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게 가랑비 내리는 11월처럼 내 입가에 우울한 빛이 떠 돌 때,
관을 쌓아두는 창고 앞에서 저절로 발길이 멈춰질 때,
내 영혼의 괴로움으로 거리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
나는 빨리 바다 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 허만 멜빌, '백경' 중에서-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무언가 홀린 듯 거리를 나서도
난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이제 바람 그치면 꼼짝도 할 수 없을 텐데
돛을 올리고 떠나야 하는데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다리가 잘려진 앉은뱅이 시계처럼
꼼짝없이 주저앉아 맴도는 하루
난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 손 내밀어 움직여 주기 바라는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태엽인형
난 지금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이제 움직여 이제 움직여
이제 움직여 이제 움직여
그래 이제 움직여 움직여
머리가 터지고 심장이 찢겨도
부르튼 두 발에 피멍이 들어도
그래 여기서 다시 시작해
p.s.
연 사흘째 KGB 연타 때리니
하루종일 한 입 가득 보드카 향기
아이 좋아 아이 좋아 아이 너무 좋아라