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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11.29) 5/6
    국내여행/부산 2007. 7. 2. 16:22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 11. 29 ~ 2005. 11. 30)

    5/6



    [영동 11:00 -> 양산 11:30]
    (-, 1530)


    부산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기차가 항상 서는 역 중 하나가 영동역이다.

    영동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이지만,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항상 서는 곳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거라고 짐작했다.

    예상대로 영동은 시골이라기보다는 도시에 가까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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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려 어리둥절 하고 있다가,
    양산 가는 버스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갔다.

    추풍령에서 타고 온 버스를 내린 곳과
    양산 가는 버스 타는 곳이 다르니 주의 해야 한다.
    (어떻게 다른지 위치를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그냥 묻는 것이 제일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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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쪽으로 조금 내려가다보면
    친절하게도 시계가 걸려 있는 버스 정류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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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정류소 안쪽에는 버스표 파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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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시장은 그나마 사람들이 약간은 붐비는 듯한 분위기.

    한쪽에선 곶감과 과일 등을 내 놓고 파는 가게들이 많이 보이고,
    한쪽 길바닥에선 뭔 품목들이 저렇게나 많은지 종류가 수십가지는 돼 보이는
    각종 농산물들을 조목조목 내 놓고 파는 상인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저걸 다 대체 어디서 어떻게 들고 온 걸까.
    양이 적어서 그렇지, 종류 수로만 본다면 거의 마트 수준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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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인도를 딱 막아 놓고 장사 하는 노점상들이 밉기는 하지만,
    저런 식으로 통행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 노점상들은 그냥 놔 두어도 좋지 않을까.

    캄보디아 여행을 갔을 때, 그들에게는 거의 신에 가까운 국왕이 지방을 방문했는데,
    국왕이 방문한다고 노점상을 안 보이게 한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태국에서도 국왕이 행차한다고 해서 특별히 뭔가 정리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모르지, 그들도 발전이라는 망토를 뒤집어 쓰고,
    현대화라는 최첨단이라는 이름의 자기 최면과 매너리즘에 빠지는 날이 오면,
    그들도 우리처럼 깨끗한 서민만 서민으로 보는 날이 오게 될 지도.

    어쨌든 도를 지나쳐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불편을 줄 정도는 통제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환경 미화의 이름으로 가식적인 청소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타고르가 어느날 밤 강 위에 배를 띄워 아름다운 달을 보며 시를 지을 때
    수십 명의 하인들이 잠도 못 자고 배의 노를 저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나온 시가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쌀쌀한 날씨에 옷깃 여미며 쭈그리고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잠시 감상에 젖었다.



    정오가 되어서 그나마 햇살 때문에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바람 때문에 쌀쌀한 날씨였다.

    그 바람을 견디며 하나라도 팔려고 나와 앉아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에 오르다 문득,
    나는 배가 불러서 이런 쓸 데 없는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양산 12:00 -> 옥천 터미널 12:35]
    (14, 2480)



    영동에서 탄 버스는 삼십 분 쯤 달려 양산차부수퍼 앞쪽에 섰다.
    이 수퍼에서 버스표를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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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올 동안 마을 구경을 하려고 했고,
    그전에 미리 옥천 가는 버스표를 사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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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근처에 있는 것은 양산시이고, 여기는 양산리이다.
    그냥 양산이라고 불러도 웬만하면 헷깔릴 일은 없을 듯 싶다.
    양산시와 양산리는 위치를 봐도 그렇고 거리상으로도 꽤 떨어진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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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도 여느 조그만 시골 동네와 같이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조그만 시골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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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구경을 하다가 허름하게 생겼지만 왠지 끌리는 자장면 집을 발견했다.

    마음 같아서는 들어가서 자장면 한 그릇 먹고 출발하고 싶었지만,
    일단 대전까지는 가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그냥 참기로 했다.



    사실 이제 여행은 거의 끝 난 거나 다름 없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는 시내버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여러모로 증명되었고,
    대전 서울간 시내버스 여행은 이미 해 본 사람들도 꽤 있다.

    따라서 대전에만 도착하면 서울까지 가는 건 그리 걱정할 필요도 없을 듯 싶었고,
    그래서 일단 무조건 대전까지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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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 갑자기 버스가 나타나면 뛰어 가 올라 탈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로
    동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중,
    근처에 무슨 호수인지 관광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을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얼핏 듣기로는,
    대학생들이 엠티나 여행으로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한 가보다.



    마을 사람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런 풍경들 사진을 한참 찍고 있는데,
    길 가에 나와 앉아 있던 한 노인이 '어이! 어이!'하며 부르는 게 아닌가.

    무슨 자기 집 강아지 부르듯 부르길래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이런 무례한
    사람과는 상종도 하기 싫어서 일부러 못 본 척 하고 쓱 지나쳤다.
    그랬더니 글쎄, 달려와서 잡고는 대뜸 이런 말을 하신다.

    '어이! 어디서 왔는데 그렇게 사진 찍고 해 싸!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거 몰라?'

    나 원 참, 사람들 얼굴 찍는 것도 아니고 겨우 풍경사진 찍는데
    마을 사람들이 불편하고 할 게 뭐가 있담?



    그 때 갑자기 뭔가가 뇌리를 번뜩 스쳤다.

    그래, 여기는 이상하게도 조그만 동네 치고는 부동산 가게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 노인이 한 그런 류의 말은
    예전에 서울 어디에선가 몇 번 쯤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었다.

    부자 동네에서 예쁜 집을 찍는다든지, 부동산 투기로 열기가 오르거나
    민감한 지역에서 땅이나 기타 풍경들을 찍는다든지 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곤 했던 것이다.

    이 노인장도 앉아 있는 곳이 어느 부동산 문 앞인 것으로 보아,
    부동산 가게 주인인 듯 보였다.



    그렇군, 여기도 최근 부동산 문제로 뭔가 민감한 일들이 있는 동네인가 보군.
    일단 어느 정도 감은 잡았으니 대충 넘겨짚기를 해 봤다.

    '아, 최근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 너무 과열된 것 같아서
     좀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열은 무슨 과열이여! 요즘 땅 값 떨어져서 죽겠구만!'

    '아~ 그럼 여긴 이제 별로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무례한 노인장은 똥 씹은 얼굴을 했는데,
    마침 그 뒤로 옥천 가는 버스가 보이길래 냉큼 달려가서 올라 탔다.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 냄새가 풍긴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뭐 별로 그런 것 알고 싶지도 않고 캐 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어느 동네를 가도 꼭 있어서 동네 분위기 망치고 사람 기분 망치는
    그런 버릇없는 졸부들이 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옥천 터미널 12:50 ->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13:35]
    (640, 1500)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버스의 리듬(?)과 따스한 햇살 속에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종점에 도착해서야 부랴부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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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터미널에 도착하니 안쪽 허름한 건물에 매표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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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표소에서 대전 가는 640번 버스의 버스표를 사긴 했는데,
    방금 타고 온 버스가 서 있는 터미널엔 640번 버스가 없어서 어리둥절 했다.

    큰 길 쪽으로 나와 보니 640번 버스는 이 터미널에 서지 않고
    길 가에 있는 버스 정류소에 서는 모습이 보였다.

    즉, 양산에서 옥천으로 가는 버스는 이 매표소 앞 공터에 서지만,
    옥천에서 대전 가는 버스는 이 터미널 길 건너편 정류소에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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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사고 정류소로 가는 도중에 보니까, 옥천에 장이 서는 날인 것 같았다.
    매일 서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 번 서는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장터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대충 구경하며 지나 갔는데,
    큰 병원 앞에 노인분들이 삼삼오오 몰려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약을 타거나 순서를 기다리거나 들어간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는 등,
    다양한 이유로 제각각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고,
    실제로 순서가 되니 안으로 들어가시는 분도 있었다.

    장 서는 날이라 겸사겸사 나오신 건지도 모르겠지만,
    장을 구경하는 사람보다 병원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고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번민 중 두 가지를 동시에 본 안타까움에,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되겠지라는 씁쓸함에,
    내 부모님도 늙으면 저렇게 혼자 병원에 가실 테지라는 갑갑함에,
    그래도 난 아직 젊어서 다행스럽다라는 일종의 안도감까지 더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마음 속에서 뒤죽박죽 용암처럼 녹아 흘렀다.



    지금은 버스를 타고 도망치듯 떠나 버릴 수 있지만,
    언젠가 저것이 현실로 와 닿을 땐 도무지 어째야 할 지 막막하다.

    어쩔 수 없지, 그래 어쩔 수 없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그냥 걸어 가는 수 밖에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래도 바로 눈 앞에 장이 서도 그걸 즐길 수 없는 모습은 너무 서글퍼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열심히 놀아야 한다!
    (결국 이상한 결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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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14:25 -> 충남대 15:05]
    (103, 1300)



    드디어 대전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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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대전에 도착하니 안심이 되고, 한 숨 놓을 수 있었다.

    여기서 서울까지야 이미 검증된 길이 많고,
    이미 2/3 정도는 왔으니 거의 다 온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짬을 내어 호화롭게(?) 점심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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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면 안 된다. 내겐 정말 호화로운 점심식사니까. ㅠ.ㅠ



    평소엔 버거 크기가 작아서 롯데리아는 잘 안 간다.

    그런데 대전 터미널 근처엔 롯데리아 말고는 보이는 곳이 없었을 뿐더러,
    여기까지 오는 내내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롯데리아들 때문에
    여기 버거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다행히도 점심시간에 세트메뉴를 시키면
    데리버거 하나를 더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데리버거는 빵에 패딩 고기 하나 달랑 들어가 있는 정말 볼 품 없는 버거. ㅡ.ㅡ)

    새우버거 세트에 데리버거 하나까지 추가로 먹으니 일단 배는 불러서 좋다.
    (맛은 따지지 말라, 나는 질보다 양이다.
     그래도 롯데리아 새우버거는 맛으로 알아주는 메뉴이긴 하다.)



    사실은 아침도 많이 먹은데다가 버거 두 개를 먹으려 하니 너무 배가 불러서,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먹어 두지 않으면 언제 또 밥을 먹게 될 지 알 수 없으니까.
    (불쌍하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내 여행 스타일이 원래 이렇다. ㅠ.ㅠ)

    식사를 마치고 문 밖을 나서니 마침 충남대 가는 버스가 보여서 또 뛰었다.





    [충남대 15:10 -> 공주 시내버스터미널 15:55]
    (5, 2300)



    충남대 앞에 내리자마자 공주로 가는 버스가 와서
    여기는 별로 구경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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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잠깐동안 보았던 충남대 앞 인상은 무척이나 깨끗하다는 것.
    어쩌면 깨끗함이 공허함으로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대학 안까지 한 번 구경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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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인상적인 것은, 대전의 버스들은 색상이 알록달록하다는 것.

    대전에 몇 번 와 본 적 있었지만 버스를 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여태껏 대전 버스를 자세히 볼 기회도 없었다.

    이번에 보니 다른 버스들에 비해 색상이 화려한 편이어서 정이 가는 편.
    막상 여기서 살게 된다면 버스 색깔 쯤이야 금방 익숙해져서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길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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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제 공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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