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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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사진일기 2011. 7. 29. 04:05
먹고 또 먹었다, 불판의 고기가 채 다 익기도 전에. 태어나기 전부터 약속이나 돼 있었다는 듯 그들은 내 입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허리띠를 풀고 더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내 깊은 어둠 저 구석의 아련한 우주에서 뻗어나오는 블랙홀의 차가움. 창 밖엔 폭우가 세상을 가득 채웠지만, 세상은 가득 차지 않았다. 내 몫의 물잔은 어느새 어딘가 사라져 없어졌고, 그렇게 나는 다시 배가 고팠다. 허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면서도 깨지 않는 술기운에 거나한 발걸음을 옮기는 취객인가. 저 검은 창문 안 붉은 빛 속에서 아직 욕정을 채우지 못한 남자의 악다구니인가. 보랏빛 짙푸른 하늘 낮게 드리운 구름 위를 어찌할 수 없이 날아가는 갈매기인가. 조나단은 높이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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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천사가 없으니까사진일기 2011. 7. 26. 23:03
용이 승천 하려나. 하루종일 흐린 날이었어. 바람은 그림자로 드리워 음습한 맹수였지. 도시의 어둠은 항상 전등을 끄는 것처럼 별안간 찾아오고,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은 별안간 후두둑 사탕처럼 떨어졌어. 비를 그었지. 먼 하늘 어딘가에 드리운 한 뼘 남짓 작은 벼랑 끝에 하염없이 피어오르는 밤의 무지개를 벗삼아 안개가 피어오를 때, 후다닥 한 여자가 뛰어 들어왔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내요, 술 냄새가 확 풍겼어.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주친 눈, 나는 우산을 건냈지. 이제, 더 이상, 지친 우산을 쓰기 싫어.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 그녀는 내일 여기서 돌려 줄게요, 하고 뛰어갔어. 필요없어, 이제 더 이상 지친 우산은 싫으니까. 저 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지만 나는 들어갈 수 없지. 내겐 천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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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꼰대가 되어가는가잡다구리 2011. 1. 3. 02:29
얼마전 인터넷 한쪽 구석에서는 '대전 지하철 패륜녀' 사건이 잠시 반짝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사람 별로 없는 지하철에 한 여성이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한 노인이 핸드폰 카메라로 그녀를 막 찍었다. 찍지 말라고 하자 그 노인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게 잘 한 짓이냐며 화를 내고 욕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일반적으로 노약자석이라 생각하는 끄트머리 작은 공간에 앉은 것이 아니라, 차량 중간에 위치한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당연히 노약자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앉아있었던 그녀는,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도 노약자석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런 내용의 글이었고,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의 내용들은 안 봐도 짐작할 수 있듯 갑론을박이었다. 그 노인이 잘못했다는 내용이 압도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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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똘레랑스사진일기 2010. 11. 17. 02:01
어떤 사람에겐 하룻밤 술값도 되지 않는 돈이고, 또 어떤 사람에겐 하루 점심 밥값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금액의 책들을 사면서도, 고르고 또 고르고, 넣었다 뺐다, 리뷰를 보고, 샘플을 보고, 후회하지 않을까, 꼭 사야하지 않을까, 지금은 필요없지 않을까, 또 고르고 고르고, 그 다음엔 또 여러날을 망설이고 또 망설여서 드디어 책을 샀다. 사실 요즘은 책 읽을 시간도 별로 없고, 이런 책 말고도 읽어야 할 책들과 문서들이 많이 쌓이고 또 쌓여 있다. 사서 한두번 읽으면 또 버리거나 누구에게 주거나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알지만, 또 제대로 읽기나 읽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래도 샀다, 이것은 나름 내 방식대로의 일종의 기부이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 모든 여행자들을 응원하고 싶다. 물론 게중에 사기꾼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