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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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푸르 반가라 - 세계 13대 마경해외소식 2016. 3. 7. 11:24
우연히 '세계 13대 마경'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마경(魔境)'은 '악마들의 세계'라는 뜻인데, 여기서 쓰인 마경은 꼭 그 단어인 건 아닌 듯 하다. 마귀스러운 경치 정도랄까. 실제로 '세계 13대 마경'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어쨌든 이건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로웠다. 여행이라는 소재와 이상한 세계라는 두 가지의 조합이므로, 이 둘을 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확 끌릴 수 밖에 없다. 일단 그 리스트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세계 13대 마경 중 1위. 인도 자이푸르 반가라 성. 사진: A Frequent Traveller) 세계 13대 마경 열 세 개의 지점을 순위별로 나열해놨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략하게 알아봤다. 13위 :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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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오른 산 꼭대기엔 폐허만 있고 1 - 시기리야, 스리랑카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5. 10. 30. 00:23
시기리야(Sigiriya)는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유적이자 관광지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라 스리랑카를 가는 관광객들은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5세기 경 카사파 1세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자신은 평민의 어머니에게서 났기 때문에, 왕족 어머니에게서 난 배다른 동생에게 왕위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을 저질렀다. 그러자 동생은 바다 건너 인도로 도망갔는데, 그가 다시 돌아와서 왕위를 차지하려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높은 바위산 위에 왕궁을 만들어 살았다. 그곳이 바로 시기리야. 사실 시기리야는 이 일대를 칭하는 이름이고, 왕이 기거했다는 바위산은 시기리야 롹(Sigiriya Rock)이라 부른다. 시기리야 바위산은 담불라 근처로 버스를 타고 오가다보면 슬쩍 보인다. 이 근처에 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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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폐허, 쁘리아 칸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2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4. 18:24
사진을 정리하다가 보니, 얼핏 여기가 '따 프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는 '쁘리아 칸(Preah Khan)'인 듯 하다. '자야바르만'이라는 왕이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지은 사원이 '쁘리아 칸'이고, 어머니를 위해 지은 사원이 '따 프롬'이기 때문에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무너져서 폐허가 된 채로 방치 돼 있는 모습까지도 비슷해서 먼 기억을 되살리려니 더욱 헷깔린다. 내부 통로들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특징이고, 복도가 일관된 형식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걷다가 다른 통로로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복도가 펼쳐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복도를 따라 걷기만 해도 다양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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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따라가다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1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11. 17:58
고양이를 따라가다 낡은 길이었다. 군데군데 부숴지고 무너진 길. 한 때는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던 흔적만이 조금씩 남아있는 길. 여기도 처음부터 이렇게 내버려진 곳은 아니었노라고 온 몸으로 절규하듯 소리치듯 누워있는 길. 그나마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던 길은 모퉁이 절벽에 다다라서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가까이 파도소리가 들렸지만 바다로 통하는 길은 다 막혀 있었고, 밝은 대낮이었지만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을씨년스러움. 집들은 있었지만 인기척이 없었고, 바다는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있었지만 닿을 수 없었고, 뭔가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갈까, 문득 멈추어진 발걸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찰라, 몇 걸음 앞에 느닷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짧은 코와 매서운 눈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