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느라 근 일주일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네요.
여행 가서 인터넷 카페 같은 데 있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이왕 나간 것 하나라도 더 보자고 열심히 돌아다닌 탓 일까요.
어쨌든 지금은 다시 델리로 돌아왔답니다.
마날리에서 내려오는 길에 폭우를 만나서 길에 바위들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마날리에서 델리까지 딱 24시간 걸려 내려왔죠.
처음 인도 여행의 출발지로 입국한 델리.
예상은 했지만 그 문화적 쇼크와 상상한 것 이상의 형상들.
이젠 그나마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고 인도여행을 좀 한 듯한
사람 냄새를 풍기며 잘 대처하고 있어요.
하지만 얘네들, 델리와 그 주변 도시 사람들의 뒷통수 치기와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그런 행위들에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여기 와서 지금까지 느낀 것들 중에 가장 큰 것 하나만 꼽으라면,
대한민국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인도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아직 인도의 나쁜 면 만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럴까요.
인도를 좋아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인도인들을 좋아하게 될 것 같진 않아요.
아, 제가 다녀온 북부 지역은 많이 달라요.
스리나가르, 레, 마날리, 맥그로드 간지 이런 쪽은,
저는 이 지역 사람들(라다키, 티베탄)을 인도인에서 빼고 싶을 정도에요.
이런 말 하면 큰 일 날 지도 모르겠지만,
라다키들이 독립운동을 한다면 조그맣게라도 돕고 싶을 정도지요.
지금이 인도 북부를 여행하기 좋은 시기에요.
그 지역들은 일 년에 딱 석 달만 길이 열린다죠.
그 외 계절엔 날씨때문에 길이 막힌데요.
5천 미터 고지를 꼬불꼬불 올라 가기도 하는데 정말 아찔하답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여드릴께요.
어제는 아그라를 다녀왔어요.
아그라는 누구나 한 번 즘 사진으로는 봤을 '타지마할'로 유명한 곳이죠.
누구나 인도를 다녀오면 사진 찍어 오는 그 곳.
그래요, 저두 인도 다녀 왔다는 생색 좀 내려고 부득부득 찾아갔답니다.
기차표 예약에만 왕복으로 약 1천 루피 정도 썼구요,
타지마할과 아그라 포트, 시칸드라 입장료로 약 1천 루피 넘게 썼죠.
델리 시세로 오늘 100달러가 4580루피에요.
거기다 아그라 시내 이동 요금이랑 밥값 등도 꽤 들어갔으니,
아그라 구경에만 거의 10만원 정도 썼다고 보면 되겠죠.
그래요, 인도 갔다 왔다는 생색 때문에 십만 원을 썼어요.
눈물이 날 지경이죠.
아그라는 정말 타지마할과 몇몇 무덤들 말고는 볼 게 없는데
왜 내가 어느 인도 여행에나 다 나오는 사진의 장소를 보려고
이렇게 돈 들이고 힘 들여서 왔나 싶어요.
닳고 닳은 관광지 아그라 사람들때문에 그 후회는 더욱 컸죠.
뭐 그래도 이제 인도 갔다 왔다라는 말 할 수 있게 됐어요.
타지마할 사진을 정말 엄청 찍었죠.
그래도 건질만 한 사진은 별로 없겠지만요.
타지마할에서 한 서른 명의 인도인 관광객들과 놀았어요.
모두 깐푸르에서 왔다는데, 깐푸르는 원래 그런 곳일까요.
모두들 순박하고 즐겁고 친절한 사람들이었어요.
라다키, 티베탄 빼고 인도인중에 그런 사람들은 처음 만난 거죠.
그 사람들이 저보고 재키찬 닯았데요. (이 말이 하고 싶었던거죠.)
아그라는 어제 새벽에 가서 밤 늦게 돌아오는 당일치기로 끝냈어요.
아그라 가는 기차 안에서 혼자 여행하는 일본인 여자 한 명을 만났어요.
만났다기보다는 그냥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된 거죠.
여자 혼자인 데다가, 영어를 거의 못 해요.
그래도 아직 별 탈 없이 잘 다니고 있다니 신기하죠.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영어를 못 하는 척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멋있지 않나요 안으로, 안으로 깊이깊이 들어가는
혼자만의 여행이란 것.
지금은 델리의 빠하르간지(골목 이름)에 있는
한국인 식당겸 도미토리인 쉼터에 있어요.
내일 저녁 여섯시 즘 기차로 바라나시에 갈 거에요.
이미 기차표도 예매 했죠.
침대칸인데 12시간 즘 걸린다고 하더군요.
아마 자고 일어나면 바라나시에 도착해 있겠죠.
일정이 그리 넉넉한 게 아닌데, 이제 좀 조여야 할 때가 됐는데,
마날리에서 슬금슬금 아프기 시작한 몸이 좀처럼 회복되지가 않네요.
더워서 그럴까요, 오늘 델리 낮 온도가 38도 정도였다는데.
지금도 너무 피곤하고 어지러워요, 기운도 없고.
오늘 내일 푹 자고 몸조리 좀 해서 바라나시로 가야죠.
그곳은 또다른 전쟁터가 될 텐데.
바라나시부터는 쫓기듯 빨리빨리 이동하고 그래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서네요.
이제 델리에서 보낼 시간은 앞으로 24시간이네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엔 너무 심심한데,
더워서 어디 나다니기엔 너무 힘들고 짜증나죠.
어떻게든 보람차게 잘 지내 봐야죠.
한국은 지금즘 장마철이겠죠, 습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날씨가 우리를 힘들게 만들어도 어떻게든 잘 지내 보아요.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p.s.
인도여행 초기부터 거의 20일 간을 함께한 일행들은
지금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마날리에서 뿔뿔이 흩어지면서 경황없이 연락처도 못 주고 받았죠.
(혹시 연락처 가르쳐 주기가 싫었던 건가요)
LG는 지금즘 파키스탄 잘 넘어 갔을까, 별 탈 없을까 궁금해요.
여행 끝나면 그 긴 여로에 있었던 일들을 오래오래 들어보고 싶은데.
BG는 지금 바라나시에 있나요, 혹은 뭄바이 쪽으로 가고 있나요.
몸도 좋지 않은데 무리해서 다시 쓰러지진 않았나 걱정되네요.
모두들 나중에라도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짧게라도 연락줘요.
잘 있다고 걱정 말라고, 단 한 줄이라도 좋아요.
p.s.2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지 센치해지네요.
좋아하는 노래, 김현식의 다시 처음이라오 부르며 숙소로 갑니다~
어디즘 왔을까 얼만큼 걸었을까
남겨진 발걸음을 또다시 옮길까
서러움 애써 달래 보려고
이만큼 걸었건만
이제는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다시 처음이라오.
(200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