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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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따라가다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1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11. 17:58
고양이를 따라가다 낡은 길이었다. 군데군데 부숴지고 무너진 길. 한 때는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던 흔적만이 조금씩 남아있는 길. 여기도 처음부터 이렇게 내버려진 곳은 아니었노라고 온 몸으로 절규하듯 소리치듯 누워있는 길. 그나마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던 길은 모퉁이 절벽에 다다라서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가까이 파도소리가 들렸지만 바다로 통하는 길은 다 막혀 있었고, 밝은 대낮이었지만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을씨년스러움. 집들은 있었지만 인기척이 없었고, 바다는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있었지만 닿을 수 없었고, 뭔가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갈까, 문득 멈추어진 발걸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찰라, 몇 걸음 앞에 느닷없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짧은 코와 매서운 눈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