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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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에 동해 바다는국내여행/강원도 2020. 9. 19. 12:49
이곳에 도착한 날 비가 내렸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파도로 마을을 삼켰고, 11월과 닮았던 비는 영혼까지 아프게 때렸고, 마침내 태풍이 왔다. 세상 따위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나홀로 그렇게 외쳐보아도 비바람에 소리는 메아리도 없이 스러질 뿐이었다. 바람 불면 날아가고, 비가 오면 씻겨가고, 태풍이 오면 쓸려가며, 그 속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우산을 부여잡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아무도 볼 수 없는 세상의 끄트머리 어디에서 태풍을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린 사람이 결국은 생의 한 가운데에 있었음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야 했다. 맑고 뜨거운 여름 하늘처럼 치솟던 분노는 태풍으로 쓸려나가 비바람에 침잠했다. 비로소 나는 실로 오랜만에 어둡고 평화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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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야밤 산책국내여행/서울 2019. 11. 4. 23:55
노들섬의 건물들은 공식적으로 밤 10시가 되면 모두 문을 닫는다. 하지만 외부 공간들은 24시간 개방이다. 즉, 밤에도 노들섬 자체는 들어가서 산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은 개장 초기라서 조용하니 별 문제 없는데, 나중엔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통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여행지나 이런 관광 장소는 기회 되는데로 빨리 구경가서 봐 두는게 좋다. 나중에 어떻게 변경될지 모르니까. 그래서 다시 노량진 쪽에서 한강대교를 건너 노들섬으로 가봤다. 이때가 밤 9시 정도 쯤이었는데, 다리 위에는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지나다녔다. 오히려 노들섬 안쪽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밤엔 딱히 즐길거리가 없어서 그런 듯 하다. 노들섬 입구. 문 같은 것은 없다. 일반인들은 주차장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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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주 광 엑스포 - 꺼져버전국내여행/전라도 2010. 4. 26. 02:56
주말에 심심해서 광주 광 엑스포를 갔어요. 포털사이트 배너광고와 버스 광고판으로 우연히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아웃 오브 안중. 그러나 심심함은 귀찮음을 이기고 신발이 닳는다는 경제적 타격도 감수하게 만들었죠. 어디 그뿐인가요, 소중한 수면시간도 희생했어요. 게다가 내가 나가지 않음으로해서 생기는 사회역학적 순환구조도 깨트려버렸다구요. 참 많이 희생했어요, 이 행사를 위해. ㅡㅅㅡ/ 광주고속터미널(광천터미널) 앞에서 버스를 탔어요. 왜 거기서 탔는지는 묻지 말아요, 가장 가까운 이마트가 거기라고 어찌 말 해요. 가장 가까운 서점이 거기밖에 없다고, 가장 가까운 극장도 거기 뿐이라고 차마... ㅠ.ㅠ 어쨌든 행사 공식 홈페이지에 행사장으로 가는 버스 번호 몇 개가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만 믿고 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