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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11.29) 6/6
    국내여행/부산 2007. 7.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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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 11. 29 ~ 2005. 11. 30)

    6/6



    [공주 시내버스터미널 16:20 -> 유구 터미널 17:05]
    (11, 930)



    충남대에서 탄 버스는 공주 버스터미널이 종점이었다.

    공주까지 가는 사람들은 따로 요금을 받는데, 대부분 버스 탈 때 행선지를 말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주 버스터미널은 시장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고,
    시장 상인들과 구경하러 온 사람, 버스 타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분잡한 곳이었다.



    버스터미널 간판에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여기서 동학사 가는 버스도 있나보다.

    예전에 대전에서 동학사를 가 본 적 있는데,
    산이나 절 같은 것 보다는 입구에서 파는 파전 세트(?)가 아직도 기억 난다.

    여러 종류의 파전들을 모아서 한 세트로 파는데,
    남자 둘 여자 하나가 가서 만 몇 천 원어치 시켜서
    나중엔 억지로 다 먹었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정확히는 파전이 아니라 부침개 세트다.)

    물론, 양만 많았다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터.

    같이 마신 동동주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맛도 훌륭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지금도 그 맛이 그대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동학사를 간다면 입구에 모여 있는 가게 중 하나를 골라
    부침개를 꼭 맛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터미널을 정면으로 보고 오른쪽 편 구석에 매표소가 있었다.

    매표소가 건물 안쪽 구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차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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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표를 보니, 유구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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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표를 사고 터미널 근처 구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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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입구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앞이 분주한 것과는 다르게,
    막상 시장 안쪽은 그리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여기서 시장을 누비며 보고 들었던 것들 중 몇 가지를 소개 해 보겠다.


    * 고향의 정겨운 대화:
      할아버지 세 명이 지나가며 고향의 구수한 정담을 나누시는 모습
      - P 다방 애들이 참 이쁘장하니 좋단 말야~ 커피맛도 좋고~
      - 어허~ S 다방이 좋아, 다소곳하니 만져도 가만 있잖어~


    * 구수한 사투리를 느낄 수 있었던 대화:
      아주머니 셋이서 오랜만에 장에 놀러 나오셨나 보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는 집에 빨리 가야한다고 하는 상황.
      자꾸 집에 가야한다고 하니깐 한 아주머니 왈

      - 야 이 썅년! 집에 가서 뭐 할려 그려 이 잡탱아! 놀다 가장게!
      (나는 섬짓하던데 말 하는 사람이나 말 듣는 사람이나 다 웃는다 ㅡ.ㅡ;)


    * 시골 장터의 정겨운 모습:
      시장 안 상인 아줌마 둘이 싸움이 붙었다.
      머리채 휘어 잡고, 옷도 찢어지고...
      난 무섭던데, 다들 허허 웃으며 구경하고 계시는 모습. ㅡ.ㅡ;;;
      (결국 사람들이 나서서 말리긴 했다.)

    공주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도 없고, 특별히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런 일들이 있었고, 이런 대화들을 들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 하는 것일 뿐.

    결코 나쁘다고 하는 말이 아니니, 이런 것들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진 말길 바란다.




    [유구 터미널 17:10 -> 온양 18:25]
    (-, 1500)


    공주에서 유구로 가는 중간에 어스름이 지기 시작했다.

    공주 터미널은 사람이 많았던 데다가 중고등학생들 하교 시간까지 겹쳐서
    버스가 만원이었다.
    그래서 버스 여행 시작한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서 간 구간이다.

    어쩐지 중고등학생들이 맨 앞에 냉큼 올라 타서는
    맨 뒷자리로 우르르 몰려가더라니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나이 드신 노인분들은 맨 뒷자리는 자리가 비어 있어도
    허리나 다리가 좋질 않아 왠만하면 올라가 앉질 않으시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아니, 아예 노인분들은 뒷좌석 쪽으론 가지도 않았다.
    아마도 내릴 때 문까지 가시기 힘들고 귀찮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렇게 만원버스에 서서 가는데,
    가는 중간에 정말 허허벌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곳에서 버스가 자주 섰다.

    진짜로 눈에 보이는 것은 논밭 뿐,
    집이라고는 한 채도 보이질 않는데 한 소녀가 내렸다.

    허허벌판에 내린 소녀는 조그만 언덕 산길을 따라 올라가던데...
    그 너머 집이 있는 걸까?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어 해 지고 깜깜해지면 좀 위험하겠다 싶다.

    아니, 어쩌면 집에 가는게 아닌지도 모르지.

    집에 가기 전에 아무도 없는 산 꼭대기에 올라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며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건지도...

    그냥 서서가기 심심해서 이것저것 쓸 데 없는 생각을 즐겨 보았다.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구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터미널이나 근처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

    유일하게 찍은 이 사진도 버스 타고 가면서 아무렇게나 한 장 찍은 것이다.
    그렇게 된 데는 사정이 있다.



    여느 때처럼 유구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사진도 찍고 동네 구경도 하려고 터미널을 나섰는데,
    근처 어떤 가게 앞에서 이쁜 도우미 둘이서 가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근데 얘네들이 지나가는 행인들 하나하나 말을 걸며 재밌게 홍보를 했다.

    예를 들어, 추워추워 하며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갑자기 느닷없이
    '손이 시려워 꽁~'
    이런 노래를 불러 주며 손을 흔드는 것.



    보고 있으니 재미있길래 넋 놓고 보고 있었더니 (물론 눈길 끌 만한 미모도 한 몫 했고)
    어느새 내가 타야 할 온양 가는 버스가 터미널 밖으로 슬금슬금 나오고 있는게 아닌가.

    구경한 시간도 겨우 5분 밖에 안 돼서 미처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지만,
    가고 있는 버스 세워서 타느라 결국 허겁지겁 유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이 특이하거나 독특한 장면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도우미들 중 하나가 내 이상형이었나?
    지금은 얼굴도 전혀 기억 나지 않는데...




    [온양 시내 18:30 -> 온양 터미널 18:50]
    (?, 850)


    온양 시내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야자수였다!

    웬 야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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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켜진 야자수 모양의 장식물 때문에 온양의 첫 인상은 광안리같다는 느낌.

    온양역 근처에는 저렇게 불 켜진 야자수 조형물이 몇 개 있었다.



    온양도 생각보다 큰 도시였는데,
    유구에서 온양으로 들어가는 나들목은 교통 정체가 심했다.

    게다가 마침 가벼운 추돌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정체는 더욱 심해져서,
    온양 시내로 들어가는 데만 거의 이십 분 넘게 걸린 듯 싶다.

    나들목이 막히는 데 비해 온양 시내는 정체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특정한 몇 군데가 좀 많이 막히긴 했지만, 나들목 만큼은 아니었다.



    온양 터미널에서 내려야 했기 때문에 온양역을 지나치고도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버스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고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나 혼자 남을 때 까지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

    그런데 유구에서 정신없이 올라타는 바람에 온양 가는 거라고만 확인했지,
    이 버스는 버스터미널로는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온양역을 지나 한 십분 쯤 가니까 버스 안에 승객은 나 혼자였고,
    결국 기사 아저씨가 어기 가냐고 물으시길래 터미널로 간다고 했다.

    그러니 이 버스는 터미널로 가는 게 아니라며
    여기 내려서 터미널 가는 다른 버스를 타라고 하셨다.



    결국 내린 곳은 인적도 드물고 어두컴컴한 이상한 곳. ㅠ.ㅠ

    행인도 없고 버스 표지판도 보이질 않아서 망연자실하며 떠돌고 있던 중에
    저쪽에서 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마침 잘 됐다 싶어 터미널 가는 버스 타려면 어디서 타야 하냐고 물었더니,
    따라오라며 아까 내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아... 거긴 아까 그 인적 드물고 어두컴컴하고 무섭고 으시시한 그 곳...!

    따라갔더니 버스 정류소 표지판도 없는데 여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정말일까? 정말일까? 생긋 웃는 폼이 어째 좀 으시시하지만 이쁘니까 믿자. ㅡ.ㅡ;;;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버스가 왔고, 이 아가씨와 함께 나란히 버스에 올랐다.
    아,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미처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말았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며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라,
    어디선가 지지배배 짹짹짹 하는 새 소리가 들리고 있다! 0.0;;;

    자세히 들어보니 버스 뒷부분이 삐걱거리는 소리 같긴 한데...
    삐걱거리는 소리인지, 진짜 새 소리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버스 안에서 새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더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쨌든 빡빡한 여행 일정으로 연속되는 버스 탑승에
    신경과민이 돼 가고 있는 듯 싶었다.
    피곤할 때도 됐지, 이틀 내내 거의 연속해서 버스를 타고 또 탔으니까.

    그래도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오늘 안에 서울에 도착해야지라고 굳게 결심했다.

    (그래도 온양은 지금 내게 좀 불가사의한 도시로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것 말고 또 일이 있긴 한데, 이건 나중에 기회 되면 얘기해 주겠다.)




    [온양 고속버스터미널 19:10 -> 평택역 20:10]
    (50-1, 2300)


    잘 못 내린 곳에서 탄 버스 번호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냥 터미널 간다는 확인만 하고 아무 버스나 잡아 탔기 때문에.

    어쨌든 온양 고속버스터미널에 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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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가는 좌석버스는 이 터미널 안에서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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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1은 평택시장을 거쳐서 평택역으로 가는 것이고,
    50-2는 평택시장을 거치지 않고 평택역으로 가는 것이었다.

    두 대 모두 승강장에 들어와 있었고,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는 듯 보였는데,
    50-1이 조금 빨리 출발하길래 추운 데서 기다리기 싫어 그냥 올라 탔다.



    나중에 타고 가면서 생각해보니,
    시장을 거치지 않는 쪽이 좀 더 빨리 역에 도착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내 옆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중생은 추워추워 하면서도
    결국 50-1번을 타지 않고 50-2번이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기다린 만큼 빨리 가는 등의 효과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



    온양을 빠져나가며 알게 된 사실은,
    온양역이 그냥 온양역이 아니라 '온양온천역'이라는 것.

    온양역이 또 따로 있고, 온양온천역은 또 다른 역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역 이름으로 봐서 온양이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역 이름을 보기 전까진 온양에 온천이 있는지도 몰랐다.




    [평택역 20:20 -> 하북 20:55]
    (2, 850)


    평택역 앞에서 내렸다.
    이제 밤이라 구경이고 뭐고 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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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정류장 뒷편으로 어렴풋이 평택역 네온사인이 보였다.

    여기서 하북 가는 버스를 타면 되냐고 물으니,
    하북 가는 버스는 길 건너서 타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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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건너 다시 정류소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을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평택은 그냥 여느 대도시와 다를 것 없는 도시.

    중국 갈 때 평택항을 통해 나간 적이 있지만, 도심으로 들어와 보긴 처음이다.
    그래도 그다지 특이하다거나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서울, 부산을 자주 왔다갔다 하다보면 서울이나 부산이나 다 비슷하게 느껴진다.
    특히 번화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보면 정말 서울이나 부산이나 다를게 별로 없다.

    바닷가를 가야 부산이구나 싶고, 남산을 가야 서울이구나 싶은 정도.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종류의 도시,
    특히 번화가에서는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가 없다.

    평택역이 보이니까 평택인 거구나 정도랄까.

    한 마디로, 특별한 감흥 없이 그냥 지나친 곳이었다.



    다만, 평택의 시내버스는 많이 기억에 남는다.
    어째서 여기 시내버스는 안내방송이 띄엄띄엄 나오도록 해 놨는지 이해가 안 된다.

    보통 대도시 시내버스는 한 정거장 갈 때마다
    '이번 정류장은 XXX이고, 다음 정류장은 OOO 입니다.'라고 나온다.

    그런데 평택 시내버스는 '이번 정류장은 XXX 입니다.'하고는 끝이다.
    그나마도 정류소마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정류소에서만 방송이 나온다.

    즉, 세 코스 즘 조용하게 가다가 갑자기 안내방송이 한 번 툭 나오는 것이다.

    거기다 안내방송이 나올 때면 거의 어김없이 광고 방송이 함께 나오는 것도 좀 짜증스럽다.
    이건 완전히 광고를 하기 위해 안내방송을 하는 듯한 느낌.



    안 좋은 일은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속해서 나오는 내 인생.
    평택 버스의 띄엄띄엄 안내방송을 듣고 있자니 도저히 목적지에 제대로 못 내릴 것 같아서
    버스 기사 아저씨께 '하북에 도착하면 좀 알려 주세요'라고 했더니,
    '거기는 안내방송이 나오니까 그거 듣고 내려라'란다.

    여태껏 내릴 곳 알려 달라는 부탁에
    그런 식으로 대답한 기사 아저씨는 단 한 분도 없었는데.



    결국엔 예상대로 하북에서 두세 코스 지나서 내리게 됐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하북 삼거리'와 '하북'이 다른 곳 아닌가 싶어서
    하북에서 조금 더 가야 하북 삼거리가 나오는 줄 알고 그냥 있었더니,
    어떤 승객 아저씨께서 하북 지났다고 알려 주셨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나마 그 아저씨 덕분에 거기서라도 내릴 수 있었다.

    뭐, 따지고 보면 버스 기사가 승객에게 내릴 곳 가르쳐 줄 의무는 없다.
    그래, 길 모르는 내가 잘못이지. 처음 가는 동네에서 버스 탄 내 죄지.

    어쨌든 어딘지 알 수도 없는 어두컴컴한 도로에 서서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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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도 내가 내릴 때 같이 내린 한 아저씨께서,
    여기서도 손 들면 수원역 가는 301번 버스가 서 주니까 잘 보고 있으라고 하셨다.

    자동차 불빛을 정면으로 보면서 피곤한 눈 비비며 버스 번호 확인해야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기서 다시 하북까지 내려가야만 했다면
    평택에서 하룻밤 묵어야만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별다른 착각만 하지 않으면 하북은 처음 가도 알아서 내리기 쉬운 곳이다.
     그날은 전적으로 아침부터 일진이 사나웠던 내가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하북 20:58 -> 수원역 21:40]
    (301, 1200)



    하북을 넘어서 두 세 코스 정도 더 간 지점에서 301번 버스를 탔다.

    눈에 익은 길들이 점점 나오더니 드디어 버스는 수원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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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역에서 두어번 버스를 타 본 적 있지만,
    여긴 정말 너무 혼잡해서 싫은 곳이다.

    특히 밤 시간이 되면 버스 타기 전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사람과 버스가 뒤엉켜 엉망진창이다.



    수원역 건너편에 위치한 이 버스 정류소에는 수십가지 버스가 와서 서는데,
    정류소 앞 버스 서는 곳이 세 개 차선으로 되어 있어서
    버스가 인도 근처에 정차하지 않고 저 멀리 정차하면 거기까지 뛰어 가야만 한다.

    게다가 버스들이 정차하는 곳도 일정치가 않아서,
    때로는 정류소 앞 쪽으로, 때로는 정류소 뒷쪽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뒤에서 다른 버스가 못 들어오므로 승객을 태우지 않고
    이 정류소를 그냥 지나치는 버스도 꽤 많아서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치기도 일쑤다.

    이 혼잡함을 좀 정리할 생각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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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여기서 777번 버스를 타면 바로 사당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내 앞에 누군가 777번 버스를 오르면서 사당 가냐고 물으니
    앞에 있는 7770번 버스를 타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름대로의 배려일까, 아니면 멀리 가는데 직행버스 타고 요금 좀 더 내라는 뜻일까.
    자세히 보니 777번 버스가 모두 사당으로 가는건 아니었다.
    버스 앞에 써 붙여 놓은 푯말에 사당이 아닌
    다른 곳을 행선지로 적어 놓은 것도 몇 대 있었다.

    사당 가는 버스라 해도 괜히 탔다가 사당 가는 중간에 버스를 돌리려는데
    나 하나 때문에 못 돌리고 투덜대며 가는 일이 생길까봐 그냥 7770 버스를 탔다.
    7770 버스는 수원역에서 사당으로 가는 직행버스이다.

    777번 버스가 사당역까지 가는 것이 있는 건 확실한데,
    도저히 더 이상은 기분 상할 일 만들기 싫어서 그냥 7770 버스를 선택했다.

    더 따지기도 귀찮고, 늦게 서울 도착해서 택시 타기도 정말 싫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시내버스가 운행하는 구간이라는 것만 확인하고
    그냥 직행버스를 탔으니 그렇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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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역앞 22:00 -> 사당 22:40]
    (7770, 1500)


    버스는 직행답게 단 한 군데도 정차하지 않고 바로 사당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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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당에서 내리니 멀리 777번 시내버스가 보인다.
    저걸 탔어야 했는데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더 성가시고 귀찮은 일 안 당하고 여기까지 온 것을 기뻐하자고 생각했다.



    끝맺음을 이렇게 해서 약간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서울까지 왔으니 이젠 끝이다.

    완벽하게 시내버스만 타고 온 것이 아니라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시내버스 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실히 확인했다.

    시내버스를 타지 않았던 곳도 시내버스 구간을 다 밟아 보긴 했으니
    중간에 몇 번 직행이나 완행을 탄 것은 그냥 불의의 사고(?)려니,
    혹은 어쩔수 없었으려니 하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예전에 서울에서 생활 할 때 서울대 입구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사당에서 서울대 입구까지 걸어간 적도 많았으니 이 일대는 꽤 익숙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오니까 조금 욕심이 생겼다.

    출발한 곳이 부산대였으니 마지막 지점을 서울대로 하자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부산-서울, 부산대-서울대.
    뭔가 짝이 맞는 듯 하지 않은가? (나만 그런지 몰라도 ㅡ.ㅡ;)

    출발할 때는 그냥 서울 아무 데나 들어가면 끝 나는 걸로 하자라고 생각했지만,
    이왕 사당까지 온 거, 서울대까지 얼마 되지도 않으니 거기서 끝을 내기로 결심했다.




    [사당 23:00 -> 서울대앞 23:20]
    (5528, 800(교통카드))



    요즘도 서울 갈 일이 간혹 있는데, 최근엔 서울에서는 버스를 거의 타지 않는다.

    서울 생활 한 삼 년 하면서 익혀둔 버스 노선이 하루아침에 다 바껴 버려서
    일종의 배신감이랄까, 서울 살지도 않는데 다시 노선 익히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지하철 타고 다니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서울 버스 노선 체계가 바뀐 이후로
    서울에서 버스를 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버스 번호를 모조리 다 잊어버리고 새롭게 배운다면
    새롭게 바뀐 버스 노선도 그냥저냥 어떻게든 외우고 익히게 되겠지?
    서울에서 다시 생활하지 않는 이상은 서울 버스 타고 다닐 일도 별로 없겠지만.



    어쨌든 드디어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서울대 앞에 도착했다.

    불과 몇 십 분 전에 결정한 종착지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야심한 밤 시간에 여기서 내리는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어도
    여기가 여행의 끝이라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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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끝마쳐서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그런 감정 보다는,
    벌써 시간이 밤 열한 시 반이 다 되었으니
    빨리 다른 버스 타고 가야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아끼고 아껴서 밥까지 굶어가며 여기 왔는데,
    막상 서울 도착해서 친구집에 신세 지러 가는 주제에
    할증 요금 붙은 택시를 타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제 이 여행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인데,
    여기서 정신 없이 서두르는 바람에 또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미처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타는 바람에 서울대 정문 앞에서
    녹두거리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만 것이다.

    결국 녹두거리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서울대 입구 쪽으로 나왔고,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친구집으로 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당에서 출발해서 버스 세 번, 지하철 한 번을 탔는데도
    교통카드로 낸 요금은 이천 원이 안 된다는 사실.
    오~ 환승제도가 좋긴 좋구나~!

    부산에도 빨리 환승제도가 생겨서
    나처럼 가끔씩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 좀 구제 해 주면 좋겠다.



    p.s.

    1.
    내려올 때는 일반 고속버스를 타고 19300원에 부산으로 내려왔음.
    우등도 아닌 일반 고속버스가 얼마나 싸고 편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음.

    2.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여유를 두고 여유롭게 여기저기 둘러보며
    여행다운 여행을 해 봤으면 싶다. (항상 돈이 문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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