랗게 내 몸을 감싸며 다정하게 속삭여 준다. '넌 혼자야, 네 곁엔 아무도 없어.' 그런 비를 맞으며 밤마실을 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학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는 비의 유혹. 밤 거리를 혼자 비를 맞으며 걸어보면, 그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느낄 수 있을테다. 어쨌든 그 날도 그렇게 가을 밤 비의 유혹에 끌려 나갔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기웃거리며 한창 잘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 길목 미장원 안에 화장 하고 있는 여자 귀신이... (귀신은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