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는 거다.
가끔은 나 너무 힘들어라고 하소연 하고 싶을 때.
세상 모두가 등 돌리고 앉았을 때라도 내 편이 되어줄 누군가가
정말 간절히, 간절히 필요할 때.
늦은밤 혼자 퍼마신 술이 도를 지나쳐 너무 취해 버렸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 누군가가 너무너무 보고싶을 때
쓸 데 없는 말이라도 나누고 싶은 그런 때
미안하지 않고 잠 깨울 수 있는 그 누군가가 필요한 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 없다고
그래, 나같아도 그런 아량 배풀어 줄 수 없다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부터 어른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한 때는 평생 우리 우정 변치 말자 어쩌고 저쩌고도
결국 나중에 가 보면 내 가족 내 아내 내 자식이 더 중요하고,
한 때 평생 우리 사랑 변치 말자 어쩌고 저쩌고도
결국 나중에 가 보면 지 사정 지 생활 지 생각이 더 중요하다.
마침내 혼자 사는 것이다라는 것을
피눈물을 토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애절히 깨달았을 때,
그 때 사람은 변한다.
아직 변하지 않은 그 사람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말길 바란다.
아직 순수한 그대를 위해 간과 심장을 다 빼주길 바란다.
티비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흘리지만
다큐맨터리는 재미 없다고 채널을 돌리는
그런 사람들만 있으면 세상은 정말 핵전쟁이 일어나 마땅한 곳 아닌가.
마지막 순수함.
그 누군가의 곁에 아직은 있을 그 순수를 위해
모두 엑스트라가 되더라도 그 한 사람 지켜주길 바란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음 세상을 기약하자, 다음 세상을.
올 지 안 올 지 모르겠지만 이 다음엔,
행복하진 않더라도 가치있는 뭔가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