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서울생활을 할 때,
지방에서 올라와 땡전 한 푼 없는 관계로 세 남자가 한 방을 썼었다.
구로쪽에서 선배와 후배와 나 셋이서 한 방을 썼던 것이다.
뭐 나름대로 매일매일 엠티 분위기도 나고,
휴일날은 대낮까지 누워 자다가 부시럭부시럭 기어 나와서
집 앞 고기집에서 고기를 사 먹는다든지 하는 생활이 재밌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매일매일 밤이 두려웠는데
그 이유는 이 남자들의 잠버릇 때문이었다.
선배는 이를 갈고
후배는 코를 골고 ㅠ.ㅠ
난 조용히 자는 편이다.
이는 전혀 안 갈고, 엄청 피곤할 때 아니면 코도 안 곤다.
몸부림도 없이 거의 누운 그 자세로 아침에 일어나는 타입.
그런데 이 인간들은 이만 갈고 코만 고는 것도 아니고
몸부림에 잠꼬대까지 해 댄다. ㅠ.ㅠ
정말정말정말 밤이 두려웠고,
거의 매일매일 수면부족에 시달렸으며,
어쩌다 그 두사람이 집에 없는 날이면 정말 행복했다.
*
그 중 코 고는 사람이 지금 무단거주하는 집의 방돌이다. ㅡ.ㅡ;
처음엔 옛날처럼 그렇게 코를 심하게 안 골길래
이제 늙어서 기력이 떨어졌나 했다. (내심 기뻤다)
어느 정도 코 고는 건 참으며 잠을 청하며 평온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엊그제였다.
아래층 여자들이 (아래층에 최소 두 명 이상의 여자들이 사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새벽까지 비디오를 보는게 아닌가.
(비디오인지 DVD인지는 모른다)
보는 것 까지는 좋은데 자려고 가만 누워 있으니 시끄러울 정도였다.
최민수 대사를 듣고는 영화 '홀리데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정도.
결국 새벽 세 시 즘 그 영화가 끝 날 때까지 대사만 듣고 있었다, 잠도 못 자고. ㅠ.ㅠ
근데 그 영화가 마지막에 이를 무렵,
방돌이 녀석이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뒤엎으며
'$%$%^$&&^*^&%$#% 했제?' 라고 말을 거는게 아닌가.
(앞의 말은 못 듣고 '했제?' 만 들렸다.)
'뭐라고? 무슨말이야?'
하고 돌아봤더니 덴장... 눈 감고 코 골고 있다. ㅡ.ㅡ;
잠꼬대였던거다.
그 때부터 이 녀석의 잠꼬대가 시작되었다.
정말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도 구구절절 신파조로 하는지... ㅡ.ㅡ
아랫집 영화 '홀리데이'에서 주인공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대사를 외칠 때
이 녀석은 '에이 XX발X' 라고 욕도 했다. ㅡ.ㅡ;;;
영화를 듣고 잠꼬대를 하는 건지
꿈을 꾸며 잠꼬대를 하는 건지...
뭐 잠꼬대 하면 자기도 잔 것 같지 않게 피곤하다고 한다.
그거야 자면서 에너지를 소비해서 그런 거겠지.
근데 난 뭐냐 ㅠ.ㅠ
난 단지 조용하고 평화로운 밤을 원할 뿐인데.
이럴거면 서울역 대합실에서 자는 거랑 다를게 뭐냔 말이다. ㅡ.ㅡ;
*
어젯밤엔 방돌이 녀석과 아는 사람들 결혼 얘기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잠자리에 누워 두런두런 얘기했는데...
의심된다.
그것도 혹시 잠꼬대 아니었을까?
잠꼬대 할 때 말 걸면 대답을 한다던데... ㅡ.ㅡ;
오늘밤에 또 잠꼬대를 하면 세심하게 듣고 모두 메모해서 블로그에 올려버릴테다! ㅡ.ㅡ+++
(200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